도시철도노조 - 노동조합의 명운을 걸고 한 판 승부를 조직하자!
이번 도시철도 노조선거에는 철도, 지하철 노동자들을 포함해 많은 노동자들이 관심을 보였고, 민주연합 후보를 지지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의 선두에 선 도시철도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밀린다면 그것이 곧바로 지하철과 철도로 이어지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선거 결과 민주연합 집행부가 당선됐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도시철도 2단계 구조조정 - 인력감축, 노동강도강화, 고객유치
선거가 진행되던 7월 24일 지하철 9호선이 개통됐다. 개통된 것은 9호선 철로만이 아니었다. “잠시 중단된 구조조정”도 동시에 개통됐다. 8월에 도시철도공사는 인사발령을 냈다. 도시철도 5~8호선 전 구간을 13개 섹터로 구분하고, 각 섹터에 전 직능(기술, 역무, 승무, 차량의 구분은 지역관제 하에서 사실상 의미가 없어진다)을 통합 배치하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전 역사를 매각 혹은 임대하려 하고 있다. 또한 전 직능의 비숙박 근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야간작업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새벽 4시 출근, 심야 2시 퇴근과 같이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노동강도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도시철도공사가 비숙박과 지역관제를 추진하는 이유는 결국 인력감축이다. 이미 08년에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대량으로 노동자들을 내쫓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약 400여명의 인원을 감축할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인력감축 외에도 “흑자경영”을 위한 각종 수익사업을 추진하며 노동자들에게 영업을 강요하고 있다. 공공재인 지하철 역사를 임대하고 매각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며, 전동차를 동원하여 농수산물을 파는 황당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심지어 직원 일인당 460장의 신규카드 고객을 만들어야 하는 “e-pass 300만 고객유치를 위한 100일 대장정”이란 어이없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노동자들이 당연히 반발하자, 도시철도공사는 이를 억누르기 위해 해고 위협을 내세웠다. 이제는 ‘직권면직, 강제전직 등을 포함한 직무재교육’으로 위협하고 있다. 각 사무소(지부)별로 2~3%의 인원을 할당시켜 대상자를 선별해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작년 서비스단과 마찬가지로, 노동조합 활동가들과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한 강제퇴직 대상자를 선별하여 3개월 단위의 평가를 통해 ‘강제전직과 직권면직’을 하겠다는 것이다.
도시철도 활동가들이 마주한 과제
민주연합 집행부를 세웠지만, 도시철도 활동가들 앞에 놓인 과제들은 작지 않다. 각 현장의 조합원들을 직접 조직해야 할 기초단위(지부장, 대의원)가 대단히 취약하다. 도시철도 조합원들은 위원장, 본부장 등 노동조합의 수장 자리에는 민주파를 당선시켰지만, 지부장, 대의원들을 민주파로 뽑아주지는 않았다. 이는 도시철도 활동가들이 현장을 직접 조직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조합원들이 ‘음성직과 이명박 천하’에서는 어떠한 투쟁도 실패할 것이라고 여기는 ‘투쟁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이런 과제의 극복이 중요한 때다. 지금 당장 코앞에 닥친 문제들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노동조합 자체가 문을 닫아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도시철도 민주파 활동가들은 종종 겪어온 노동조합 집행간부들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는 유혹을 극복해야만 한다. 집행부가 민주연합이 당선시킨 동지들이기는 해도, “단지 집행부의 결정만으로는 투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너무나도 원칙적이고 당연한 이야기를 명심하고 실천해야 한다. ‘현장실천단’, ‘현장선전단’ 등을 지속적으로 조직해 단 1명일지라도 조합원의 참여를 넓히는 현장조직화 활동을 해야 한다.
또한 04년도 지하철파업과 같은 과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지하철 연대파업을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크겠지만, 현장의 뒷받침이 부족한 단순히 ‘큰 조직, 큰 파업 돌입’ 자체만으로는 패배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현장에서부터 보다 전투적이고 강고한 투쟁의지를 이끌어내고, 그것을 아래로부터의 연대로 확산시키는 투쟁만이 위력적인 연대파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것을 명심하자!
도시철도 현장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