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속기3부 투쟁이 남긴 것-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
2009년 8월, 현대차 울산공장 변속기3부 고용보장투쟁이 마무리됐다. 단 한 명의 전환배치도 없이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지켜냄은 물론이고 무급휴직, 희망퇴직을 강요당한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현장복귀를 쟁취했다. 이는 현대차 노동자들이 이룬 빛나는 성과다.
자본의 공격과 투쟁의 시작
사측은 2006년 10월 노사공동위 18차 합의를 파기, 6속 자동변속기 공장을 파워텍에 먼저 짓기 위한 안을 제출한다. 무노조, 노사상생을 자랑하는 파워텍은 100% 비정규직으로 구성된 공장이다. 이 상황에서 현대파워텍에서 신형6속을 우선 생산한다는 것은 곧 외주공장 확대와 울산 변속기공장 축소․폐쇄와 그에 따른 현대차 울산공장 변속기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을 뜻했다. 변속기3부 노동자들은 투쟁에 나서기 시작한다.
투쟁은 ‘합의서 파기’를 통해 사측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가를 폭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사측은 노사공동위라는 교섭기구를 활용해 졸속합의를 이끌어내려 혈안이 돼있었다. 사측이 제출한 안이나 노사공동위의 협의내용들이 현장에 제대로 공개조차 되지 않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장 활동가들의 기명으로 <변속기노동자>가 발행됐다. 이 소식지에서는 사측의 의도를 폭로함과 동시에 당면 요구와 실천 방향들이 제출됐다. 변속기 노동자들은 자본의 의도를 간파하고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공동위의 실체가 속속 드러났다.
1라운드 : 변속기3부 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변속기3부 노동자들은 합의서 이행을 요구하며 리본을 달고 현장 곳곳에 소자보를 부착하고 투쟁가를 틀면서 결속력을 다져나가기 시작한다. 변속기 사업부 대의원회가 ‘비상대책위’로 전환되고 부서별, 사업부별 결의대회가 시작되었으며 이는 잔업․특근 거부로 이어졌다.
투쟁의 물꼬가 열렸으나 사측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고, 노사공동위를 통해 ‘2008년에 6속 공장을 짓겠다’는 (안)을 제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변속기 사업부 대의원회와 변속기3부 대의원회는 이 (안)을 수용하게 된다. 공청회 자리에서 항의가 거세게 쏟아지고 불신임투쟁이 이어졌지만 ‘직권조인’이 아니라는 집행부의 유권해석, ‘지부의 관장과 지도를 받고,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하라’는 금속노조의 권고로 외주화 저지, 총고용보장 투쟁의 1라운드는 막을 내리게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변속기3부 노동자들이 놓치지 않고 움켜잡았던 것은 바로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의 총고용보장”이었다. 물론 정규직 노동자들의 휴가기간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지원․파견 등으로 돌린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고로 이어지는 리콜을 거부했다는 점이나 변속기3부 노동자 전원에 대한 총고용보장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2라운드 : 변속기3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
2008년 9월, 휴가가 시작되면서 사측의 공격은 재개된다. 57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 33명을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정리해고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원(파견)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는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무급휴가를 강요하면서 고용을 위협하기 시작한다. 변속기3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다시 결집하기 시작했다. 2009년 4월 8일부터 “합의서 이행! 6속 양산시 일괄복귀”를 내걸고 매일 출근투쟁, 중식선전전, 현장순회 등 투쟁을 전개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물러섬 없는 투쟁, 정규직 노동자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 지역 동지들의 연대로 6속 양산시 일괄복귀를 거부하던 사측이 한 발 물러섰다. 6월 25일, 6속 양산시점에 비정규직 노동자 25명이 현장복귀를 쟁취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측의 강요에 의해 희망퇴직을 당했던 비정규직까지 모두 복귀시키는 쾌거를 이뤄냈다.
지금도 자본가들은 공황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며 대대적인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정규직․비정규직․부품사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가 필요하다. 이러한 계급적 단결은 상층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현장 곳곳에서 투쟁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이것이 바로 변속기3부 투쟁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노동자
[편집자 주] 휴가 직전, 현대차 자본은 에쿠스 공장 폐쇄로 전환배치 대기 중인 30여명의 정규직 노동자들을 강제발령 조치했다. 이 과정에서 뜬금없이 변속기2부의 비정규직 노동자 2명이 ‘생산량 급감’을 이유로 해고될 처지에 놓였다. 해고통지를 받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을 싣는다. 지면상 불가피하게 축약했음을 알린다.
7월 31일 계약종료 공문을 받고...
지난주 금요일(8월 21일) 해고통지서를 받았습니다. ‘9월 20일까지... 계약이 종료됩니다’라고 하네요. 그 날짜까지... 전 사형수가 집행일자를 기다리듯 근심과 걱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야겠지요... 휴가 가기 전날에 ‘한 달 뒤 해고당한다’는 소릴 듣고 ‘참으로 나는 맘 편히 휴가 한 번 가지 못하는 팔자인 모양이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놈의 팔자, 이놈의 인생, 저는 맘 편히 살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으로 횟수로 6년째, 며칠 동안 맘 편히 회사를 다녔는지 생각해보니 그런 날이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20대 중반에 입사해서 참으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월차도 쓰지 못하고 아파도 참아 가며 일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게 정규직이 되는 줄 알았고, 사장한테 인정받고 조금이라도 오래 회사에 다닐 수 있는 길이라 믿으며 참고 또 참으며 그렇게 지내왔습니다.
어느 날, 첫째 아이가 태어나던 날 자연분만 도중 ‘태아가 위험해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도 병원에 가지도 못했습니다. ‘여유 인원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으니 니가 조금만 이해해라’는 회사의 말에 발만 동동 구르며 일하다가 겨우 직영 반장의 도움으로 수술이 한참 끝난 후 병원에 갈 수 있었습니다.
한 겨울 독감에 몸살까지 걸려서 거의 쓰러져 가는 저에게 ‘니가 좀 이해해라. 여유인원이 없다’며 끝내 출근시켜 오들오들 떨며 아픔을 참고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회사 생활을 했습니다. 어떤 한 가지라도 맘 편히 하지 못하는 게 비정규직의 현실입니다.
이 글을 읽고 ‘참으로 미련하다. 어떻게 그렇게 생활할 수 있냐’고 생각하시는 정규직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주위의 비정규직 중에 이렇게 생활하는 비정규직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왜 이렇게까지 하며 직장생활을 하느냐?’고 물어보시면 저와 같은 처지의 비정규직 동지들은 ‘밥줄이라서... 생계가 달려있어서... 회사 다녔던 시간이 아까워서 때려치우지 못하고...’라고 대답할 겁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참고 또 참으며 언젠가는 정규직이 되겠지’라며 미련한 희망에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게 비정규직 동지들입니다. 결국 저는 부당함에 못 이겨 참고 참다가 올해 초에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했습니다. 그런 저에게 사장은 한마디 합니다. “정말 너한테 섭섭하다! 어찌 그럴 수 있느냐?” 저도 사장한테 묻고 싶습니다. “사장님! 6년 동안 부려먹을 만큼 부려먹고 월차도 맘 편히 못 쓰고 아파도 참아 가며 일했습니다!”
정규직 여러분! 비정규직들은 항상 부당하게 대접을 받고 회사 생활을 합니다. 그런 비정규직들에게 정규직 강제 전환배치로 (회사는) 비정규직 자리를 빼앗아버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생산량 급감이란 핑계를 대며 비정규직 정리해고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현장 동의 없이, 아무런 설명 없이 비정규직을 내몰고 있습니다. 이것이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까?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에 이간질 행위라고 생각이 듭니다.
정말로 이 같은 행태가 계속돼서 비정규직들이 모두 나가버리고 나중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결국에는 정규직 정리해고가 분명히 일어날 겁니다. 어떤 정규직이 이런 말까지 합니다. “라인에서 비정규직 다 없애버리고 특근이라도 하자.” 그건 정말 잘못된 생각입니다. 해외공장 건설, 물량 이감 등 이러한 사태들이 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자연스럽게 생산이 줄어드는 겁니다. 절대 비정규직 때문이 아닙니다.
이번 강제전환배치 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해결이 될지 걱정스럽습니다. 정규직 여러분의 절대적인 관심과 지지가 필요합니다. 문제의 핵심은 비정규직의 고용보장이겠지만 그 속의 뜻은 정규직의 고용보장이라는 걸 알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정규직은 적이 아닙니다. 동료이자 같은 노동자라는 걸 명심해주십시오. 서로가 지켜주지 않으면, 결국 혼자서 해결해야 합니다. 어려운 문제는 혼자보다는 여럿이 풀어야 빠른 해답이 있을 겁니다. 이번 사태가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화합을 만들어가는 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항상 어려운 상황에서 일하시는 비정규직 여러분! 힘내시고요, 여러분의 앞날은 여러분이 만들어 가야합니다. 제발 포기의식에 잡혀서 포기하지 마시구요, 분명히 답이 있습니다. 함께 모여 싸워서 이겨냅시다. 여러분은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용기를 가지세요.
2009년 8월 26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변속기2부 중형 수동변속기 대덕기업 비정규직 노동자 손태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