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위기가 노동자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
미국 <스텔라도로> 노동자들의 목소리
서브프라임모지기 사태로 표현된 자본주의 위기는 순식간에 많은 것들을 뒤바꿔놓았다. 미국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군림하던 굴지의 금융기업들이 허망하게 무너져 내렸다. 전 세계 자동차산업의 대표주자인 ‘빅3’가 휘청거렸다. 1930년대 대공황기에 미국에서 볼 수 있었던 난민촌이 ‘텐트촌’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등장했다. 이른바 신자유주의에 대한 믿음, 시장에 대한 숭배가 한 순간에 녹아내렸다.
이런 변화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조장한다. 노동조합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당황하며 후퇴한다. 가령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던 전미자동차노조는 크라이슬러와 GM의 파산이라는 위협 앞에 2015년까지 무파업 선언을 하고, 신규취업 노동자의 임금을 기존 숙련노동자의 50%로 삭감하는 무지막지한 양보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런 반응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노동자계급의 일부가 사기저하에 빠지는 동안, 또 다른 일부는 결코 양보할 수 없다며 도전적인 투쟁에 나서기도 한다. 노동자투쟁의 불모지처럼 보였던 미국에서도, 흔들리는 자본주의의 압력이 노동자들을 투쟁의 길로 끌어내고 있다. 뉴욕의 브롱스 지역에 있는 스텔라도로(Stella D’Oro) 노동자들의 파업 역시 그런 맥락 위에 있다.
11개월간의 파업
75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스텔라도로는 미국에서 꽤 유명한 제과업체다. 단기수익을 노리고 달려든 ‘브린우드파트너스’가 2006년에 이 회사를 인수했는데,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명분으로 임금삭감과 복지축소, 인원감축 등의 공격을 자행했다. 스텔라도로 노동자들은 지난 해 8월 13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이 싸움은 무려 11개월이나 지속됐다.
결국 사측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노동부의 중재로 투쟁이 마무리되는 듯 했으나, 브린우드파트너스는 이 결론을 거부하면서 아예 공장 문을 닫겠다며 협박하고 나섰다. 이 공장에서 일해온 노동자 에디 마레로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스텔라도로에서 일하며 우리의 모든 생계, 모든 삶을 꾸려나갔습니다. 나도 그 중 하나예요. 여기서 30년을 일해 왔습니다.” 지나가는 브롱스 주민들도 이런 얘기를 한다. “스텔라도로가 바로 브롱스입니다.”
투쟁의 내용과 양상에 대한 여러 설명보다, 이 노동자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직접 들어봄으로서 더 생생하게 그들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투쟁과 우리의 투쟁이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인용된 인터뷰 내용은 <세계사회주의자웹사이트>의 7월 14일자 기사를 토대로 한 것이다.)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 해
“나는 여기서 1977년부터 1997년까지 20년간 일했습니다. 그때는 500여명 넘게 일을 했어요. 지금의 소유주인 브린우드파트너스에게 넘어간 뒤, 그들은 매년 계약을 맺을 때마다 시급에서 1달러씩 깎으려 했습니다. 휴일과 병가도 없애려 했고요. 파업을 깨려고 대체인력도 들여보냈습니다. 노동자들이 1년 가까이 파업을 했는데, 이제 저들은 공장을 폐쇄하려 합니다. 아주 나쁜 놈들이에요.”(퇴직한 노동자 필리스 아바니타키스)
“노동청이 중재를 했지만, 회사는 그것을 거부할 것입니다. 브린우드파트너스는 세 달 안에 회사 문을 닫을 겁니다. 우리는 스스로 자신을 지켜야만 합니다. 회사에서는 공장을 폐쇄할 것이라는 말만 하고, 노조는 단지 기다려보라는 말만 하거든요.”(간샴 아민)
“내가 보기에 이건 속임수입니다. 우리를 겁주려는 거예요. 우리에게 양보를 요구할 겁니다. 임금을 또 다시 삭감하려 할 겁니다. 우리는 어떠한 양보도 거부해야 합니다. 그들은 우리를 사람답게 대우해야 합니다. 우리는 노동자이고 뉴욕과 세상 모든 곳에서 모든 것을 만들어냅니다. 나는 시카고에서 벌어진 리퍼블릭윈도우즈앤도어즈 노동자들의 투쟁에 공감하고 그들을 존경합니다. 만약 우리가 여기서 같은 방식으로 해야만 한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겁니다.”(조지 플로어.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이 양보선언을 했던 2008년 12월 3일, 리퍼블릭윈도우즈앤도어즈 노동자들은 수십년간 미국노동운동사에서 볼 수 없었던 ‘공장점거파업’에 들어갔고, 폭넓은 연대를 조직하는 데 성공하면서 승리를 거뒀다.)
“그들은 노조를 깨버리려고 합니다. 그런데도 노조는 기다리라고만 해요. 노조 지도부가 회사를 너무 살려주는 것 같습니다.”(알론조 고메즈)
“그들은 거짓말 전문가들입니다. 그들은 우리를 겁주고, 양보하게 만들려고 공장폐쇄 위협을 가하는 거예요. 만약 실제로 그들이 공장 문을 닫아버린다면, 우리는 공장점거에 대해 생각해봐야만 합니다. 브린우드파트너스에게는 우리 일자리를 빼앗고 쫓아낼 권리가 없어요. 우리는 여기서 60년간 일하며 살아왔거든요. 우리는 지난 11개월간의 투쟁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만약 저들이 멈추지 않고 우리를 쫓아내려 한다면, 우리는 공장점거투쟁에 나서야만 할 겁니다. 리퍼블릭윈도우즈앤도어즈 노동자들이 시카고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입니다.” (마이클 필립포)
오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