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쌍용차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정신을 감히 깨뜨릴 수 없다!
예전부터 봉기가 진압되면, 그간 억압받고 착취당한 자들은 폭도로 몰려 더 심한 억압과 처벌을 받았다. 이는 노동자들의 강력한 파업투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쌍용차에서도 자본은 무차별적인 보복과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파업참가자 우선복귀 거부 및 민형사상 고소고발을 취하하지 않고, 비해고대상자 중 파업참여자 100여명에 대해 불이익을 주기 위해 휴업명령을 내리는 등 합의사항을 교활하게 위반하는 것은 물론이요 민주노총을 탈퇴시키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법정관리인 박영태는 민주노총 탈퇴를 밀어붙이겠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실무교섭은 결렬됐다. 민주노조 성향의 조합원들에게 현장에서의 차별과 감시, 각종 불이익 조치 등이 뒤따르고 있다. 노조사무실 출입 봉쇄, 노동조합 활동 방해, 각종 손해배상 청구뿐 아니라 경찰과의 합동작전을 통해 파업참가 조합원들을 협박해서 무릎 꿇리려는 악랄한 탄압을 퍼붓고 있다. 지도부가 거의 구속된 상황이지만 투쟁의 뿌리인 평조합원들의 힘이 살아 있는 한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자본은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역시 ‘구조조정의 본보기’를 만들기 위해 끝까지 탄압의 칼날을 거두지 않을 태세다.
노동자계급의 양심을 제거하라!
“○○형사를 믿은 내가 바보였다. 살려준다는 말에, 복직시켜준다는 말에, 너만큼은 빼줄 수 있다는 말에 … 가정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동료를 팔아먹은 죽일 놈입니다. 보지도 않은 것을 보았다고 진술을 한 것입니다. 내 진술서에 3명의 진술은 거짓 진술입니다.”(유서 중)
지난 20일 약 21봉지를 한꺼번에 먹고 자살을 시도했던 쌍용차 농성 노동자의 유서 내용 중 일부다. 복직을 미끼로 허위자백을 강요하고, 허위자백을 받아서라도 더 많은 조합원들을 구속하고 노조를 파괴하겠다는 것이다. 더 본질적인 속셈은 노동자들의 도덕적, 정신적 의지를 제거하기 위한 것이다. 경찰병력의 잔인한 봉쇄와 탄압을 통해서 결코 꺾을 수 없었던, 77일 투쟁을 전개한 노동자의 자부심과 자존심을 허물어뜨리는 것이다.
가장 진지한 대중과 활동가들이 무너지는 것은 ‘단지 힘이 부족해서 졌을 때’가 아니라 스스로 굴종하고 적에게 무릎을 꿇었을 때다. 그런데 쌍용차 노동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고 버텨냈다. 그러자 이제 강압수사·협박수사로, 그리고 복직을 미끼로 굴종을 강요한다. 투철하고 정말 진지한 사람이면 일수록, 적에게 조금이라도 굴종한다면 그는 스스로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잃어버린다. 그의 내면에는 이미 어떤 상황에서도 철저하게 투쟁할 수 있다는 자기 삶에 대한 확고한 자부심이 줄어든다.
이것을 노리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동료 한 명의 이름만 대면 풀어주겠다’는 과거 일제경찰, 그리고 군사독재 치하 정보기관의 공작수법이다. 현재 경찰은 이 방식을 다시 써먹고 있다. 만일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바로 그 순간 진지한 운동가는 더 이상 운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동료를 밀고한 사람이 어떻게 운동하고 투쟁을 할 정당성을 찾을 수 있겠는가?
목숨을 걸어 반성하다! - 투쟁의 자부심을 되찾다!
천○○ 조합원은 비록 허위진술을 했지만 동료들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자살을 선택했다. 이 동지는 자신의 굴종을 애써 감추고 합리화하며 기존의 지위만을 유지하려고 애쓰는 수많은 관료들과는 달리 투쟁의 자부심과 긍지를 지키기 위해 하나뿐인 목숨조차 바치려했다. 처절한 고통 속에서도 노동자계급의 양심을 지키기 위한 동지의 고귀한 투혼 앞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깊은 어둠에도 사라지지 않는 빛
쌍용차 노동자들은 최선을 다했기에 허탈감이 크고, 그리고 너무나 승리를 희망했기에 너무나 절망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어떤 쌈박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제2의 투쟁은 이미 시작됐다. 한상균 지부장이 옥중에서 단식투쟁을 하고 있고 조합원들도 다시 모이고 있다. 금속노조에 선거연기를 요청했고 직무대행을 선출했으며 조합원 간담회를 개최하며 조직재정비에 들어갔다.
조합원들은 아주 더디고 지루하며, 지긋지긋하게 반복적인 작업일지라도 현장을 조금씩이라도 조직하기 위해 필요한 체계적인 연결망을 만들기 위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지금은 자본과 어용세력들이 현장을 장악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들은 그 힘을 노동자들을 통제하고 분열시키며 착취하기 위해 쏟아 붓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힘을 발휘하면 할수록, 현장 조합원들의 저항의지와 투쟁의지가 회복되는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회복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더 낙관적으로 판단하고 더욱더 현장의 가능성에 더 주목하자! 다시 한 번 연대의 힘을 모아내 쌍용차 노동자들을 방어하자! 그러면 그들은 77일 동안 보여주었듯이, 기필코 민주노조를 사수해낼 것이다!
하현수
쌍용차 77일 투쟁 - 한국 노동자투쟁의 맥을 잇다!
(편집자 주 : 쌍용차 77일 점거 투쟁은 일제하 원산노동자 총파업의 맥을 잇는 소중한 투쟁이다. 이 소중한 투쟁은 물론 멈출 수 없다. 그 점에서 원산노동자 총파업을 조직했던 투사들의 투쟁평가는 약 80년 전의 평가이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도 전혀 낡지 않았다.
3개월에 걸쳐 치열하게 전개된 총파업의 패배를 겪으면서 진정한 노동자투쟁이란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더 분명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원산총파업의 가장 커다란 성과일 수 있었다. 투쟁의 패배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배우면서 전진했던 선배 노동자들의 모습이 오늘날 쌍용차 노동자들의 모습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80여년 전의 평가 글을 원문 그대로 개제한다.)
“노동자대중은 처음에는 경제적 개량의 요구(예컨대 노동시간 단축, 임금인상, 대우개선 등)를 관철하기 위해서 파업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이 파업을 통하여 오늘날의 사회조직 전체에 대한 의식을 높이고, 공장주에 대한 반감을 오늘날의 자본가적 사회제도 전체에 대한 반역으로까지 고양시키게 되는 것이며, 또 그렇게 될 때에만 비로소 파업은 그 계급적 의의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 단순한 협정과 자본가의 기만적 호의에 의해서 요구조건이 통과되고, 노동자는 이 조그마한 수확에 기뻐하여 아무런 계급적 훈련도 얻는 것이 없다면 파업은 결코 계급투쟁의 전 과정의 일부분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파업의 승패도 이런 관점에서 규정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쟁의의 시작과 끝이 개량주의적 타협의 애원으로 일관되고 대중적 투쟁과 대중적 훈련을 거치지 못한 이상 아무리 요구를 자본가에게 받아들이게 만들지라도 그 쟁의는 결코 승리했다거나 성공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요구조건이 전부 실패로 돌아가고 수많은 노동자가 희생되어 감옥에 갇히고 효수[목을 베어 매달아놓는 처벌]를 당할망정, 아무리 커다란 희생과 손실이 있을망정, 만일 그 쟁의를 통해서 노동자대중이 계급적으로 훈련되고, 우수한 노동자전위가 생겨나고, 노동자대중의 가슴속에 오늘의 자본가사회에 대한 증오와 투쟁의욕이 타오른다면 그것은 위대한 승리이며 성공일 것이다. 그야말로 확실히 고난에 가득 찬 계급투쟁의 험로에서 빛나는 한 장면을 역사적으로 점령할 수 있을 것이다.” (1929년 4월 ≪현단계≫라는 잡지에 실린 <개량주의와 항쟁하라 - 원산쟁의에 대하여 전조선 노동자대중에게>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