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량주의와 대타협주의 -
이것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정신을 결코 대변하지 않는다!
쌍용차투쟁이 끝나자마자 개량주의자들과 투쟁을 회피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쌍용차투쟁을 물어뜯고 있다. 이들은 쌍용차투쟁을 이끌었던 쌍용차 노동자들의 결사적인 투쟁정신을 자신들의 타협정신으로 대체하고자 애쓰고 있다. 이에 맞서 우리는 단호히 선언한다 :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정신은 당신들의 정신과는 정반대편에 있다!”
공장점거파업은 잘못된 전술인가?
쌍용차투쟁을 평가하며, “한 사업장에 대한 투쟁과 그것에 대한 연대를 통해 자본과 정권에 맞서는 총노동의 대자본 전선을 형성하려는 발상은 매우 순진하다”고 산업노동정책연구소 부소장 이종탁 씨는 주장한다. 최근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그는 “쌍용차지부가 투쟁의 거점을 평택으로 한정하고 옥쇄파업을 선택하면서 대정부 사회투쟁의 동력을 급격하게 떨어졌다”면서 “기업의 울타리를 넘어 이데올로기 투쟁과 정책 제시, 사회적 여론화가 필요한 상황에서 옥쇄보다는 거리와 지역을 더 중시하는 전술을 선택했어야 한다”고 평가했다.
물론 단사 투쟁과 그것에 대한 연대를 통해서 총노동의 전선이 무조건 건설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쌍용차투쟁은 부르주아 언론들까지 인정하듯이 이미 단사 투쟁을 넘어서서 총자본과 총노동의 대리전으로서의 위상을 객관적으로 부여받았다. 또한 쌍용차투쟁의 요구인 ‘정리해고 분쇄와 비정규직 고용보장, 노동조합 사수’는 현 경제위기 국면에서 전체 노동자의 요구를 대변하는 것이었다. 당연히 이에 대한 연대는 총노동의 전선 건설을 뜻한다.
검토해야 할 지점은 이러한 총노동의 전선이 충분히 강력하게 건설되지 못한 약점이며 그것을 극복할 방도다. 그 대신 쌍용차투쟁과 연대망 건설의 가치를 폄하하면서, 이른바 ‘사회연대전략’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제기되는 “무급순환휴직을 통한 더 효과적인 생산성 향상”과 같은 양보안 제시를 이번 투쟁의 소중한 성과라고 제시하는 것은 매우 순진하고 비현실적인 것이다.
‘사회적 여론화’와 ‘이데올로기 투쟁, 정책제시’도 쌍용차 투쟁이 공장을 점거하고 강력한 투쟁을 전개했기에 비로소 가능했다. 이 투쟁 없이 이뤄지는 사회적 여론화나 이데올로기 투쟁은 소규모 토론회나 민중언론의 제한된 홍보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다. 노동대중은 단순한 정책제시에 호응하지 않는다.
그 정책이 노동자의 단결과 투쟁력에 의해 뒷받침될 때만 관심을 보이고 호응한다. 공장점거투쟁을 통해서야 비로소 ‘해고문제와 경제위기의 책임문제’는 사회적 이슈화가 됐다. 이 공장점거투쟁을 생략하고 서울에서의 대시민 선전전이나 집회 정도에 머물렀다고 가정해보라. 지금 수준의 이데올로기 투쟁과 사회적 이슈화의 100분의 1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쌍용차 노동자 탄압에 대한 해법 - 대타협 정신 계승인가?
투쟁노선을 사실상 반대하는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현재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쌍용차 파업노동자 탄압과 노조파괴 책동에 대해 ‘대타협 정신 계승’을 부르짖고 있다. ‘폭력충돌을 피하고 합의에 도달한 대타협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 현 사태의 해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쌍용차 합의문은 “대타협 정신”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중무장한 수천의 경찰병력과 특공대, 용역깡패를 동원해 도장공장을 포위하고, 차체 옥상 전투에서 노동자들을 살인적으로 진압하는 가운데, 게다가 강제진압에 따라 예고되는 화재로 인해 파업노동자들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작성된 합의서는 을사조약처럼 “총칼로 강요된 합의서”에 불과하다. 점거파업에 끝까지 함께 한 쌍용차 노동자들 중 누구라도 이 합의서를 받아들이면서 “대타협 정신”을 느꼈던 노동자는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이처럼 자본과 정부가 노동자들을 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에서 해법은 노동자의 투쟁력을 남김없이 동원해 힘으로 반격을 조직하는 것이다. 비록 세력관계가 불리해짐으로써 합의서에 도장을 찍을 수밖에 없었지만, 쌍용차 노동자들이 77일 투쟁을 통해 입증한 정신은 바로 그러한 투쟁정신이다. ‘대타협 정신 계승’을 해법으로 제기하는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일부 지도자들의 태도는 쌍용차투쟁의 정신을 정반대로 왜곡시키는 것이며, 탄압을 뚫기 위한 단호한 투쟁을 회피하는 것이다. 해법은 분명하다. “대타협 정신 계승”이 아니라 “쌍용차 노동자들의 목숨 건 투쟁정신 계승”이다.
최영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