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쌍용차 노동자들을 모욕해서는 안 된다!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최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8월 8일자)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모욕하는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이 폭탄 발언은 죽을 각오로 모든 것을 다 바쳤던 쌍용차 노동자들이 승리하지 못하고 투쟁을 중단하도록 만들었던 한국노동운동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불행한 사례다. 민주노조운동의 꼭대기에 거대한 질병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강경투쟁 일변도가 문제?
“정부나 자본을 상대한 투쟁방식도, 예를 들면 러시아·쿠바 혁명처럼 폭력을 동원해 정권 엎겠다는 사회적인 분위기 아니라면 자본주의 구조를 인정할 거냐 말 거냐 이것부터 정리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조합으로서 자기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정부든 자본이든 협상이 중요하다. 민주노총이 무조건 강경투쟁만하는 것으로 비춰졌는데 노동운동도 변신해야 한다.”고 임성규 위원장은 주장한다.
이것은 자본주의를 수용하면서 양보교섭 중심으로 노동운동을 길들이려는 일부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견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이런 견해는 쌍용차 연대총파업과 같은 결정적인 투쟁이 조직되지 못한 이유, 그리고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을 중간에 교란시킨 교섭주의의 단면을 보여준다.
교섭은 세력관계를 단순히 반영하는 것이다. 교섭이 불필요하다는 말이 아니다. 자본가들의 소유권을 사회적 소유로 대체하기 전까지 불가피하게 교섭을 통한 타협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투쟁 대신 교섭 중심으로 노동운동을 재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라면 황당한 것이다. 자본가계급의 힘과 노동자계급의 힘은 오로지 투쟁을 통해서만 확인되며, 이 투쟁을 통해 확인된 세력관계를 최종 반영하는 것이 교섭일 뿐이다. 특히 중요한 사실은 노동자들은 투쟁과정 속에서만 힘을 키워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쌍용차투쟁의 약점은 ‘강경일변도’이기 때문이 아니다. 더 강한 강경노선을 민주노조운동 지도자들이 추진함으로써 더 위력적인 투쟁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 평가의 요체가 돼야 한다.
패배한 투쟁?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이번 투쟁은 패배한 투쟁이며, “노조는 손해를 본 거다. 노조가 당초 사측의 안보다 후퇴한 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략과 전술의 미스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번 투쟁은 그 결과만 갖고 볼 때 승리한 투쟁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정리해고를 완전 분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한 연대총파업을 조직해내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투쟁이 완전한 패배로 기록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쌍용차 노동자들이 영웅적으로 투쟁했고, 그리하여 완전 항복을 저지하고 노동운동의 나아갈 방향 - 결사적이고 연대적인 운동의 필요성 - 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결사적으로 투쟁한 바로 그 만큼 이후 정리해고를 분쇄하고 현장을 재장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만약 지속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투쟁을 밀고나가지 못했다면, 노동자들의 패배의식과 사기저하는 더 컸을 것이다. 반면 적들은 더 기세등등해서 쌍용차에서나 기타 사업장들에서 더 거세게 밀어붙였을 것이다.
합의서는 힘의 관계를 반영할 뿐이다. 그렇기에 노동자의 투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전력을 투구하지 않는 지도자들이란 패배를 부르는 전령사일 뿐이다. 게다가 투쟁하지 않은 노동자들이 얻는 합의서란 껍데기일 뿐이다. 그토록 투쟁하고서 얻어낸 합의서조차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있는 쌍용차 자본이 아닌가? 임성규 위원장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기본적인 원칙을 집행하지 않음으로써 쌍용차 노동자들의 처절한 투쟁을 사실상 방치해버린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것이다. 이것이 민주노조운동의 최고 지도자가 해야 할 최소한의 기본이 아닌가?
최영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