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노련은 해방연대와 사노준에게
‘사회주의 공투단’ 결성에 함께 할 것을 제안했는가?
최근 노동해방실천연대(이하 해방연대)는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 노동자공동정치투쟁단>(이하 사회주의공투단) 결성으로 함께 나아가자!”는 사노련의 제안에 거부의사를 밝혔다. 해방연대가 사노련에 보낸 답변서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사노련의 “소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태도”를 신뢰할 수 없다. 둘째, 중도주의에 대한 규정과 태도에서 사노련이 “일관성 없이 종파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 셋째, 사노련이 제안한 ‘사회주의 공투단’의 내용이 “애매하고 조합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중도주의에 대한 사노련의 기본태도
사노련은 그동안 중도주의와는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에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해 왔으며, 지금도 그렇다. 중도주의란, 말로는 혁명을 추구하지만 강령적 모호함과 실천적 불철저함으로 혁명주의와 기회주의 사이에서 동요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한국운동의 현 단계에서 중도주의는, 현장노동자들 속에 사회주의운동의 뿌리를 깊이 내리고 계급투쟁 역량을 아래로부터 강화하는 데 일관되게 주력하지 못하고, 노동조합 좌파관료들에 영합하거나 의회주의적 실천에 경도되는 양상을 보여왔다.
사노련은 중도주의 정치를 단호하게 비판하고 배격한다. 하지만 동시에 중도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세력의 전체 또는 일부를 혁명적 사회주의로 견인하려고 꾸준한 노력을 벌여왔다. 당장은 비록 중도주의 정치 속에 갇혀 있다 하더라도, 이것으로부터 벗어나 혁명적 사회주의로 발전할 가능성을 가진 동지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노련은 해방연대가 발표한 강령초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지난해 해방연대가 공동이론지와 사회주의정치실천단 등 사회주의 당 건설을 위한 공동활동을 제안한 것에 대해 사노련이 분명한 형태로 답하지 않은 것은 당시에 우리가 제안했던 “공동토론회”를 통해 공개적인 방식으로 전체 사회주의자들 앞에서 논의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노련, 사노준, 해방연대가 참여해 한 번 열렸던 “공동토론회”에서 각자는 당 건설을 위한 활동방향에 대해 각자 입장을 제기한 바 있다. 이 때 우리는 세 조직이 참여하여 “혁명전략, 강령, 현장활동, 그리고 당건설투쟁의 경로”를 중심으로 몇 차례의 공개토론을 조직함으로써 무엇이 올바른지를 상호 검증해보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해방연대는 거부의사를 밝혔고, 결국 사노련과 사노준이 참여하는 공동토론회가 4차례 진행됐다.
이것은 해방연대의 제안에 답하지 않았다기보다는, 양 조직 지도부 사이의 비공개 미팅 방식이 아니라 전체 사회주의자들과 선진활동가들에게 열린 방식으로 대답한 것이라 우리는 믿는다. 또한 해방연대의 강령초안 설명회 참여 및 해방연대 주도의 강령 잡지인 <사회주의 강령을 토론하자>에 대한 투고 등을 통해 해방연대 제안에 대한 사노련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힌 바가 있다.
다음으로 우리가 해방연대 제안에 대해 분명한 답을 하기 어려웠던 이유는 당시 해방연대의 정치가 불명료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사노련은 당시 공동의 당 건설투쟁을 논의하기 위해서라도 해방연대가 먼저 자신의 강령적 입장을 명확히 세울 것을 요청했다.
이후 해방연대는 올해 3월 <(가칭)한국사회주의노동자당 강령초안>을 발표했다. 우리는 이 강령초안에 대해 의회주의 잔재와 관련된 모호함이 여전히 일부 남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혁명적 사회주의를 향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자세한 평가내용은 <사회주의자> 4호에 최영익 동지가 쓴 <해방연대 강령초안을 평가하며 협력을 제안한다> 참조. 같은 글의 축약본이 <사회주의 강령을 토론하자> 2호에도 실려 있다.)
토론회를 거치며 이루어진 사노준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한편 사노련은 올 2월부터 사노준과 무소속 활동가들이 함께 하는 ‘사회주의 당 건설운동 전면화를 위한 전국공동토론회’를 진행해왔다. 지난해 연말 이 토론회를 준비할 때 사노련은 사노준이 강령적 불명확함과 관료주의에 대한 불철저함으로 중도주의 정치에 갇혀 있다고 판단했다. 그에 따라 ‘당 건설 토론회’는 공동의 당 건설을 전제하지 않는 가운데 사회주의 당 건설의 기운을 높이는 공동의 노력과 더불어 치열한 논쟁 속에서 상호비판과 설득을 펼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국을 순회하며 △당 건설경로 △혁명전략 △강령 △노동운동의 현황과 과제 등 4차에 걸친 토론회를 가졌다. 이 토론회를 거치며 사노준은 의미 있는 변화를 보여주었다고 우리는 믿는다.
현자 민투위 소속 (구)노힘 회원들은 ‘당 건설 토론회’에 참석하여 그동안의 관료적 활동을 공개적으로 자기반성하면서 이후 달라진 실천으로 검증을 받은 후에야 당 운동에 합류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그리고 사노준은 이 동지들이 과거의 오류를 제대로 극복할 때까지 사노준 회원으로 조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령적 입장에서 볼 때에도 사노준은 일부 모호한 지점들이 다시금 확인됐지만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를 향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관료주의에 맞서는 사회주의 현장정치활동에 대한 의지를 뚜렷이 천명했다. 이것이 아직까지 지도부의 의지를 넘어 회원 전체의 결의와 실천으로 온전히 나아가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만, 일단 그 의지 자체로도 소중한 것이라 본다.
혁명적 사회주의 문턱을 과감히 넘어서서 공동의 당 건설투쟁으로 나아가자!
우리는 이처럼 해방연대와 사노준이 공히 중도주의에서 혁명적 사회주의로 이동하는 소중한 과정이 지금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우리는 이 이동이 계속되어 혁명적 사회주의의 문턱을 넘어서기를 강력히 기대한다. 또한 그럼으로써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투쟁에 공동으로 힘차게 나설 수 있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우리가 생각할 때 그 문턱은 우리가 제안서에 여섯 가지 테제로 요약했던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과 노선의 기본 핵심을 명확하게 동의하는 것이다.) 남아 있는 여러 쟁점들은 시대적 과제로 다가선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투쟁을 공동으로 펼치면서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다고 본다.
우리가 과거와 달리 이번에 사회주의 공투단 결성을 제안하면서 해방연대와 사노준을 공동의 당 건설투쟁 주체로 나설 것을 희망하며 제안대상에 명시적으로 포함시킨 것은 바로 이러한 뜻에서다.
사회주의 공투단은 사회주의 정치활동 수준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것
해방연대는 사노련이 제안한 ‘사회주의공투단’의 내용이 애매하고 조합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지, 가슴을 열고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사회주의공투단’의 가장 기본적인 일상 활동은 전국 곳곳의 현장에서 수백 명의 현장활동가들이 수만 부의 사회주의 대중정치신문을 격주 또는 주간으로 동시에 공공연하게 배포하는 것이다. 이것을 지금 각 조직이 실제로 실천하는 수준과 솔직하게 비교해보자. 사회주의 대중정치신문은 다양하게 축적된 경험과 역량을 집약함으로써 그 내용과 형식에서도 기존 사회주의 신문들에 비해 질적인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사회주의 대중정치신문 사업만으로도 사회주의 세력의 현장 결합력과 지도력은 비약적인 성장을 겪게 될 것이다.
그로부터 시작해서, 사회주의공투단에는 공동의 당 건설투쟁에 필요한 모든 것이 열려 있다. 공동의 당 강령초안 준비작업도 적절한 방식을 채택하여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정세의 긴박함에 따라 공세적인 계급적 요구를 내건 전국적 연대파업을 아래로부터 주도적으로 조직해 내는 것 또한 상당한 가능성을 갖고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 정치활동은 무차별 국민이 아니라 현장노동자들과 결합하는 것
그런데 사회주의공투단이 펼쳐야 할 사회주의 정치활동은 지금 해방연대가 주력하는 것처럼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특정한 날을 잡아 무차별적으로 오고가는 ‘국민’을 상대로 펼치는 그런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회주의공투단은 노동자들이 일하고 투쟁하는 전국 곳곳의 수많은 현장에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전개되는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개척해 나가야 할 것이다.
자기 현장의 사안부터 전 계급적, 전 사회적 사안까지 노동자계급의 총체적 관점으로 바라보고 실천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포괄적인 사회주의 정치선동을 현장에서 조직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 대중투쟁이 자본주의 자체에 맞선 투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사회주의공투단은 노동자들의 계급투쟁 역량 성장과 굳건히 결합된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체계와 역량을 전국 곳곳의 수많은 현장 속에 깊이 뿌리내려 가야 할 것이다.
해방연대와 사노련의 양자 토론회를 제안한다
사노련은 조만간 해방연대의 답변서에 대한 재답변서를 책임성 있게 보낼 것이며 공개할 것이다. 여기서 사노련은 해방연대와 사노련 양 조직의 회원과 지지자들이 참여하는 공동 토론회 개최를 해방연대 동지들에게 정식으로 제안할 것이다. 공동의 당 건설투쟁에 나서기 위한 기준점이 무엇인지, 각자가 제안하는 당 건설투쟁 계획이 무엇인지, 올바른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방향이 무엇인지 전면적인 토론을 해보자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비판과 반비판, 확인과 검증 등 모든 것을 펼쳐 놓고 논의해보자는 것이다.
이런 양자 토론회를 통해 공동의 당 건설투쟁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최선의 결과가 될 것이다. 그렇지 못한다 해도, 이 토론회는 서로의 차이를 정확하게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미래의 진정한 협력을 위한 토대를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양준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