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신종플루를 대유행시키는가?
신종플루 확산에 대한 경고와 함께 전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데도 감염자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고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대유행’에 대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 사회는 여기에 적절한 방식의 대응책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한 용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11명이 신종플루 확진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이들은 초기에 자신의 증상을 호소했지만 회사는 이들에게 검사와 치료를 받을 기회마저 주지 않았다.
수년간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줄여 온 병원 관계자들은 이제 와서 간호인력 부족을 탓하며 신종플루에 대비한 예방과 치료를 사실상 방기하고 있다. 심지어 병원들은 신종플루 환자를 받지 않는 것이 이윤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신종플루 사망자가 발생하자 관련 기업의 주식들이 연일 치솟고 있다. 신종플루 ‘대유행’이라는 경고가 청정기와 세정제의 매출고를 올려주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아주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회의 불행이 그들 기업가들에게는 축복이다.
그러나 더욱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져야 할 것들이 있다.
아파도 잘릴까봐 아프다는 말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무상의료의 즉각 도입이라는 당당한 요구를 제기하는 것이다. 한 사회가 구성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필요한 곳에 필요한 물품이 즉각 지원되는 것이 당연하며, 이윤논리 때문에 이것이 늦어지는 것은 완전하게 부당하다.
자본가 정부는 초기 검진과 예방을 위한 조치에서 실패했다. 한 술 더 떠 신종플루 관련 예산마저 삭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본가들의 배를 불리려는 노력의 몇 십분의 일만이라도 투여할 수 있었다면 충분히 대비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자본을 위해서만 돌아가는 자본주의 체제는 값비싼 사회적 비용을 치르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노동자 민중은 무상의료와 예방을 위한 체계를 필요로 한다. 여기에서 무상의료를 위한 사회적 재원이 어디에서 충당되어야 하는지는, 사회적 위기를 이용해 배를 불린 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김상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