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추진위인가, 당건설 공투단인가?
사노련이 한국의 모든 사회주의자들과 선진노동자들에게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 노동자공동정치투쟁단 (이하 공투단)> 결성으로 함께 나아가자!”고 제안하자, 어떤 동지들은 “어차피 창당을 목표로 하고, 단체들의 연합이 아닌 개인 가입으로 할 것 같으면 <공투단>이 아니라 창당 추진위를 함께 결성하는 것이 맞다”고 답변한다.
기존 조직을 유지한 채 만드는 <공투단>이 아니라 기존 조직을 해산하고 만드는 창당 추진위라야 창당을 보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조직을 유지하는 <공투단>은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놓고 하는 것이므로 창당이 보장되지 않으며, 무소속 개인들 입장에서도 그런 <공투단>에는 흔쾌히 들어오고 싶지가 않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당 건설 경로 차원에서 ‘<공투단>→창당 추진위→ 본당’이 아니라 ‘창당 추진위→ 본당’이 옳다는 주장이다.
당 강령(안)도 없이 창당 추진위 결성?
언뜻 그럴 듯 해 보이는 이 주장은 결정적인 점들을 망각하고 있다. <공투단>과는 달리 창당 추진위라면 당연히 당 강령(안)을 확립해 놓고 출발해야 한다. 당 강령 없는 창당 추진위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당 강령 상의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어떻게 창당 추진위를 결성할 수 있겠는가?
일차적으로 당 강령에 대한 동의로 결집해야지, 다른 무엇을 가지고 당으로 결집할 것인가? 강령상의 일치가 이루어져 있다면 누가 추진위를 함께 하는 것에 반대할 수 있겠는가? 뭐하러 기존 조직을 유지하는 방식의 <공투단>이라는 경로를 고집하겠는가. 기존 조직을 해산하고 바로 추진위로 가지!
당 강령에 대한 일치는커녕 아직 당 강령 초안도 서로 제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직접 창당 추진위로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좋게 보아 순진한 것이고 최악의 경우 무원칙한 기회주의이다. 당 강령을 그냥 악세서리 정도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여기서 혹자는 ‘그렇다면 먼저 강령준비팀 같은 것을 만들어서 합의된 당 강령 초안을 빠르게 내오게 하고 그것으로 추진위를 결성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과연 그렇게 간단할까? 문제가 이렇게 간단하다면 정말이지 <공투단> 같은 과정을 거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그 같은 방식으로는 당 강령 준비 및 합의 과정이 책임 있게 진행된다는 보장이 거의 없다. 상호 강제할 수단도 없다.
강령상의 일치를 책임성 있게 강제하는 길
일단 <공투단>과 같은 형태로 결집해서 단일한 조직적 실천을 하는 속에서만 그나마 강령 상의 일치 과정이 강제되고 책임성을 띠면서 진행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그냥 기존대로 각 조직들의 활동이 따로 따로 진행되는 채로는 언제든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강령준비팀에서 뛰쳐나가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사소한 차이나 실천적 중요성을 갖지 않는 이론적 쟁점을 내세워 ‘같이 할 수 없음’을 강변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 동안 써클 정파들 간의 논의의 역사를 볼 때 충분히 예상되는 일이다. 이런 면에서 강령준비팀은 <공투단>보다도 훨씬 더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놓고 하는 것이다.
<공투단>이 비록 명목상 기존 조직을 유지하는 방식이지만 조직들이 실제 활동을 <공투단>으로 집중시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공투단> 방식은 강령준비팀처럼 실제 조직활동은 각각 따로 하는 방식보다 몇 백배는 더 강령의 확립을 보증할 것이다. 조직적 실천을 각각 따로 하는 강령준비팀보다 조직적 실천을 함께 하는 <공투단> 산하의 강령준비팀이 추진위 결성의 전제조건인 합의된 강령을 내오는 데 있어 백배는 더 확실한 보증일 것이다.
어차피 일치된 강령 없이는 창당 추진위는 결성될 수 없다. 강령 상의 일치를 이룸으로써만 비로소 기존 조직을 해산하고 창당 추진위로 갈 수 있다. 그렇다면 강령준비팀과 <공투단> 중 어느 쪽이 기존 조직의 해산을 실제로 가능케 하고 실제로 더 빠르게 할 것인가? 과연 강령준비팀을 통해 추진위로 가자는 것과 <공투단>을 통해 추진위로 가자는 것 가운데 어느 길이 실제 창당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길인가? 어느 것이 올바른 당 건설 경로인가? 답은 분명하다. <공투단>을 통한 길이다.
<공투단>이 더 확실한 당 건설 경로!
이 같은 구체적 상황을 놓고 볼 때 <공투단>이 아니라 곧바로 추진위를 함께 하는 것이 창당을 보증하는 경로라는 주장은 겉보기와는 달리 전혀 틀린 이야기이며, 실제는 정반대다. ‘당 건설 경로’는 정치 문제와 분리된 순수 조직 문제가 아니다. 인위적으로 정치 문제를 분리시키려고 하는 순간 경로는 더 꼬일 수밖에 없다. 추진위 결성은 일차적으로 정치적 통일을 전제로 한다. 이 정치적 통일을 확보하는 길은 당 강령상의 일치를 이루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
그것이 비실천적인 논쟁, 관념적 논쟁으로 흐르는 것을 막고 가장 빨리 추진위에 이를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공투단>은 이 강령상의 일치를 그 어떤 경로보다도 더 실천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경로다. <공투단>은 아직 강령상의 일치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아래와 같은 최소한의 기준만을 내걸고 있지만, 사회주의자들과 선진노동자들은 이 <공투단>을 통해 지금 즉각 공동의 당 건설 투쟁에 돌입할 수 있으며, 그 어떤 경로보다도 더 확실하고 빠르게 창당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 노동자계급 자기해방으로서의 노동자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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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클주의를 극복하고 확고한 당 건설 지향
양효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