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동자들이 보여준 길을 따라 진격 앞으로!
2008년 미국에서 터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세계자본주의는 거대한 위기 국면에 접어들었다. 물론 이 위기는 전적으로 세계자본가계급과 그들이 조종하고 있는 정부들, 국제금융기구들이 초래한 것이다.
하지만 철면피와 같은 자본가계급의 대응은 정해져 있다. 해고, 저임금, 노동강도 증대, 비정규직화 등 노동자계급에 대한 착취를 강화해 파멸해가는 반동적 자본주의를 구원하고자 발악하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위기 때면 유행병처럼 퍼지는 이른바 구조조정의 실체다. 하지만 이 구조조정은 하나의 걸림돌을 제거해야만 한다. 바로 저항하는 노동자들이다. “노동운동을 무자비하게 공격하여 무력화하라!” 이것이 경제위기 국면에서 자본가계급의 좌우명이다.
노동계급의 운명을 짊어진 사활적인 노동자 전선
적들의 진압작전에 맞서 노동운동의 운명을 건 투쟁들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미 IMF 직후 이 투쟁들을 경험한 바 있다. 96~97 정리해고분쇄 총파업에서 수십만의 민주노총 노동자들은 적들의 진압작전을 능히 무력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당시 민주노총 지도부의 일련의 배신적 타협으로 투쟁의 성과는 물거품이 됐다. 그러나 이후 이어진 일련의 투쟁들, 가령 98년 현대차, 99년 삼호중공업, 2001년 대우차 투쟁 등에서 노동자들은 결코 순순히 진압당하지 않겠다는 결의로 가열찬 투쟁을 전개했다.
이 모든 투쟁은 물론 완전한 승리를 쟁취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한국 노동자계급이 87년 이후 10여년의 진군을 통해 획득한 노동운동의 성과와 노동자 생존권을 지켜낸 것은 모두 이 투쟁들과 연결돼 있었다.
IMF 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때와 본질에서 다르지 않은 또 하나의 계급전선을 보고 있다. 자본가계급에 맞서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해 노동자계급이 한 판 전쟁에 나서고 있다. 불행하게도 한국노동운동은 그 동안 계속 수세로 내몰려왔다. 그 단적인 결과는 2008년에 터진 경제위기 국면에서 자본과 정부의 총공세(가령 비정규직 법안 개악 시도)에 변변한 총파업 없이 속수무책으로 떠밀리고 있는 민주노총의 현실이다. 지하철, 사회보험 등 공공부문에서 무차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구조조정, 금속완성차 노조들에서 전환배치와 비정규직 해고가 마음대로 자행되고 있는 현실은 단사 수준에서 나타나고 있는 그 대표적 사례다.
이처럼 단 하나의 체계적인 반격도 없이, 후퇴를 저지하기 위한 노동자투쟁의 바리케이드 하나 치지 못하고 밀려가는 상태가 지속됐다면, 이것은 IMF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한국노동운동을 심각하게 후퇴시켰을 것이다. 누군가 이런 상황에 맞서 ‘노동자 투쟁전선’을 세우고, 모든 노동자를 이 전선으로 결집해나가는 위대한 반격을 결단해야만 했다. 이 때 쌍용차 노동자들이 외쳤다 : “우리가 결단하겠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영웅적 결단으로 반격의 토대가 열리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내건 “정리해고 분쇄, 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 보장” 등의 요구는 바로 현재의 경제위기 국면에서 총자본의 공세에 맞선 총노동의 전선을 대변했다. 쌍용차 공장점거파업 주위로 총파업전선을 설치함으로써 정리해고에 맞선 제2의 96~97 총파업투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정말이지 사활적인 과제였다.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모든 것을 바쳤다. 이 요새는 작지만 아주 단단해서 총노동이 결집할 수 있는 구심점으로 두 달여를 훌륭하게 지탱했다. 그러나 이 소중하고도 사활적인 기회를 민주노총과 금속노조는 날려버렸다. ‘공권력 투입시 총파업’이란 상층 지도부의 선언은 총노동 전선 건설을 회피하기 위한 알리바이에 불과했다. 결국 ‘공권력 투입’이 눈앞에서 명백하게 일어났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것은 갑자기 일어난 사태는 물론 아니었다. 10여년 동안 투쟁을 회피하고 계속 타협과 양보에 의존했던 다수 노동조합 지도자들의 책임이 크다. 민주노조운동으로 대표되는 한국노동운동은 이제 그 밑바탕에서 완전히 재조직되어야 한다!
결국 총노동의 전선은 깨지고 말았다. 아니 건설되지도 못한 채 패배를 지켜봐야만 했다. 중무장한 경찰, 용역깡패를 동원해 자본과 정부는 총자본의 힘을 쏟아 부었고, 결국 쌍용차 공장점거투쟁은 진압당하고 말았다. 이것은 또 하나의 패배인가? 그렇다. 한국노동운동은 98년 현대차, 2001년 대우차에 이어 또 한 번의 패배를 겪었다. 그러나 쌍용차 노동자들의 위대한 투쟁을 통해 이후의 반격을 조직할 수 있는 소중한 밑거름이 형성됐다.
그들이 가르친 길을 따라 앞으로!
쌍용차 노동자들은 지지 않기 위해서 노동자계급이 힘을 모아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공장점거파업은 교섭이 아니라 노동자의 힘을 남김없이 동원하는 결사적인 투쟁만이 대안임을 보여주었다. 공장점거파업을 통해 형성돼 나갔던 분임조장 중심의 아래로부터의 파업 주도력은 일상적인 노동조합 기구를 뛰어넘어 전체 현장노동자가 주도력을 발휘하는 ‘파업위원회’ 사상을 웅변했다. 자위를 위해 무장한 노동자들은 경찰과 깡패의 물리력에 맞선 노동자군대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바로 이것을 모든 곳에서 되살리고 확대 강화하는 것, 바로 여기에 반격의 길이 놓여 있다. 그 점에서 이번 쌍용차 투쟁은 승리의 서막을 여는 위대한 투쟁이었다.
다음으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산별노조)의 관료화는 노동조합 상층 관료체계가 노동자계급 투쟁전선을 주도하는 것이 불가능함을 보여주었다. 노동자계급의 연대의지와 숭고한 책임감으로 자발적으로 모여들고 경찰, 용역깡패, 구사대에 맞서 투쟁했던 수백, 수천의 자발적 선봉대, 연대투쟁 대오가 바로 희망이다. 이들에 의해 아래로부터의 새로운 노동자단결 투쟁전선을 조직해나가는 것에 희망이 있다. 물론 한 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길이 없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쌍용차에서 위력적인 노동자군대를 재건하는 것은 물론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나 땀과 최루액에 뒤범벅이 된 몸을 씻을 물도 없고, 똥도 안 나오는 주먹밥을 집어삼키며 수천 명의 중무장한 진압전문 병력 앞에서 한 달 이상을 버티며 항쟁한 이 노동자들이라면 민주노조 재건은 결코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이 제시한 길을 따라 약점을 극복하면서 더 강력한 반격이 조직돼야 한다. 이 반격이 여지저기서 성장함으로써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망이 기필코 열릴 것이다. 기다려라! 2009년 쌍용차 공장점거파업은 다시 온다! 더 강력한 단결과 경험으로 무장한 위력적인 노동자군대를 당신들은 보게 될 것이다. 벌벌 떨게 될 것이다! 쌍용차 공장점거 파업 만세!
최영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