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대우 잠정합의 가결 - 시급히 오류를 극복하고 전열을 가다듬어야
잠정합의, 갑작스런 날벼락!
7월 17일, GM대우 노사간의 잠정합의가 극적으로 이뤄졌다. 조합원들이 소식을 접하기도 전에 언론사 속보가 바로 뜨기 시작했다. ‘GM대우 노사 잠정합의 - 임금 동결하기로!’ 쌍용차 노동자들이 목숨을 건 투쟁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파업 한번 없이, 임금 동결을 합의한 GM대우차 지부가 정부와 자본가 언론에게는 효자나 다름없었다.
개악안 철회가 큰 성과인가?
GM대우차 이남묵 지부장은 “09년임금협상을 진행하면서 교섭기조는 고용안정과 창원해고자 복직에 두었으며 안정적인 미래를 위한 신차개발 및 투입 인위적인 정리해고 없는 고용보장 확약 등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많은 성과를 09임투에서 이루어냈다” 며 임금동결을 제외한 모든 요구가 관철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번 잠정합의안 내용을 살펴보면 회사의 개악안 철회 외에는 그 어떤 것 하나 쟁취한 것이 없다.
잠정합의안의 내용!
1. 임금동결은 실질적인 임금 삭감이다. 이미 잔업과 특근이 줄어들어 실질임금이 반토막난 상황에다 물가는 매년 3~5%씩 오르고 있기 때문에 임금을 동결한다는 것은 임금을 삭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미국 GM사장이 퇴직으로 받은 돈이 165억에 앞으로 평생 100억여원을 더 받는다는데, 임원들이 챙겨갈 돈은 수백억씩 쌓여 있어도 노동자들에게는 한 푼도 더 내놓지 못하겠다는 사측에 맞서 오히려 책임을 정확하게 묻는 요구를 제기해야 옳지 않은가!
2. 해고자 복직문제 역시 제대로 해결되지 않았다. GM대우차 지부 집행부는 “회사는 창원사업본부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소송 종료 후 노동조합에서 협의 요청시 즉시 협의에 응한다.”라는 합의서를 “소송 종료 후 복직을 전제로 한 협의”라고 설명한다. 어떻게 “협의에 응한다”를 “복직을 전제로 한”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가? 노-사 합의사항도 필요하면 파기하는 것이 사측인데, “협의”로 강제될 수 있겠는가? 그리말디 사장이 작년에 했던 복직에 대한 약속은 ‘통역상의 오해’라며 없던 게 되어버렸던 사실도 잊으려고 한다.
3. 고용안정과 임금동결을 맞바꿨다? 단협도 해지되는 판에 확약서 따위는 휴지조각이 되기 일쑤다.
4. 지난 13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서 쌍용차 노동자들의 투쟁에 함께 연대하고자 “중앙교섭 및 임단협 8월 휴가 이후 연기, 주 1회 이상 파업 및 전면파업, 임원선거 연기”등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번 GM대우 노사 잠정합의는 이러한 금속노조 대대 결정사항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쌍용차 동지들의 투쟁에 더욱 적극적으로 연대하기는커녕 어렵게 결의한 금속노조 전체의 투쟁 흐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잠정합의안 가결 - 누구의 문제인가?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가 22-23일 진행되었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은 잠정합의안을 받아본 후 “개악안 철회했다고 합의하는 것이, 이 따위가 노조라 할 수 있나”라며 분노했다. 조합원들이 이렇게 분노했지만 현장의 부결투쟁은 제대로 조직되지 않았다. 현장의 활동가들이 부결을 조직하지 않고, 투쟁의 전면에 나서지 않은 상태에서 사측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관리자들을 중심으로 “회사가 살기 위해선 가결해야 한다”며 잠정합의 가결을 위한 작업에 대대적으로 돌입했다. 결국 잠정합의안은 전체 66.3%의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부결될 것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가결된 어이없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찬성에 표를 찍은 66% 조합원의 문제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현장을 투쟁으로 조직하지 못한 현장활동가의 한계이다. 노동자의 원칙을 가지고 현장을 투쟁으로 조직하는 현장활동가가 취약한 GM대우차 지부의 상황이 이번 잠정합의안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대중에게 책임을 돌려선 안 된다. 투쟁하려는 현장활동가들의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창원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