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선언을 진정한 연대파업으로 만들기 위해
“당장 라인 끊고 나오는게 어디 쉽습니까? 지도부 지침도 없는데……”
민주노총이 총파업을 선언하였고, 금속노조가 22~23일 4시간 파업을 결의하였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총파업은 선언으로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미 지도부 사퇴라는 방식으로 전선에서 이탈해버린 현대차 지도부, 쌍용차 투쟁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임금동결 잠정합의로 이탈해버린 GM대우차 지도부, 완성차가 못하면 우리도 어렵다는 핑계를 대며 이탈을 합리화하려는 일부 부품사 지도부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포기할 것인가? 지도부가 지침을 내리지 못하면 쌍용차 동지들이 처절하게 짓밟히는 것을 그저 지켜보아야만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진정한 총파업은 지도부의 지침에 의해 집행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수레바퀴를 앞으로 굴려가려는 노동계급의 아래로부터의 역동적 투쟁에 의해 집행되어왔다. 87년 대투쟁에 지도부 지침이 있었던가? 96~97 총파업은 민주노총 지도부의 선언 때문에 수행된 것이던가?
아래로부터의 결단
이번 총파업 선언을 진정한 총파업으로 만들어내는 것은 지도부가 아니라 현장 밑바닥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노동계급의 의리와 연대의식이다. 그것을 알고 있는 동지들이 먼저 나서야 한다. 지도부가 지침을 수행하지 않으려 한다면, 지도부의 멱살을 붙잡아서라도 지침을 이행하도록 만들겠다는 각오로 말이다.
쌍용차 점거파업 또한 그런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지도부의 전면파업 선언이 있었지만, 파업을 실제로 역동적으로 만든 것은 선언이 아니라 자발적인 삭발식과 분임토론 등 평범한 조합원들의 아래로부터 행동들이었다.
물론 정리해고라는 자본의 전면공격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기에 조합원들의 분노가 조직되었다는 측면도 있지만,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행동이 없었다면 저토록 강고한 파업 사수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돌이켜 본다면 98 현대차 정리해고 투쟁 역시 지도부의 선언이 아니라, 정리해고 통보서가 날아든 직후 아래로부터 분노를 조직해온 조합원들의 집단행동에 의해 밀어올려진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연대파업 성사를 위해, 파업 선언을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가장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그것은 이 싸움이 단순한 연대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투쟁이라는 각성을 위해, 이명박과 자본가들이 행하고 있는 모든 탄압행위를 낱낱이 폭로하고 분노를 조직하는 것이다. 쌍용차지부 정책부장 아내의 비통한 죽음은, 이제 전국의 현장에서 “해고는 살인” “죽음의 행렬”이란 말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이제 그 분노를 어떤 방식으로 표출할 것인가를 활동가들 스스로에게, 그리고 대중들에게 솔직하게 질문할 때이다.
물론 우리는 그 답을 알고 있다. 답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 답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를 먼저 계산하고 있기 때문에 나서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시야를 조금만 더 미래로 옮겨보자. 만일 지금 행동으로 옮기지 못한다면, 이번 투쟁의 패배가 앞으로 모든 현장에 미치게 될 파급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해보자는 것이다. 쌍용차에서 기선을 제압한 이명박과 자본가들이 이제 자신의 발톱을 어디로 겨누겠는가!
우리가 알고 있는 답을 실천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와, 실천을 포기함으로써 치러야 할 대가가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계산해본 이들이라면, 이제 결의를 모아내야 한다. 60일 넘게 처절한 파업투쟁 끝에, 이제 공권력의 살인진압 앞에 놓인 상황에서마저 도망갈 것인지를 준엄하게 자신의 현장 지도부에게 묻고, 아래로부터의 분노를 조직하여 연대투쟁, 연대파업의 물결을 만들어내기 위한 결의를!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