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노동자 민중이 투쟁을 시작하다!
지난 6월 12일 이란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부정선거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이에 항의하는 수백만이 참가한 거대한 시위가 벌어져 정부발표만으로도 27명이 죽는 일이 발생했다. 이슬람 신정정치의 전위대인 혁명수비대와 바시지민병대를 동원한 잔인한 탄압에도 불구하고, 며칠 전 9일에도 1999년 학생시위 기념대회에 수천 명이 참가하여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충돌했다.
선거 조작
정부에 대한 광범위한 불만이 퍼져있는 상황에서 이란인 대부분은 이번 선거를 박빙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이슬람신정세력이 장악하고 있던 정부는 투표일 전부터 인터넷과 전자통신 시스템들을 통제하고 국영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 대중매체에 대한 접근권을 차단하여 반대파의 목소리를 억눌렀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주의적 정책을 내세우며 인기를 얻은 무사비후보측은 인터넷 소셜네트워크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휴대폰 단문메시지(SMS) 등에 의존해야 했다. 선거일 하루 전에는 휴대폰 단문메시지 서비스마저 중단시켰고 아직껏 복구되지 않고 있다. 또한 투표당일에는 투표를 지연시키고, 마감시간도 되기 전에 투표소 문을 닫았다. 심지어 유효 투표수가 등록 유권자 수를 넘어선 곳이 발생하기도 했다. 결국 아마디네자드 후보가 63%라는 압도적 득표율을 얻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고, 반대파 지지자들과 민중들은 거리로 나선 것이다.
이란민중 속에서 성장하는 광범위한 불만
중동의 다른 많은 이슬람 신정세력들처럼 아마디네자드 파벌은 빈곤퇴치와 사회적 약자보호를 내세웠지만 노동자민중의 빈곤은 더욱 심화되었다. 특히, 이 정부는 3개월에 한 번씩 노동자를 해고하고 재계약하는 관행을 만들어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50억 달러 규모의 공공부문을 민영화하면서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후퇴시켰다.
또한 그들 지배자들은 반제국주의를 명분으로 노동자민중의 저항을 원천적으로 압살해왔다. 1979년 민중봉기로 팔레비 독재정권이 타도되었지만, 이슬람신정세력은 봉기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중동에서 가장 오래된 공산당인 투데당을 파괴하는 등 좌파세력을 거의 초토화 시킨 이후 독재정권의 자리를 그대로 차지했다. 단지, 친미에서 반미로 변했을 뿐, 노동자민중에 대해서는 그 위에 군림하는 똑같은 지배자일 뿐이었다. 노동조합은 인정되지 않았고, 여성들은 혐오의 대상이 되었다.
아마디네자드도 무사비도 아니다
이러한 오래된 불만이 최근 경제위기와 이번 대선을 계기로 분출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그 분출은 정치적으로 모호할뿐더러, 왜곡된 것이다. 시위의 공식적인 정치적대표자인 무사비 후보 역시 아마디네자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이다. 그는 이슬람통제 완화와 고립 탈피를 주장하며 신정관료들을 부분적으로 비판했지만, 시장경제, 기업ㆍ언론 민영화를 표방하며 자본가계급을 대변하면서 도시 중간계급, 자본가, 인텔리 여성들로부터 기반을 만들었다.
또한 그는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밑에서 총리를 지내며, 수천 명을 살해하고 투옥했던 전력을 가진 반동이다. 그리고 이란-이라크 전쟁 때 수많은 젊은이들을 사지로 내몰았고, 이란에 신정정부가 들어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지배자들에 맞서 저항하는 이란 노동자 민중이 알라의 정의를 외치고, 이런 인물과 뒤섞여 있는 상황이 극복되지 않는다면, 이들은 또 다시 소중한 투쟁의 성과를 도둑질당할 것이다.
2라운드에는 노동자민중이 본격적으로 나설 것
그렇지만, 시위대는 단지 아마디네자드에 대해서만 반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 그가 독재자로 알려져 있지만, 이슬람신정체제 하의 이란의 실권은 행정부 대통령이 아니라 이슬람 성직자들로 구성된 ‘혁명수호위원회’가 선출한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가 쥐고 있고 시위대는 바로 이 혁명수호위원회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시지 민병대가 총을 쏘며 탄압하고 있지만, 노동자민중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지배자에 대항해 저항을 시작했다. 그 저항은 올바른 길을 찾아나갈 것이고 중간계급이 주도하며 시작한 투쟁의 바통을 노동자민중이 본격적으로 넘겨받을 것이다.
무사비측이 지배체제 전체의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은 대중적 심리가 얼마나 급진화되고 있는 상황인가를 반영한다. 거친 형태이지만 억압에 맞서 해방을 향한 이란 노동자민중의 전진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이 전진이 성공하기 위해선, 다음의 한 가지 요소가 더해져야 한다. 노동자 민중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 그리고 이 독립성을 지키고 노동자 혁명으로 연결시킬 혁명적 사회주의 지도력을 시급히 건설해내는 것.
정원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