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다가는 민주노조운동 망한다
-금속노조 24차 임시대의원대회는 우리에게 경고한다
금속노조 24차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지역지부 전환에 관련된 금속노조 원안은 부결되었고 현장발의안은 표결에 부치지도 못했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기업지부를 희구하는 어용과 중소사업장 동지들의 산별강화론 사이의 투쟁
금속노조 원안은 현재의 기업지부와 그 성격이 대동소이하다. 실제적인 교섭권과 관장력을 대표지회장이 가지게 되는 원안은, 기존 금속노조 중앙위에서 표결된 단일안이라는 점에서 중앙파를 제외한 각 정파의 잠정합의안 성격을 가진다. 평소 과반 이상을 점해왔던 국민파의 세력을 감안하면, 중앙파를 제외한 제 정파의 합의안이 통과되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규약개정안’이기에 성원 2/3의 지지가 필요한 원안은, 547명중 287명의 지지, 258명의 반대, 2명의 기권으로 부결되었다. 이 원안이 부결되었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첫 번째, 이것은 어용의 세력확장을 의미한다. 그들은 사실상 기업지부의 유지를 뜻하는 원안에 조차 볼멘소리를 했다. 소위 ‘기아노조사수대책위’의 지역지부전환 반대운동 등을 돌이켜보자. 이들은 대표지회장의 권한축소를 담은 현장발의안을 노골적으로 비토한 것은 물론, 최소한의 산별노조 건설을 뜻하는 원안마저 반대했다. 소위 ‘민주파’라 불리는 각 정파의 관장력이 미치지 않는 어용의 세력이 강화된 것이며, 이것은 현재의 민주노조 운동이 얼마나 큰 위기에 처해있는가를 여실히 드러낸다.
두 번째, 이것은 구조조정의 칼바람 앞에 놓인 부품사․중소사업장 동지들의 산별강화 열망을 반영했다. 구조조정의 공세를 맨몸으로 맞고 있는 중소사업장 동지들에게 지역산별의 강화는 절실한 것이었다는 말이다. 대공장이 중소사업장과 지역의 연대투쟁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부품사 동지들 중 상당수가 원안에 반대했고, 부품사의 압도적 다수가 현장발의안의 일반안건 처리를 요구했다.
431명중 271명의 지지로 현장발의안은 과반 동의만 필요한 일반결의로 해석되었고, 이는 대대가 계속 진행되었다면 현장발의안이 통과되는 것을 뜻했다. 만약 판매/정비 대의원들이 집단퇴장해 대대가 유회되지 않았다면 현장발의안은 가결되었을 것이다.
연대투쟁이 절실하다
대공장의 자조직 중심주의, 단사 보신주의, 옆 사업장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으로 죽어나가건 말건 우리 고용만 지키면 된다는 천박한 조합주의를 극복하지 못하면 운동의 미래는 없다는 것. 이번 24차 금속노조 임시대의원대회는 우리에게 심각한 경고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대대에서 한 동지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금속노조는 현대․기아차 중심으로 다 해왔다. 파괴력 있는 대공장에서 열심히 잘 싸우라고 아무 말 안했다. 그런데 대공장 동지들, 아까 쌍용차 연대총파업에 대하여 어떤 결론을 냈는가? 지금까지 완성차 동지들 중심으로 해왔던 결과가 고작 이것인가?” 그렇다! 현재 금속노조 15만은 전혀 하나가 되고 있지 못하다.
쌍용차 동지들이 죽어가건 말건, 완성차 물량감소를 빌미로 부품사 동지들이 해고되건 말건, 우리 사업장과 내 고용만 지켜지면 된다는 의식 속에 노동자계급은 갈가리 찢겨지고 있다. ‘금속대대에서 어떻게 결정하건 현대차는 연대파업 못한다’는 정갑득 위원장의 기만적 투쟁회피 속에 금속15만, 아니 천오백만 노동자는 갈가리 찢기고 있다. 당장 완성차 주간연속2교대 투쟁에서 부품사 동지들의 생존권보장 요구조차 결합해서 내걸지 못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13일 금속대대는 민주노조 운동에 만연한 단사 보신주의가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아래로부터의 연대투쟁 뿐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연대, 업종과 지역을 초월한 연대로 전진했던 미포투쟁을 돌이켜보자. 지역지부라서 그 투쟁이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기업지부라서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핵심은 지역과 업종을 초월한 연대투쟁을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에 있다. 이런 고민 속에서 지역지부 문제가 사고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지역지부체제, 그 어떤 산별이 등장한다 한들 껍데기일 뿐이다. 공황은 현재진행형이다. 현장의 투사들과 사회주의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답해야 한다.
쌍차 연대투쟁과 관련, 이번 대대에서 제출된 ‘수정동의안’(하단 기사 참조)은 그 정신을 대표한 소중한 안이었다.
전주지역 활동가
금속노조 대의원대회 수정동의안
“정리해고 분쇄, 분사 철회, 총고용 보장 위해 총파업 결의하자!”
아래는 대의원 41명이 결의를 모아 7월 13일 금속노조 대의원대회에 제출한 수정동의안이다. 이 동의안은 비록 부결됐지만, 525명 가운데 177명(34%)의 지지를 받았다.
현장발의된 “쌍용차 정리해고 저지투쟁 승리를 위한 대책(안)”에 대한 수정동의안
▣ 쌍용차를 비롯한 금속사업장에 진행 중인 정리해고를 분쇄하기 위해 “쌍용차 투쟁 종결 없이 중앙교섭 타결 없다”는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금속노조 6기 임원 선거를 쌍용차 정리해고 분쇄 투쟁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연기한다.
▣ 7월 11일 공권력이 쌍용차에 이미 투입된 시점이기에 “공권력 투입 시 즉각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기존 방침을 즉각 집행해야 한다. 쌍용차 정리해고 분쇄, 분사계획 철회와 총고용 보장을 쟁취하기 위해 금속노조는 아래와 같은 총파업 투쟁방침을 결의한다.
【투쟁방침】
1. “쌍용차 공권력 투입 시 즉각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기존 방침을 즉각 집행하자!
2. 7월 15일~24일까지 투쟁 방침
15일(수) 4시간 파업 16일(목) 6시간 파업 / 전 조합원 평택집중투쟁
21일(화) 전면파업 22일(수) 전면파업 23일(목) 전면파업
3. 7월 24일 이후 투쟁은 상황 전개를 보고 전면파업을 이어가도록 한다.
아래는 대의원대회 때 수정동의안 발의자가 안을 설명하면서 지지를 호소한 내용이다.
쌍용자동차 현장에 이미 공권력이 투입되었다. 공권력은 이미 6월 26일 용역을 앞세운 형태로 이미 쌍용차 현장에 투입되었고, 7월 11일부터는 본격적으로 단독 투입되어 지금 이 시간에도 현장을 유린하고 있다. 이제 “공권력 투입 시 총파업”이라는 기존 방침을 즉각 집행할 때다!
점거파업을 경험해 본 동지들은 모두가 알고 있지 않은가? 경찰 병력과 구사대에 포위·고립되어 있을 때,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얼마나 피가 마르는 고통을 겪게 되는지! 평택공장은 거대한 포로수용소가 되어버렸다. 지금 이 상황에서 총파업이라는 무기를 꺼내들지 않는다면, 도대체 언제 그 무기를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쌍용차 구조조정은 자동차산업 및 제조업 구조조정의 지렛대 역할을 한다. 쌍용차에서 못 막으면 모든 사업장에 정리해고 광풍이 올 것이다! 따라서 쌍용차 투쟁은 단순히 쌍용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를 분쇄하는 투쟁만이 아니다. 여기서 틀어막아야 전체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 공장들 역시 파업투쟁을 하지 않고서는 해결할 수 없는 엄청난 내부 쟁점들을 안고 있다. 울산과 아산에서는 비정규직 집단해고 문제, 물량나누기·전환배치·혼류생산 및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문제가 걸려있고, 최근 전주에서는 버스부 전환배치냐 비정규직 집단 해고냐를 던지는 사측의 공세가 펼쳐지고 있다.
쌍용차에서 밀리면 곧바로 GM대우에서 동일한 일이 벌어질 것이며, 그러고 나면 연이어 현대기아차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반대로 쌍용차에서 막아내기만 한다면, GM대우와 현대기아차 구조조정에도 브레이크가 걸리게 되며, 자연스럽게 부품사에 대한 공격수위도 낮아질 것이다.
저들이 포위와 고립전술을 구사하는 핵심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노조파괴, 노동자 죽이기를 위해서다. 단순히 쌍용차지부 하나 죽이자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사측이 끝까지 버티면 노동조합의 파업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본보기’를 세우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공격은 더 넓은 노동계급의 단결과 연대로 맞서야 한다. 출발점은 바로 금속노동자 전체의 총파업이다.
편집부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