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소리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국회에서의 소동을 규탄한다
[편집자 주]
비정규직법 시행 대 유예를 놓고 정치권에서 촉발된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법안의 직접 당사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장은 사회적으로 충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충남 서산에 위치한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조합원으로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이청우 동지에게는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Q : 먼저 동희오토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부탁합니다.
A : 기아자동차 ‘모닝’을 생산하는 동희오토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모닝 단일차종을 90만대 가까이 생산할 정도로 초대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900여명에 달하는 생산직 노동자는 전원이 비정규직으로서 현재 17개의 사내하청 업체에 1년 단위 계약직으로 고용되어 있습니다. 동희오토의 정규직은 사무ㆍ관리ㆍ기술직에만 150여명 고용되어 있을 뿐입니다.
이것은 비정규직화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경제위기’와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회사는 초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노동자를 쥐어짜고 노동조합을 탄압하는 행위는 멈출 줄 모릅니다. 경제위기를 볼모로 노동자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자본가들의 행위가 얼마나 가증스러운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Q : 사측의 해고와 노조탄압에 맞서 그동안 어떻게 투쟁해왔습니까?
A : 사내하청지회는 현장에 조직력을 갖고 있지 못한 한계로 사실상 소수의 인원으로 투쟁해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작년 말부터 2차례에 걸쳐 4명의 노동자들이 구속되기까지 했습니다. 최근의 대양기업 폐업에 맞서서는 6월 18일부터 시청 앞에 천막농성을 벌이면서 공장 앞 1박2일 노숙농성을 전개하기도 했습니다. 현장의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활동과 더불어 동희오토의 비정규직 문제를 사회적으로 알리고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사용주라 할 수 있는 현대ㆍ기아차 자본을 폭로, 타격하는 투쟁을 전개해 왔습니다.
Q : 비정규직법 시행 여부에 상관없이 이미 일상적으로 해고가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현장의 실상은 어떻습니까?
A : 동희오토는 해고백화점이라고 할 만큼 지난 5년 동안 무수한 해고를 자행해왔습니다. 그 형태로는 1년 또는 2년 단위 계약해지, 업체폐업을 통한 해고, 징계해고, 수습사원 채용취소 등 다양한 방식으로 약 100여명에 가까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당해왔습니다. 4번의 업체 폐업과 7번의 계약해지, 5번의 징계해고 등 그 수를 세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이 모든 해고가 민주노조 탄압의 수단으로 사용되었는데, 업체 폐업의 경우를 보면, 2005년 민주노조 조합원 다수가 가입한 업체를 민주노조가 현장에서 공개 활동을 시작한지 이틀 만에 전격 폐업해서 50여명의 노동자들을 해고한바 있고, 2008년은 한국노총 소속 어용노조 위원장을 사퇴시키고 민주적 집행부를 탄생시킨 업체를 민주파 집행부 당선 공고 다음날 폐업 발표함으로써 21명의 노동자들을 해고한바 있습니다. 비정규직법 시행 2년이 되는 지난 6월 30일에는 대양기업이라는 업체가 폐업하면서 또 2명의 노동자들을 해고한바 있습니다.
‘2년 이상 고용 시 정규직화’라는 조항은 그 사용기간이 2년이냐 4년이냐와 무관하게 수시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고되는 것을 정당화해주었고, 사내하청처럼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그마저 비정규직법의 사각지대로서 아예 업체폐업이라는 형태로 해고가 자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Q : 최근 비정규직법안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 당사자로서 이 국면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A : 비정규직법안의 문제를 현장 비정규직 대중이 바라보는 관점은 딱 하나입니다. “안 짤리고 일할 수 있느냐”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핵심 고민입니다. 노동자의 일자리를 실제로 지켜줄 수 있다면 그 법안이 쓸모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떤 법안이든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한나라당의 개악 법안이나 기존 법안이나 동희오토 비정규직 현장노동자들에게는 똑같습니다. 민주당 정권 시절 만들어진 기존 법안 하에서도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쉴 새 없이 짤렸고, 노동조합은 공격당했습니다. 따라서 만약 쟁점이 “비정규직 법안 개악저지”에만 맞춰진다면, 현장의 노동자들은 ‘우리와 관계없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비정규직 해고금지’ 및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자본가들에게 실제로 강제해내는 법안만이 의미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법안은 민주당과 한나라당 등의 자본가 정당들에게는 전혀 기대할 수 없습니다. 국회에서 지금 일어나는 소동에 기대하는 노동자들은 없습니다. 남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들 자신의 투쟁이고, 이것을 지지 엄호하는 민주노총의 결연한 투쟁입니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보장’을 내건 쌍용차 투쟁을 동희오토의 투쟁하는 동지들이 우리의 투쟁이라고 간주하고 연대하는 것도 그 이유 때문입니다.
누군가에 기대하지 않습니다. 특히 자본가 정당들이나 국회에 기대하지 않습니다.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스스로 단결하고 투쟁에 나서는 것이 일차적 해법이라 믿습니다. 비정규직 현장단위들이 수년간의 싸움 속에서 힘들어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황폐화된 삶이 다시 의미 있는 투쟁을 만들어낼 것이라 믿습니다. 이렇게 주체가 서고, 여기에 민주노조의 연대의 힘이 가세하는 것을 통해 승부를 봐야 합니다. 이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실천하는 것이 유일한 길이라 믿습니다.
Q : 향후 투쟁에 임하는 각오와 전국의 노동자 투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 동희오토의 문제는 단지 악랄한 개별사업장의 문제라고 볼 수 없습니다. 현대ㆍ기아차 자본이 무노조, 비정규직 공장을 목표로 야심차게 만들어낸 공장일 정도로, 자본은 격화되는 경쟁과 경제위기 국면의 돌파구로서 동희오토와 같은 착취구조를 제시하고 있고 이미 동희오토를 벤치마킹한 사업장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력한 옥쇄파업을 전개하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경우 자본이 분사계획을 통해서 완전 비정규직화 의도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판단합니다.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는 비록 소수의 해고자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만큼의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투쟁할 것입니다.
상반기 많은 사업장들에서 경제위기를 핑계로 한 자본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받아치지 못하고, 비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비정규직 우선해고를 눈감거나 정규직의 희망퇴직, 임금삭감, 복지축소, 심지어 정리해고도 용인하는 것은 자본에게 철저히 이용당하는 것일뿐더러 결국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불구덩이로 뛰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정규직, 비정규직의 구분을 뛰어넘는 계급적 단결과 연대를 바탕으로 ‘모든 형태의 해고 반대’, ‘비정규직 철폐’, ‘경제위기 책임전가 반대’ 투쟁으로 전국의 노동자 투사들이 과감하게 전진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