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우리 노동자들이 얼마나 높이 있는가를!
쌍용차 정리해고 분쇄투쟁, 6월 26~27일 영웅적 전투의 기록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희망퇴직 공세에 밀린 후 지난 5월 22일 전면파업의 깃발을 올렸다. 투쟁의 기지개를 늦게 폈지만, 전면적 투쟁의 불길이 솟구치자 수년간 계속되어 온 노동조합 지도부의 배신과 타락 속에서 죽은 줄 알았던 투쟁정신은 활화산처럼 타올랐다. 공장은 우리 것임을 선포한 쌍용차 노동자들의 점거파업은 쌍용차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들을 깨운 우렁찬 알람 소리다.
이 점거파업은 용역깡패와 구사대를 앞세운 사측의 공장침탈 작전이 전개된 27~28일 사이에 1차로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이 시험대를 훌륭히 통과했다. 평택 칠괴동에 ‘노동자 군대’가 조직됐음을 그들은 입증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이 전투를 통해 공장을 스스로 지킬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경험부족 때문에 생긴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쌍용차 노동자들은 중요한 승리의 시험대를 통과했다! 파산협박과 공권력의 공장 봉쇄로 점거파업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지만, 27~28일에 보여준 쌍용차 노동자들의 기개와 투쟁력이 유지된다면 어떠한 탄압도 감히 쌍용차 노동자들을 꺾지 못할 것이다!
6월 26일 - 사측의 진입
26일 이전에도 사측은 수차례 진입을 시도했다. 구사대들은 넓은 공장을 이리 저리 오가며 진입하려 했다. 그 때마다 조합원들은 빈틈을 메우기 위해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몇 차례 부분적으로 펼쳐진 전투를 막아냈지만, 사측의 진입 시도는 갈수록 강도가 높아졌고 마침내 우리의 허점을 찾았다.
26일 오후 4시경 주행시험장 쪽으로 1,200명이 넘는 구사대들이 들이닥쳤다. 사실 이 쪽은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지 않았다. 워낙 지역이 넓기도 했지만, 우리의 준비가 더 치밀했더라면 미리 바리케이드를 세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경계석을 사이에 두고 대치했을 때 빠레트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쌓았다면 적들의 진입은 좀 더 어려웠을 것이다. 그리고 방송차를 대고 노노갈등을 누가 일으키고 있는지를 관리자의 협박 때문에 반강제로 동원된 노동자들에게 설명했다면 이들에게 좀 더 많은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설마 하는 와중에 1,500명이 넘는 구사대가 경계석을 넘어 갑자기 진입을 시작했을 때는 이미 막기가 어려웠다. 특히 어제의 동료에서 이제 적처럼 만나게 된 파업불참 조합원들을 보며 조합원들의 마음속에 퍼져간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로운 심정이 그 순간 조합원들을 머뭇거리게 만들었다. 그 사이에 몇몇 동지들이 몸으로 사측의 진입을 막으려 했지만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본관 쪽으로 이동한 구사대는 선봉대와 대치했다. 일부 노동자들이 본관에 들어가 구사대의 본관 침탈을 막았지만 퇴각지침이 내려졌다. 본관 뒤편에서 벌어진 용역깡패와의 전투에서도 밀렸다. 원래 도장공장을 중심으로 한 2차 거점을 사수하는 것이 우리의 실제 목표였다 하더라도, 구사대에 강력한 응징을 가하며 질서정연한 퇴각을 조직했다면 우리 대오의 흐트러짐은 훨씬 줄었을 것이다.
퇴각마저도 노동자들의 인간성을 보여주다!
하지만 이날 공방전에서의 머뭇거림은 점거파업 노동자들이 투쟁의 정당성과 결연함을 잃어서 발생한 것이 아니었다. 이 머뭇거림은 형제 같은 동료들을 갈가리 찢어놓는 것을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인간성을 상실한 야비한 사측과 달리, 비록 구사대로 동원됐지만 함께 일했던 동료들의 마음속에 흐르고 있을 것이 분명한 고통과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었던 점거파업 노동자들의 숭고한 동료애와 인간성 때문에 발생했다. 이것은 자본가 놈들이 흉내도 내지 못할 노동자들의 위대함이 아니던가!
이 위대함은 잠시 퇴각을 낳았다. 그러나 이 위대함은 야비한 자본가 놈들에게 우리 노동자들이 질 수 없고,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의 원천이다. 그랬기에 노동자의 반격은 그만큼 거셀 수밖에 없었다. 노동자들은 2차 거점을 사수하기 위해 전열을 정비했다. 이때부터 노동자들의 놀랄만한 용기와 투지가 칠괴동을 점령했다.
대대적인 반격
이제 중요한 전투마다 선봉대가 앞장서며 전선을 사수했다. 조합원들도 자발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부터 막지 않으면 전체가 무너진다”는 각오가 모든 동지들의 눈에서 작렬하기 시작했다. 27일 새벽 세 시간 넘게 공방전이 펼쳐졌다. 공방전은 날이 밝고도 계속됐다. 오전에는 도장 쪽과 남문 쪽, 조립 3, 4라인 쪽에서 치열한 접전을 통해 수 백 명의 용역깡패와 구사대의 공세를 막아냈다.
그들은 생산라인을 서슴없이 파괴하면서까지 막무가내로 밀고 들어왔지만 조합원들은 자신의 전선을 침착하게 사수하면서 공장을 지켜냈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은 “진짜 생산시설을 아끼고 공장을 책임지려는 사람들은 파업노동자들이지, 거리낌 없이 생산시설을 파괴하는 용역깡패를 동원한 자본가 놈들이 아니다”라는 확신을 키웠다.
조합원들은 거점방어뿐 아니라 타격전을 통해 적들의 기세를 눌렀다. 수없이 훈련했고 그 훈련 때문에 혼란을 줄일 수 있었지만, 훈련과 실전은 많이 달랐다. 실전만한 훈련은 없다! 실전에 부딪치면서 조합원들은 용역깡패에 대한 두려움을 지우기 시작했다. 투쟁과정에서 용역깡패의 소화기에 맞아 이빨이 13개나 나간 동지, 쇠파이프에 머리를 맞아 실신하는 동지 등 수십 명의 동지가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그러나 투쟁 의지는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강해졌다.
조합원들은 과연 우리가 화염병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를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했다. 컨베이어를 타거나 설계도면을 들고 수십 년 간 생산에만 몰두해왔고, 법 없이도 살 수 있고,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해본 적이 없는 선량한 노동자들에게 어찌 화염병과 쇠파이프가 어울리겠는가? 그러나 조합원들은 알고 있었다. “우리의 손에 다시 임팩트를 움켜쥐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가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목숨처럼 소중하게 붙잡아야 한다!”
동지들을 지키기 위해서, 파업을 사수하기 위해서 하나 둘 스스로 결단을 내리기 시작했다. 연락체계와 지휘체계의 혼선 때문에 잠시 우왕좌왕하기도 했지만, 결단이 서자 우리는 용역깡패와 구사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더 철저하게 정비된다면 우리는 얼마나 거대한 힘을 가질 수 있을까?
더 단단해지는 노동자군대
피를 흘리지 않는 전투는 없지만 불필요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조직적이고 일사불란하게 싸워야 한다. 고립되어 다치는 동지들을 보면서 조합원들은 피눈물을 흘렸다. 이 피눈물 속에서 조합원들은 퇴각할 때는 ‘고립된 동지가 없는지 확인하고 함께 질서정연하게 퇴각해야 한다’는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타격 시 한 조가 오랜 시간 타격을 못하니까 그 조가 밀리기 전에 다른 조가 들어가야 하고, 후방에서 항상 지원조가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 고립되는 동지를 방어하고 피해 없이 퇴각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전투과정은 노동자들이 한 몸뚱이로 용접되어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내 한 몸보다는 옆의 동지를 생각하는 동지애가 한층 커졌다. 직접 앞에서 전투를 벌인 동지들뿐만 아니라 안의 바리케이드를 사수하기 위해 대기하느라 전투에 참가하지 못한 동지들, 바깥에서 밤을 새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 가대위 동지들과 연대단위 동지들, 굴뚝 고공농성 동지들이 혼연일체가 되어 싸웠기 때문에 우리는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27일 오후에는 500여명이 넘는 동지들이 달려왔다. 그 결과 사측은 더 이상 수가 없음을 느끼고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어떠한 희생도 두려워하지 않는 대담한 투쟁만이 사측을 굴복시킬 수 있고, 연대의 힘을 키울 수 있다!
승리의 전망을 움켜쥐고 뚝심 있게 전진하자!
물리적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조합원들이 조직적, 정신적으로 무장해 있었기 때문이다. 정리해고 철회, 분사 철회, 총고용보장 없이는 이 공장에 누구라도 발을 들이지 못한다는 결사항전의 의지가 공장 사수의 비결이었다. 이 결사항전의 의지가 없었다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그 살벌한 순간에, 그리고 이런 전투의 경험이 처음이었던 노동자들이 승리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했으리라! 이틀간의 전투에서 나타났던 수많은 빈틈들은 이 단호한 투쟁결의가 만들어낸 창조적 대응과 임기응변으로 능히 메워졌다. 앞으로도 파산 협박과 내부 흔들기에 넘어가지 않고 동지를 믿고 조직을 믿는 단결 정신을 사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사측의 공격은 마지막이 아니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고, 공권력까지 가세하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여오는 공세를 뚫고 이길 수 있을까? 마지막 고비다! 승리의 전망을 인식하고 장기파업의 피로 때문에 생겨나는 내부의 갈등을 풀어내 단결을 유지한다면 공장을 내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설사 공권력에 밀리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그것은 투쟁의 패배나 끝이 될 수 없다! 노동자들의 조직력과 전투력이 유지되고 연대대오의 폭넓은 결합이 있다면 패배란 없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나의 두 어깨에 자신과 가족들의 생존뿐만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런 생생한 책임감과 자부심이 조합원들의 마음속에서 커지고 있기 때문에 고립과 피로, 빗발치는 탄압을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연대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연대에 소홀했던 것에 대한 진심어린 반성과 평가를 하고 있다. 이런 반성은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 공동파업을 진행하고, “비정규직 포함 총고용보장”이란 투쟁 요구를 전면에 치켜드는 것으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 노동자계급의 힘을 확신하자!
공권력 투입 압박이 거세지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 전투를 통해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공권력 투입에 초점을 맞춰왔던 세부 준비에 실전을 통해 쌓인 자신감까지 더해지면서 노동자들의 결의는 치솟고 있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연대의 흐름이 계속 성장할 것이라 믿고 있다. 그 속도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얼마나 견고하게 버티느냐에 우선적으로 달려 있다. 또한 쌍용차 노동자들은 연대파업을 조직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정부투쟁의 힘을 키우기 위해 바깥에서의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다! 우리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공권력의 힘을 과대평가하지 말자, 우리의 힘을 확신하기만 하면 된다!
김강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