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사화는 정리해고의 또다른 이름! 총고용 쟁취도 놓칠 수 없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파업에 돌입하기 전부터 1998년 현대차 정리해고 분쇄투쟁, 2001년 대우차 정리해고 분쇄투쟁의 경험을 교육받은 바 있다. 그 내용은 주로 이런 것이었다.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치긴 했지만 노조를 믿고 끝까지 싸운 정리해고자들은 모두 현장으로 복직했지만, 희망퇴직으로 나간 이들은 결코 현장으로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
물론 자본이 희망퇴직으로 현장을 유린하던 시점에 이런 교육은 필요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의 정리해고 투쟁이 그런 교훈만 남긴 것은 아니었다. 사실 더 주목해 보아야 할 과거 투쟁의 한계와 오류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현대차와 대우차 정리해고 이전에 각각 수천명에 달하던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모조리 짤려나갔다는 사실, 그리고 비정규직 집단해고에 맞서 대개의 정규직노조들은 문제제기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에는 사내하청노조들이 조직되기 이전이라 비정규노동자들은 비명 소리 한번 지르지 못한 채 쫓겨나야 했다.
또한 정리해고자들의 복직은 투쟁을 통해서 완전한 승리를 쟁취하는 형태를 띠지 못했다. 물론 정리해고자들은 참으로 피눈물나는 복직투쟁을 전개했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의 복직과정에는 사내하청 비정규직 대규모 확대와 노동강도 강화를 노조 지도부가 합의하는 거래가 뒤따르곤 했다.
정규직보다 먼저 사내하청이 짤려나가고, 생산량이 회복된 후에는 밀려난 정규직의 일자리를 사내하청이 대체하면서 “비정규직은 정규직 고용의 방패막이”라는 왜곡된 의식이 현장에서 돋아났고, “노조는 내 고용을 지켜줄 수 없으니,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어놓자”는 패배의식과 경쟁의식이 단결과 투쟁의 기운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과거의 한계와 오류를 극복하는 쌍용차 노동자들의 반격
그러나 쌍용차 노동자들의 점거파업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과거의 한계를 넘으려는 노력이 전개되었다. 지난해 연말 새로운 집행부가 선출된 직후 “원·하청 총고용 보장” 원칙을 천명했고, 점거파업에 돌입하기 전 원·하청 노조의 지도부가 공동으로 고공굴뚝농성에 돌입했다.
또한 사측은 정리해고 신고와 동시에 분사계획을 내놓았는데, 이는 외주화를 통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겠다는 것으로서 정규직의 일자리를 비정규직으로 대체한다는 점에서는 정리해고와 본질상 동일한 것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분사화는 정리해고의 또다른 이름"이라며 정리해고 철회만이 아니라 분사 철회 없이는 결코 파업투쟁을 중단할 수 없다는 다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전 조합원의 절반이 분사 계획으로 비정규직화 위협에 처한 정비지회의 결의가 그러하다.
애초의 계획이 그러했는가와 무관하게, 굴뚝에 오른 3명의 전사들은 각각 ▲정리해고 철회 ▲분사 철회 ▲원·하청 총고용 보장이라는 깃발을 상징하고 있다. 굴뚝농성이 사측에 심대한 압박을 주는 것은 아닐지 모르나, 적어도 파업대오 전체의 정신적 깃발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분사 철회와 총고용 쟁취를 하지 않고서는 점거파업을 풀 수 없다! 고공의 전사들이 그 길을 가리키고 있다!
또한 이러한 방향은 과거 정리해고 투쟁이 가진 한계와 오류를 극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비정규직과 함께 손을 굳게 맞잡고 모두의 일자리를 지키는 것, 단 한 개의 일자리도 비정규직으로 돌릴 수 없다는 것!
누가 가르치지 않았지만 쌍용차 원·하청 노동자들의 점거파업은 그 길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아니, 점거파업이 열어준 열린 공간에서의 농성과정에서 함께 뒹굴고 토론하는 과정 자체가 대중들 스스로 그러한 방향이 옳다는 점을 가르친 것이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