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공동토론회가 남긴 과제 : ‘말의 동의’에서 ‘행동의 동의’로
4차 공동토론회에도 역시 두 개의 발제문이 나왔다. 그러나 토론회 참가자들은 두 발제문의 내용이 기본 흐름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이번 주제에 대해 조직위원회에서 최대한 단일 발제문을 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지금 노동자운동이 겪고 있는 현실 자체가, 현장에서부터 사회주의 운동 전면화를 위해 적극 나서지 않으면 단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이라는 데 대한 공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전진의 실마리
그간 다뤄졌던 현 정세와 당 건설, 혁명전략, 강령 등의 주제에 대해서는 큰 쟁점들이 대두됐다. 그것들은 여전히 논쟁이 되는 문제다. 그러나 이 모든 쟁점들은 반드시 “현장에서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전면화하는 노력” 위에서 다뤄져야만 우리 운동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은 소중한 성과다. “상황이 어렵다”, “어쩔 도리가 없다”는 현실론은 개량주의자들뿐만 아니라 사회주의 지향을 갖는 투사들의 발목도 붙잡아왔다. 사회주의자들이 노조 또는 노조 집행부 뒤에 숨어 독립적인 목소리를 내지 않고, 독립적인 실천을 조직하지 않는 것은 더 큰 투쟁의 가능성을 스스로 봉쇄하는 것이며, 노동자투쟁을 말아먹는 노조관료들의 행태에 암묵적으로 협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상황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사회주의 운동과 노동운동 모두를 전진시키지 못할 것이다. 오직 사회주의 운동을 전면화하는 것만이 이 상황을 바로잡을 수 있는 우선적인 통로라는 점에 최전선의 투사들이 공감하는 것이다.
선언에서 실천으로
무엇보다 실제 행동에서 사회주의 운동 전면화에 부합하는 실천을 하는지가 중요하다. 이를테면 “강령에 기초한 정치활동을 해야 한다”는 데 우리는 이견이 없었다. 그리고 발제문을 제출한 두 조직 모두 사회주의자들이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과 온갖 자본가세력들로부터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노조 집행부에 종속되지 않는 기층 운동(평조합원 운동)을 조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강령의 아주 중요한 일부다. 따라서 이 입장은 예컨대 쌍용차투쟁과 같은, 현 시기에 계급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 투쟁 속에서 직접 적용되고 검증되어야 한다. 그 속에서 사회주의자들은 자기 주장의 진정성을 입증해야 하며, 서로 간의 실천적 신뢰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번 토론회에 의의가 있다면, 바로 이러한 구체적 실천의 방향을 세웠다는 점, 사회주의자들의 공동 활동과 평가의 기준을 세웠다는 점이다. 이제 나머지는 온전히 실천의 몫이다.
물론 과연 무엇이 사회주의 운동의 전면화인가에 대해서는 더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당연히 실천적 토론이 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바로 이것이 사회주의 정치활동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실제 사례들을 풍부하게 갖고 있지 않다. 그런 시도 자체가 아직은 미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급하게 ‘정답’을 촉구하기보다는, 사회주의 강령의 원칙 안에서 다양하고 창조적인 시도를 해나가자. 스스로 경험하며 운동으로부터 배워나가자. 그런 경험과 교훈을 교류하는 진지한 접근을 통해 우리는 사회주의 운동 전면화의 길로 굽힘없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상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