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기를 잡기 위해 더욱 단단한 각오로!
쌍용차 노동자들의 기세가 시간이 갈수록 더욱 탄탄해지고 있다. 사기와 결의는 하늘을 찌를 듯한 수준이다.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파업대오 전원이 무장한 채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공장을 사수하고 있다.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점거파업의 열기
무엇보다 이번 점거파업은 평범한 조합원들의 아래로부터 자발성과 역동성이 핵심동력이라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10명 단위로 잘게 쪼갠 분임조에서 민주적으로 조장을 선출하고, 매일 분임조별 다양한 토론이 벌어지면서 피보다 진한 동지애가 현장을 지배한다.
특히 매일 저녁에 펼쳐지는 야간문화제는 평조합원들의 자유발언이 쏟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하루 일정을 정리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새로운 투쟁을 결의하는 ‘파업총회’ 기능을 하고 있다. 마치 광주항쟁 당시 매일 열린 도청 앞 집회처럼 말이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6월 9일, 흠뻑 젖은 채로 이어진 야간문화제에서는 “정권과 자본은 산 자와 죽은 자로 갈라 치려 하지만 우리는 하나다. 이미 한번 죽은 몸인데 무엇이 두려우랴”라며, 평생 마이크 한번 잡아보지 않았던 조합원들이 파업대오 전체에 힘을 불어넣고 있다.
보수정치권의 중재? 안 속는다! 이명박, 네가 직접 나오라!
물론 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6월 1일 사측의 직장폐쇄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에서 또다시 1천억 투자, 12억 출연, 5+5 실질임금 삭감에 무급순환휴직까지 포함된 자구안·양보안이 발표된 것이다. 현장에서는 “백번 양보해도 애초 자구안은 총고용보장을 전제로 한 것인데, 이미 1,600명이 강제 희망퇴직으로 나간 상황에서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목소리가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사측이 제시한 비용절감액보다 자구안이 담고 있는 임금삭감액이 더 크다는 점을 중요한 신호로 받아들인 쪽은 보수정치권이었다. 추미애 환경노동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 인사들이 빈번히 파업현장을 방문하며 “사측은 정리해고 유예하고 노측은 파업 풀고 대화하라”며 말도 안 되는 중재를 하겠다고 나섰다. 10일에는 한나라당 당정협의가 열려 또다시 임금삭감·무급휴직과 정리해고를 맞바꾸되 파업을 풀라는 중재안을 내놓으려 한다.
아무 권한도 없는 보수정치권이 나서서 중재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파업대오가 여전히 강건하기 때문에 공권력 투입 등 다른 수단을 쓰기 어렵기에, “파업만 철회하면…”이라고 떠들며 파업대오를 흔들려는 것이다.
그러나 쌍용차 사태해결의 실질 책임자는 이명박 정부다. 이를 정확히 알고 있는 쌍용차 파업노동자들은 노정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이 요구에 응할 경우 파업대오의 사기를 높여준다는 사실을 알기에, 직접 나서지 않고 권한 없는 정치권이 나서서 중재 운운하며 파업대오를 깨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응은 간단하다. 현재의 파업대오를 강고하게 유지하는 것, 정신적·조직적·물리적인 준비태세를 단단하게 갖추는 것이다.
우리는 양보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 아니다!
6월 5일 열린 노사정 간담회가 열리며 뭔가 교섭국면처럼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그러나 이 역시 헛소리 중재안으로 파업대오를 깨려는 수단에 불과했다. 여기에 간담회 내용이 ‘비공개’로 처리되면서 언론들이 각종 소설을 써대며 혼란을 초래했다. 모든 교섭원칙에서 노동자들은 공개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비공개가 될 경우 정권·사측·언론이 현장을 분열시키려는 이데올로기를 침투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 후 노사정 간담회는 재개되지 않았고, 6월 8일 정리해고 효력일에 맞춰 쌍용차지부는 그동안 제출한 일체의 자구안을 폐기하고 노정교섭 요구를 선포했다. 이는 잘못 꿰어진 첫 단추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며, 이제부터 위기의 책임을 자본과 정권에게 묻는 진짜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는 살기 위해 싸운 것이지, 양보하기 위해 투쟁해온 것이 아니지 않았던가!
금속노조 총파업이라는 정확한 전망을 향해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파업대오의 견결한 유지다. 이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현재 발휘되고 있는 아래로부터 자발성과 역동성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분임조장들의 협의체를 활성화하고 정신적·물리적 준비태세를 강화하는 것이다.
아울러 정권과 자본의 파업대오에 대한 (물리적·심리적·이데올로기적) 포위와 고립에 맞선 우리의 대항 전략은 튼튼한 중핵의 구축과 더불어 더 많은 단결과 연대의 확산이어야 한다. 거기에서 가장 의미 있는 방식은 금속노조 총파업으로 확전하는 것이다. 하늘을 찌를 듯한 사기와 결의는 이제 공장 담벼락을 넘어 전국 사업장으로 확산돼야 한다.
쌍용차 파업대오는 지난주부터 인근 금속사업장을 순회하며 연대투쟁을 호소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실질적인 원군이 되어야 할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사업장으로 힘 있게 뻗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쌍용차의 오늘은 GM대우차·현대기아차의 미래다!” 이 슬로건을 내걸고 완성차 및 금속노조 연대파업으로 뻗어가자. 여기에 쌍용차 파업투쟁 성패의 열쇠가 숨겨져 있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