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병사는 자신의 배낭 속에 장군의 지휘봉을 갖고 있다!”
- 작업장 점거 파업, 거간꾼, 그리고 공권력
노동자들이 자신의 전투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고 채택하는 작업장 점거파업은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격돌하는 양측 모두에게 지대한 정신적, 조직적 변화를 일으킨다.
노동자들에게는 평소에 억눌려 있던 계급적 본능과 감정을 불러일으켜 집단적 자신감과 용기를 높여주고 조직적 결속력과 동지애를 상승시킨다.
그래서 승리를 위해서라면 모든 노력과 지혜를 쏟아 붓고자 하는 열정과 결의를 불러일으킨다. 아울러 단단히 움켜쥔 작업장을 해방공간으로 만들어 전국노동자들의 지지와 연대를 이끌어내는 거점으로 재탄생시킴으로써 계급투쟁의 고양을 촉진한다. 반면 자본가들은 평소에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사태(소유권과 경영 통제권의 직접적인 침해)를 맞아 자본주의의 근간이 뒤흔들리고 있다는 공포감에 휩싸인다.
거간꾼들의 출현
작업장 점거파업이 노동자들에게 미치는 거대한 긍정적 효과와 자본가들에게 가하는 압박과 공포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호작용하면서 양대 계급간의 명확한 대치선을 형성시킨다. 평온한 일상적 시기, 심지어는 작업장 점거파업 돌입 직전까지도 상상할 수 없었던 날카로운 대치선이 점거파업의 매 시간마다 성장한다.
이것은 자본가 우위의 일방적인 역관계가 팽팽한 역관계, 심지어는 노동자 우위의 역관계로 바뀌는 것을 반영한다. 점거파업으로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총동원하기 시작하는 노동자들의 진출이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이다.
이것은 바로 그만큼 물리적 충돌이 임박해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엄중한 시기에 짧은 소강국면이 찾아온다. 그것은 자본가 정치인과 개량주의 관료들의 출현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바리케이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거간꾼 노릇을 일삼는다. 자본가에게는 약간의 양보를 구걸하면서 노동자들에게는 무장해제를 종용한다. 이들의 역할이란 파업대열을 뒤흔들고 결국에는 파괴하는 것이다.
이들이 던진 덫을 밟는 순간, 순식간에 파업대열의 조직력과 전투적은 무너질 위험에 처한다. 이것은 98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노무현이 한 역할이었고, 쌍용차 평택공장에서 추미애가 하려 했던 역할이기도 하다. 이들이 그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자본가 정치인과 개량주의 관료 모두 공장점거투쟁의 시기 즉 계급투쟁의 전면화 시기가 아니라 아주 평온한 일상 시기에 적응해 있고 이에 편승해 자신의 지위를 보존하기 때문이다.
공권력의 무력시위와 공방전
소강국면에서도 노동자들이 전투태세를 견고하게 유지하면 자본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자본가정부에 공권력으로 위장한 폭력경찰을 파견해 달라고 애걸복걸하는 것뿐이다. 이것은 그들 또한 자본가계급이 가진 힘을 총동원해 전면전에 달라붙는 것을 뜻한다.
이렇게 ‘심리적, 경제적 전면전’의 국면은 ‘물리적, 군사적 전면전’의 국면으로 이행한다. 역으로 ‘물리적, 군사적 전면전’으로의 이행은 ‘심리적, 경제적 전면전’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10배 증폭시킨다. 폭풍우처럼 휘몰아치는 심리적 긴장감과 천문학적으로 누적되고 있고 앞으로 예견되는 경제적 피해는 물리적 대립이 임박함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한다.
이로써 벌어지는 사태는 자본가정부에 의해 보내진 폭력경찰의 무력시위다. 저들은 공장주변을 에워싸고 연대대오의 출입을 차단하여 파업대열을 고립시키고 위기감을 조성한다. 이때 고립을 타개하고자하는 파업대열은 전투력을 높여내고 전투경험을 쌓을 수 있는 작은 공방전을 전개해 나간다. 공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연대대오와 연대대오를 공장으로 끌어들이려는 파업대열의 합동작전도 가세한다.
공권력과의 맞장 뜨기
공권력과의 충돌은 작업장을 점거한 파업대열이 승리를 포기하지 않는 한, 피할 수 없는 전투이다. 공장 내부에서 전개되는 공권력과의 전투는 노동자들에게 결코 불리하지 않다. 노동자들에게 잃을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장에 배수진을 치고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투가 치열해지면 질수록 자본가들은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정신을 못 차린다.
작업장을 점거한 파업대열에게 공권력과의 맞장 뜨기는 끝이 아니다. 또 다른 대규모 전투를 예비하는 하나의 분기점일 뿐이다. 파업대열이 가장 조직적이고, 가장 단호하고, 가장 규율 있게 공장사수에 임한다면 패배란 있을 수 없다. 경찰의 물리력에 잠깐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전국노동자들이 수세를 공세로 전환시키는 전면적인 투쟁에 나설 것이다. 이렇게 하나의 현장에서 발생한 전면전은 노동자계급 대 자본가계급이라는 전국적 수준의 전면전으로 이행한다.
공장사수투쟁위원회
공권력의 침탈을 저지하고, 침탈을 하더라도 즉각적으로 맞받아치기 위해서는 그에 적합한 조직체계를 세워내야 한다. 그것은 군사적 형태로 편성된 공장사수투쟁위원회이다. 공장사수투쟁위원회는 전투력과 기동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그 해결책은 “체계의 간소화”이다. 공장사수대는 분대, 소대, 중대, 대대로 편성하고, 선봉대도 규모에 맞게 공장사수대 편성방식을 그대로 적용하면 된다.
공장사수투쟁위원회는 실질적인 지도력을 세워내고 공장사수대 전체의 힘을 완전히 수렴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직접적인 전투시기가 아니면 분대장까지 참가하며, 전투시기에도 최대한 전체 분대의 의견을 대표하는 소대장까지 포괄해야한다.
그랬을 때 전체 노동자들이 능동적인 주체로 조직되어 일사불란하게 전투에 임할 수 있다. 이렇게 “간소할” 뿐만 아니라 “평범한 조합원들”의 능동적 참여와 통제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즉각 현장에서 판단해 대응해야 하는 비상한 전투 국면에서 필요한 지도력을 세워낼 수 있다. “모든 병사는 자신의 배낭 속에 장군의 지휘봉을 갖고 있다!”
공장이 넓고 대오가 적은 경우 공장사수대의 힘을 집중시킬 수 있는 전술을 도입해야 한다. 핵심거점을 중심으로 1차, 2차, 3차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이다.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면서 소대별 방어선을 구축하고 전진 시에는 소대와 소대의 결합, 소대들의 중대로의 결합을 통해 공격력을 최대치로 높여서 밀어붙인다. 후퇴 시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힘을 집중하여 방어력을 높인다. 공격과 방어의 마지막 대형은 전체 공장사수대의 단일한 결집과 핵심거점으로의 집중이다.
더 나아가 지상전과 공중전을 결합시키는 전술, 연대대오를 공장사수투쟁위원회에 편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실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 승리를 위한 두 가지 조건의 결합
첫째, 승패를 가름하는 것은 분대장에서부터 위원장에 이르는 지도부와 전체 공장사수대의 굳건한 믿음과 강철 같은 결속력에 있다. 각급 수준의 모든 지도부는 최악의 상황이 닥쳐오더라도 결코 무릎 꿇고 항복하지 않겠다는 비타협적 정신과 무한한 책임성으로 무장하고 전투에 임해야 한다. 동시에 전투와 관계된 창조적인 지혜와 능력을 모든 공장사수대로부터 이끌어내어 매시기의 전투에 즉각 반응해야 한다.
둘째, 전체 공장사수대는 최고의 동지애로 결속하고 각급 지도부의 배신이 없는 한 지도부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전투에 임해야 한다. 아울러 만일 지도부의 배신이 발생하면 공장사수대원들은 즉각 새로운 지도부를 세워내는 결단력을 발휘하여 조직력을 사수해야 한다.
이와 같이 노동자계급의 대의와 조직적 규율로 단단히 무장하고 마지막 피와 땀 한 방울까지 쏟아 붓겠다는 결의와 투혼을 발휘한다면 모든 작업장 점거파업은 승리의 길만 있을 뿐이다. 이 점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점거파업에서도 예외일 수 없다.
강진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