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쌍용차 모델 - 쌍용차 노동자들에 의해 폐기처분되다!
지난 6월 1일 쌍용차지부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 이름으로 “위기극복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위한 노조의 제안 - 쌍용차에서 새 모델을 만들자!”(이하 ‘쌍용차 모델’)는 문서가 제출됐다. 여기서 제기된 소위 쌍용차 모델은 노조의 전면적인 양보 및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희생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후생복지기금 등을 담보로 노조가 1,000억 투자, 비정규직 고용안정을 위한 12억 노조 출연, 실질임금의 30% 축소까지 동반하는 근무형태변경(8+8을 5+5로 변경), 무급순환휴직 등이 그것이다. 심지어 5+5로 근무형태 변경으로 1인당 월 생산대수가 0.82대에서 0.92대 이상으로 높아지는 노동생산성 증대효과까지 발생할 것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결국 쌍용차 모델은 정부와 자본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임금삭감, 복지축소, 무급순환휴직, 노동강도 증대 등을 통해 사측의 절감액보다 1000억원 가까이 더 절감할 수 있다! 그러니 정리해고를 중단하라!”
협조주의의 자동차산업판
거기에 멈추는 것이 아니다. 이 모델을 쌍용차에 적용하는 것을 시발점으로, GM대우를 비롯한 전체 자동차산업에 적용해나가자는 것이다. 이런 희생과 양보안을 제시하기에 이르게 된 밑바탕에는 철저한 노사협조주의가 깔려 있다. 이것은 ‘장기적 생존은 가능한가?’라는 장에 명확히 표현되어 있다. 여기서는 투자재원 확보, 생산성 증대, 기술력 강화, 부품사 경쟁력 확대, 브랜드 파워 제고와 해외판매망 확장 등 자동차회사 기획실이나 정부의 기획재정부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로 꽉 채워져 있다.
한마디로 금속노조의 쌍용차 모델안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시장 확대”를 위해 협조하겠다는 선언, 그리고 이를 위해 노동자들이 충분히 양보하고 희생당할 용의가 되어 있다는 선언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노동자의 권리와 자존심, 연대를 포기하는 것
이것은 노동자의 권리를 모두 포기하는 것이다. 위기를 만들어낸 자본가들과 정부에게 책임을 묻는 대신, 노동자가 스스로 책임을 지면서 희생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노동자연대를 파괴하는 것이다. 쌍용차에서 시작된 저임금과 높은 노동강도는 자동차산업 노동자들 사이에서 ‘밑바닥으로 추락하기 경쟁’을 불러올 것이다. 이것은 노동조합의 심장을 도려낼 것이다.
‘이것이 더 많은 이윤과 더 효과적인 구조조정을 약속하지 않느냐’고 자본과 정부를 설득하려 드는 협조적 노동조합이라면 노동자의 생존과 미래를 지킬 수 없다. 조직력과 투쟁력은 망가지고, 그 결과 민주노조의 보호막이 없는 노동자들은 언제든 대량으로 해고당하고 비정규직으로 추락할 것이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쌍용차 모델’은 즉각 자본가 언론과 정부, 민주당 등에서 열렬한 호응을 끌어냈다. 이 모델을 활용해 ‘파업 철회와 복귀’를 부르짖으면서, ‘이 정도라면 받을 용의가 있다’고 그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그러나 ‘우리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우리가 책임을 지고 희생당해야 하는가?’라는 노동자의 자존심으로 공장을 점거하고 일어선 쌍용차 노동자들은 금속노조가 제시한 쌍용차 모델을 거부했다.
쌍용차지부는 ‘정리해고와 분사화 완전 철회’를 약속하지 않는 한 점거파업을 절대 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무급휴직을 비롯한 일방적 양보도 수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선언은 6월 8일 쌍용차 지부의 ‘자구안, 양보안 폐기선언’ 및 공장점거 파업 강화로 구체화됐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결단에 의해 자동차산업 전체 노동자 앞에 놓인 거대한 암초가 치워진 것이다. 얼마나 소중한 승리인가!
최영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