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 노동자투쟁의 지도부가 될 것인가, 장애물이 될 것인가?
“특수고용노동자 노동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신고필증을 반려할 경우 민주노총은 설립신고필증 반납을 통한 특단 투쟁에 나설 것임을 경고한다. … 정부가 이를 묵살하고 노동자 서민에게 고통전담을 강요한다면 민주노총은 강력한 사회연대총파업에 나설 것이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서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이 한 발언이다. 자본의 위기전가로 인해 최소한의 노동과 생존의 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그래서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투쟁을 각오하고 나선 조합원 대중 앞에서 위원장이 직접 한 약속이었다.
그러나 노동절 이후 한 달이 넘는 동안 민주노총 중앙 집행부가 보여준 모습은 무엇이었나? 박종태 열사의 죽음으로 화물연대 투쟁이 한층 격해지고 정리해고에 맞선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공장점거파업이 시작된 이래, 연대총파업을 조직하기 위한 민주노총의 노력과 투쟁은 어디에서 볼 수 있었는가?
대정부교섭 - 살인정권을 향한 해바라기 마음?
5월 19일 민주노총은 청와대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이는 16일 대전에서 무자비한 진압으로 457명이 연행된 지 3일만의 일이었다. 당선 이후 노동자민중에게 일관된 탄압정책을 펴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게 아직도 기대할 것이 남았단 말인가? 이것은 쉬지 않고 패고 있는 상대에게 말로 풀자고 얘기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명박 정부에게 날려야 할 것은 말이 아닌 주먹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정부교섭 요구는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청와대는 교섭촉구 기간 마지막 날인 6월 9일까지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교섭요구 공문 접수조차 받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도 민주노총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대규모 가두집회와 파업이 포함될 7월 초 민주노총의 총력투쟁이 어느 수위까지 이를 것인지는 전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계속해서 이명박 정부에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말과는 달리 총력투쟁의 수위가 어느 정도까지여야 하는지는 이미 정해져 있다. 이제 민주노총은 죽느냐 사느냐, 사생결단의 투쟁을 선언하고 조직해야 한다.
끝없이 투쟁을 미루는 민주노총
민주노총 지도부의 오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애초 6월 말로 예정됐던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보다 앞당길 수도 있음을 엄중히 경고”한지 하루 만에 ‘대정부교섭’을 요구한 민주노총은 또 한 명의 학살자 노무현의 죽음에도 흔들렸다.
“민주노총 위원장과 임원, 산별연맹, 지역본부 대표자로 조문단을 꾸려 경남 봉하마을을 방문”한 민주노총은 심지어 “대규모 집회 등 투쟁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국민장 기간 이후로” 연기했다. 박종태 열사의 영혼이 아직도 구천을 헤매는데 그게 가당키나 한 말인가?
게다가 민주노총의 발표가 있기 3~4일 전에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 정리해고에 맞서 공장점거에 들어가기까지 하지 않았던가? 민주노총이 해야 할 일은 투쟁 연기가 아니다. 오히려 투쟁을 신속하게 확대해 총파업을 앞당기는 것이다.
우리는 자본과 노동의 대리전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쌍용차 파업을 사수하고 이를 모든 노동자의 투쟁으로 확대해야 한다. 3일 있었던 금속노조 경주지부의 파업과 같은 연대파업을 계속 조직해나가야 한다. GM대우차, 현대차, 기아차 역시 자동차업계 총파업을 만들어가야 한다. 오늘의 쌍용차 파업을 승리로 이끌지 못한다면 GM대우차, 현대차, 기아차가 벌일 내일의 투쟁 역시 승리하기 어렵다.
11일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나선다. 그리고 민주노총은 노동자투쟁의 지도부가 될 것인지 아니면 노동자투쟁의 장애물로 전락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절대로!
조영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