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처럼 떠돌고 있는 투기자본 800조
투기자본이 부동산으로,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거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와 같은 거품에 기대어, 이명박 정부는 이제 경기가 바닥을 벗어나서 살아나고 있다고 고래고래 떠들어대고 있다.
800조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이 투기성 자금으로 기능하는 것은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각 언론들은 분석한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적절한 이윤을 보장할 투자처가 없다는 말이다. 이것은 동시에 경기침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없음을 반증한 것이다.
이명박 정부 또한 이 돈이 생산적인 산업에 투자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지만, 공황의 전주곡을 맨 앞자리에 앉아 듣고 있던 투자자들은 “적절한 이윤 보장!”을 외치면서 뒤돌아 가고 있다. 공장에서는 생산이 중단되고 실물경기는 위축되고 있는 반면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의 거품이 활성화되는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결코 아니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전 세계 각 나라에서 쏟아 부은 천문학적 규모의 눈 먼 돈은 세계적인 차원에서 투기자본에게 먹잇감을 제공했다.
게다가 사실 ‘투기’ 자본인 것과 투기자본이 아닌 것 사이의 구별은 쉽지 않다. 소위 정상적 자본은 적절한 이윤을 보장해주는 투자처가 사라지게 되면, 돌연 투기자본으로 둔갑한다. 이른바 사내유보금은 그 극명한 사례다. 이것들은 적절한 투자처가 사라지자, 환투기와 주식투기의 자금으로 작동하고 있다.
걱정거리
이제 이 과잉된 유동성에 대해서 회수해야 할 시점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늑대와 같이 달려든 투기자본들 간의 전쟁이 격화되었을 뿐, 중단되었던 생산이 정상 가동될 기미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본가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윤이 회복되지 않는 한, 이와 같은 상황은 계속 이어질 것이며 인플레이션 압박에 자본주의는 대처할 방도가 없다.
강력한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가 자본가들에게는 사활적인 행동강령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GM이 파산했지만 과잉된 유동성은 결코 GM을 향해 움직이지 않았다. 구조조정이 완성될 때까지 즉 노동자들에게 잔인한 희생을 강요할 때까지 GM은 결코 ‘적절한 투자처’가 되지 못할 것이다. 노동자들을 확실히 쥐어짜는 방안 없이는 적절한 이윤은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투기자본 800조는 분명히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몰수
한편 이 어마어마한 액수의 돈은 자본가들이 애초부터 가지고 있던 돈이 아니다. 수십 년에 걸쳐 노동자들을 수탈한 결과물이다.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결과를 가지고 다시 노동자들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자본주의적인 해결책 속에는 노동자들에 대한 대량학살과 더욱 커다란 파산, 그리고 전쟁이 도사리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것은 노동자들에게는 재앙과도 같다. 단 하나의 평화로운 해결책은 ‘투기자본의 몰수’ 뿐이다.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장기적인 것이라면 노동자들은 더 이상 양보교섭에 매달릴 수 없다. 그것으로 사태를 해결할 수도 없다. 더욱 자신 있게 투기자본의 몰수를 외치자! 나아가서 이렇게 외치자. “자본은 너무 부패한 나머지, 사회를 좀 먹고 있는 투기자본으로 급속히 변질되고 있다. 자본을 몰수해 사회구성원 전체의 공동재산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상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