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치고 나갈 때이다!
노동자투쟁이 머리를 치켜들고 있다. 쌍용차, 화물연대 등 연이어 파도가 일렁이고 있다. 질적으로도 투쟁은 격렬해지는 양상이다. 쌍용차에서는 공장점거파업이, 화물에서는 ‘어차피 살기 힘들고 노동조합이 무너질 바에는 장렬히 싸우겠다’는 결사항전의 의지가 터져 나오고 있다. 오랜 기간 축적된 분노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아직 충분한 규모로 터져 나오고 있지는 않지만, 먼저 시작한 투쟁들이 완강하게 버티면서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 그 다음을 준비하고 있던 투쟁들이 연이어 가세하면서 전체 노동자의 연대투쟁으로 확장될 무한한 잠재력을 보여준다. 이미 그 잠재력은 여기저기서 분출하고 있다. 금속 경주지부의 연대파업, 쌍용차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연대 물결의 확산이 바로 그것이다.
과녁이 선명해지고 있다
노동자투쟁을 아래로부터 밀어올리고 있는 엄청난 힘의 근원은 다름 아닌 ‘자본주의 경제위기’다. 이 위기는 노동자들을 절벽 밑으로 떠밀면서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싸우겠다는 의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공통의 절박감과 연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동시에 이 위기는 투쟁의 표적을 점차 집중시키고 있다. 자본주의 위기는 곧 자본가들의 위기다. 이 위기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자본가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본가정부가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자본가정부는 은행과 정부재정을 매개해, 위기에 처한 자본을 직접 관할하고 운명을 좌우하는 역할을 떠맡기 시작한다. 게다가 이미 개별 자본 수준에서는 더 이상 통제할 수 없게 된 노동자투쟁을 위협하고 진압하는 직접적 역할을 담당한다. 결국 자본주의 위기의 구원투수로 정부가 등장하는 것이다.
이것은 자본가정부가 대부분의 노동자투쟁에 대해 실질적인 사용주로 대면하도록 이끈다. 또한 자본가정부에 맞선 투쟁 없이는 노동자투쟁의 승리가 불가능하도록 만든다. 그 결과 쌍용차, 건설, 화물 등에서 터져 나오는 대부분의 노동자투쟁을 자본가정부에 맞선 단일한 투쟁전선으로 융합해나간다. ‘과녁’이 집중되는 것이다.
정치투쟁
과녁의 집중은 결국 노동자투쟁의 성격을 정치투쟁으로 빠르게 이동시킨다. 정부에 맞서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물러날 곳이 없는 노동자들은 결국 정치투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받아들이고 있다. 아니, 이제 내놓고 ‘정부 나와라!’ 하고 외치고 있다.
이 흐름이 적들의 자중지란이란 호재를 만나 불에 기름 붓 듯 확산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구원투수로 서려면 이명박 정부로서는 ‘반동성을 노골화하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다. 이 반동성은 너무나 큰 나머지, 그것의 파편이 민주당처럼 같은 편의 동료까지도 위협하고 있다.
게다가 경제위기로 엉망진창이 돼버린 현 상황에 대한 책임을 서로 전가함으로써 살아남으려는 자본가 정치분파들 사이의 이전투구, 대립, 상호비방, 폭로전이 증가하고 있다. 노무현 자살사건과 이어지는 한나라당, 정부와 민주당 사이의 공방전이 그 표현이다. 결국 그들은 스스로 약화되기 시작하고 있다!
지금 이명박 정부는 점증하고 있고 격렬해지고 있는 노동자투쟁과 자본가 정치세력들 사이의 자중지란 앞에서 쩔쩔 매고 있다. ‘허약해지는 과녁’을 보면서 노동자들은 마음속으로 외친다. “이제 나오라고 고함칠 때가 아니라 쳐들어갈 때이군!”
여전히 자신감을 상실한 지도부들
투쟁에 나설 채비가 되어 있는 모든 노동자들을 시급히 하나의 전선으로 묶어내 대정부 투쟁을 활활 점화시켜야 할 상황에서 민주노총, 산별노조, 대기업 노조의 지도자들은 자신 없어 하며 머뭇거리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의 위기로 열린 공간을 대담하고 전면적인 노동자투쟁으로 치고 들어가 진지로 획득하는 대신, 투쟁을 차단하며 소심하게 타협하고 있다. 이들은 교섭을 통해 ‘사소한 양보’를 얻어내고, 이 양보를 가지고 노동자들을 달래면서 기회를 허공에 날려버리고 있다.
건설, 화물, 쌍용차, 금속 등에서 상층 지도부는 노동자대중의 투쟁력을 믿지 못하고, 반면 급속히 허약해지고 있는 이명박 정부를 과대평가하면서 타협으로 일관한다. 공장점거파업에 들어간 쌍용차 노동자들을 지지 엄호하고, 산적한 현안들을 일거에 밀어붙여 처리해낼 수 있는 금속노조 연대총파업을 조직하기를 두려워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집행부는 갖은 핑계를 대면서 투쟁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
민주당 뒤에 숨기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행보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들은 노동자투쟁의 거대한 물결로 이명박 정부를 위협하면서, 반이명박 투쟁을 노동자투쟁과 노동자계급의 요구를 중심으로 전투적으로 재편하기를 포기하고 있다. 그 대신 노무현 조문과 국회에서의 민주당과의 공조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것은 반이명박 투쟁전선을 민주당에게 헌납하는 것이다. 그 결과 반이명박 투쟁을 국회 내의 입씨름으로 축소시키고, 민주당 국회의원 같은 거간꾼들에게 청원하는 수준으로 묶어둠으로써 투쟁의 결과물을 또 다른 자본가 세력에게 갖다 바치는 것이다.
민주당은 6.10 국민대회에 용산철거민 열사들과 박종태 열사, 노무현을 하나로 묶는 반이명박 투쟁을 제기하고 있다. 이것은 용산철거민 투쟁과 화물연대 투쟁을 비롯한 노동자 민중 투쟁의 성과를 민주당이 도둑질해가고, 그 투쟁을 민주당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로 가두며, 그리하여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민주당 지우개로 완전히 지워버리려는 짓거리다.
쌍용차에서는 추미애, 김근태 등을 내세워 중재안을 들이밀면서 공장점거파업과 ‘정리해고완전 철회, 분사화 철회, 노동자 생활임금 보장’ 등의 절실한 요구를 지워버리려 애쓰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노총 임성규 위원장은 “노무현의 죽음과 박종태 열사의 죽음은 다르지 않다고” 연설하고,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추미애와 짝짜꿍이 되어 그 뒤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다.
시급히 반격을!
이명박 정부가 원기를 회복하기 전에 치고 나가야 한다. 민주당에 의탁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투쟁의 힘에 의탁해야 한다. 이미 쌍용차와 화물연대, 금속경주지부 등에서 노동자들은 아래로부터의 단호한 결단으로 치고 나가고 있다. 노동자들은 기회가 왔음을 직감하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 소중한 결단과 정확한 판단은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이것을 가로막거나 못 본 척 하는 자, 그 누구든 노동자들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최영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