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전국노동자대회 참관기 :
감히 누가 우리 노동자대오의 전진을 가로막을 수 있는가?
운송수수료 30원 인상도 무리한 요구? 78명 노동자에 대한 해고가 문자메시지 한통이면 그만? 정말이지 금호그룹과 대한통운은 자본가들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철면피한 집단인지를 다시 한 번 똑똑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런 작자들을 비호하고 노동자 민중을 때려잡는 데만 혈안이 된 이명박 정부는 조폭집단과 무엇이 다른가? 과연 이런 파렴치한 작자들과 이처럼 위험한 체제를 계속 내버려 두어야 하는가? 열사의 처절한 죽음 앞에 산자의 의무는 무엇인가?
마침내 5월 16일 오후 3시 거센 비바람을 뚫고 분노한 전국의 노동자들이 대전 정부청사 앞으로 속속 결집했다. 집회에 앞서 오후 2시 화물연대 조합원 총회에서는 15개 지부 8천 여 노동자들이 ‘열사투쟁 승리! 화물연대 사수!’를 위한 총파업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그렇다! 이날 집회는 단지 열사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이 아니라 투쟁을 결의하고 실천하는 날이었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우리는 얼마나 무수하게 입으로는 투쟁을 이야기하고 마음으로는 총파업을 다짐했던가!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투쟁이다.
힘에는 힘으로! 경찰저지선을 뚫다!!
전국에서 모인 2만 여 노동자들이 거대한 대열을 이루면서 가두로 행진을 시작했다. “박종태를 살려내라!” “금호자본 박살내자!”라는 노동자들의 함성이 거리 곳곳에서 메아리쳤다. 노동자들 스스로도 끝없이 이어지는 대열을 서로 바라보며 실로 오랜만에 감격을 느꼈다. 하나로 뭉치고 싸운다면, 정녕 우리 노동자의 힘은 얼마나 위대한가?
하지만 이날도 경찰은 동부경찰서 사거리부터 대한통운이 있는 읍네 사거리까지 물대포와 전경버스를 동원해서 행진대열을 가로막아 섰다. 9일 집회에서는 경찰병력 앞에서 분노를 삼키며 물러섰지만 이날은 달랐다. 미친개처럼 미친 정부에게도 몽동이가 약이다. 죽봉으로 무장한 선봉대를 필두로 비로소 전투가 시작되었다. 일부 노조간부의 만류도 이날은 소용없었다. 결국 행진대오는 거세게 전경들을 밀어붙인 끝에 저지선을 뚫고 대한통운 앞까지 진출해서 마무리 집회를 진행했다.
질서정연한 퇴각의 아쉬움
전투의 기본적인 수칙중 하나는 “불가피하게 후퇴하더라도 적에게 등을 보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규율이 무너진다면 ‘질서정연한 퇴각’이 아니라 ‘아비규환의 패주’가 될 것이다. 아쉽게도 이날 집회가 그랬다. 집회 해산 과정에서 갑자기 대오가 줄고 선봉대의 조직력이 무너진 약점을 비집고 적들이 도발했다.
많은 부상자와 연행자가 속출했다. 물론 희생이 없는 전투는 없지만 그 희생이 우리의 약점으로 인한 것이라면 우리는 이런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경제위기의 그늘이 깊어질수록 적들의 탄압은 더욱 거세질 것이며 우리는 더 많은 거대한 전투를 치러야 한다. 이번 투쟁이 가르쳐준 교훈은 그런 점에서 헛되지 않았다. 더욱 철통같은 규율과 단호한 투쟁으로 자본과 정부에 맞서자!
오지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