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 2공장 - 잘못 끼워진 단추, 어떻게 할 것인가?
RV차와 승용차의 혼류생산 문제가 2공장 노동자들을 심각한 질곡에 빠뜨리고 있다. 현장에서 동료 간에 위기를 서로 떠넘기는 일들이 번지면서 한 노동자가 항의표시로 자기 손목을 칼로 긋는 일까지 벌어졌다.
잘못 끼워진 단추
문제는 물량이동과 혼류생산을 허용한 후 맺어진 4월 30일 합의서로 거슬러 올라간다. 합의서는 2공장에서 전용생산하고 있는 RV차량에 비해 작업공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승용차를 투입하면서 발생하는 여유인원의 고용보장 방안을 담고 있다. 그리고 합의서는 비정규직 해고를 강요한 사측의 요구를 일축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 방안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부분이 있다.
그렇다 할지라도 합의서는 처음부터 ‘여유인원’을 명시적으로 인정함으로써 커다란 약점을 안고 있었다.
약점은 결국 비극을 낳고 말았다
2공장 노동자들이 단결의 기치를 분명히 했더라면 합의서에 내포된 그러한 약점은 충분히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2공장 노동자들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여유인원, 즉 고용위기에 처할 위험이 있는 65명의 여유인원 명단을 둘러싸고 ‘폭탄 돌리기’가 벌어졌다.
먼저 정규직들이 공정이동을 통해 비정규직에게 폭탄을 넘겼다. 그러자 폭탄을 넘겨받은 비정규직 ‘조합원’들은 그것을 다시 비조합원에게 넘겼다. 정규직⇒비정규직⇒비조합원. 자신들을 여유인원 명단에서 제외시키기 위해 약한 부위로 공을 떠넘기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단결의 장이어야 할 현장은 나부터 살고 보자는 이기주의가 판치는 아귀다툼의 장으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폭탄 돌리기의 끄트머리에 서게 된 한 비정규직은 자기 몸을 칼로 그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렇게, 현장이 혼란에 빠지자 자본은 재빠르게 도발에 나섰다. 먼저, 비정규직 고용보장을 약속한 합의 당사자인 2공장장을 단호하게 잘랐다. 그리고 ‘잉여공정에 있는 65명에 대해 6월부터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며 합의서 폐기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공장 문제는 자본의 여유인원 논리에 처음부터 ‘노동강도 완화를 통한 총고용 보장’으로 대결하지 못하고 밀리면서 발생했다. 나아가 단결의 관점이 실종된 현장 상황이 약점을 병으로 발전하게 했다.
2공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활동가들이 여유인원으로 분류된 65명의 고용과 임금을 지키기 위해 책임 있는 투쟁을 벌인다면 더 이상의 비극은 막을 수 있다. 그래도 그것은 차선이다. 일거리가 있는가 없는가를 철저히 따지는 자본의 물량논리를 철저히 배격하는 기풍을 세워내야 이후 다른 방식으로 되풀이될 비극을 막을 수 있다. 노동강도 완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그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2공장 상황을 지켜본 어떤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물었다.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는가?” 노동과 자본의 이해관계가 적대적으로 충돌하는 피 튀는 전장에 서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활동가들에게 원칙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우는 뼈아픈 물음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 노동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