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장에 휘몰아치는 협조주의 바람
노동부는 올 1~4월 동안 양보교섭, 노사협력 선언, 임금동결․삭감이 1,267건으로 지난해보다 3.3배 늘었다고 5월 6일 발표했다.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의 양보교섭, 협력 선언도 111건으로 지난해보다 4.8배 늘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미포조선 어용노조가 최근에 임금교섭을 위임한 것도 포함된다.
신차 홍보는 열심, 현장조직화는 무심
그런데 진짜 심각한 문제는 어용노조의 어용적 작태가 아니라, 이른바 대표적인 ‘민주노조’들의 노사협조주의 행보다. 기아차 지부는 5월 11일 강남 고속터미널 주변에서 “쏘렌토R 많이 사랑해 주세요”라고 외치며 신차 판촉 행사를 벌였다. 이것은 4월 2일 서울모터쇼에서 자본가와 함께 펼쳤던 판촉행사의 연장이다.
자본에 맞선 단결투쟁이 아니라 ‘자본과 함께 하는 회사 살리기’가 위기 시 행동방침인 것이다. 따라서 자본이 현장 탄압, 단협 파기 등으로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아차지부가 09 임투 출정식을 일괄 취소한 사태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타협은 빠르게, 연대투쟁은 느리게
현대차 자본은 5월 20일 교섭에서 “임금 동결 의사가 없느냐”고 물을 정도로 지부를 만만하게 보고 있다. ‘합의’ 사항을 모두 ‘협의’로 돌리겠다고 단협 개악 폭탄을 던진 지 오래 전이다. 물량유연화 합의, 비정규직 대량해고로도 탐욕을 다 채울 수 없는지 자본은 아주 저돌적이다.
그런데도 현대차지부는 ‘09임단투를 조기에 마무리하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자본가 강도가 칼을 들고 덤벼드는 상황에서 ‘조기 마무리’를 되풀이해 강조하는 건 제대로 싸울 의사가 없다는 뜻 아니겠는가?
혹시 ‘조기 마무리’ 방침이 질질 끌지 말고, 빨리 대차게 싸워보자는 뜻일까? 그렇게 보기 어렵다. 4월 28일 금속노조 투쟁본부는 ‘5월 20일 조정 신청, 5월 27~29일 파업찬반투표’를 확정했는데, 현대차, 기아차 지부는 여기서도 빠져 6월 12일까지 파업찬반투표를 완료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현대차지부는 ‘빨리 함께 싸우자’는 쌍용차 등 금속노동자들의 요구를 외면한 채 투쟁일정을 뒤로 늦추고 있는 것이다. 싸워야 할 땐 뒤로 피했다가, 나중엔 빨리 타협하겠다는 것인가?
위가 흔들려도 아래는 살아움직여야
이런 상황이다 보니 완성차 4사와 금속노조 간부들이 집회장이나 기자회견 때 ‘쌍용차 정리해고에 맞선 연대파업’을 얘기해도, 그 진정성을 의심하는 현장활동가들이 많다.
‘민주노조’ 간부들조차 공공연한 타협으로 빠져드는 것은 ‘회사가 살아야(물량이 있어야) 노동자도 산다’는 자본의 논리에 단단히 포로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량과 무관하게 노동자는 생존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단 한 명의 해고도, 단 한 푼의 임금삭감도 받아들일 수 없다. 자본주의는 이걸 절대 보장할 수 없다고? 좋다. 그렇다면 노동자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자본주의를 노동해방 사회로 바꿔버리자!.”라고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노동자의 논리를 앞세우고 단결투쟁과 연대투쟁의 기운을 아래로부터 힘차게 북돋아가야 한다.
김형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