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의 추모기간’을 위해 ‘우리의 투쟁’을 유보할 수는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추모의 물결이 온 나라를 휘감고 있다. 심지어는 노동자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과 민주노총까지도 이 추모행렬에 발걸음을 같이 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성명을 발표해 “참담한 심정”을 밝히고, 노무현의 죽음이 “한국정치사에 큰 손실”이라고 주장했다. 진보신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난 활동에 대해 심심한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게다가 민주노총 지도부는 국민장 일정이 끝나는 이달 29일까지 주요한 투쟁계획을 유보하기로 했다.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현장을 누비는 대신, ‘긴급’ 산별대표자회의를 열어 민주노총 위원장을 포함한 조문단을 보내기로 했다.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이명박 집권 1년의 충격이 너무나 컸던 것인가? 그래서 노무현 정부의 정책이나 이명박 정부의 정책이나 거기서 거기라는 사실을 벌써 잊게 된 것인가? 이명박 정부와 마찬가지로 노무현 정부 하에서 얼마나 많은 열사들이 죽어갔고,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탄압받았으며 얼마나 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굴레에 갇혀 신음했는지를 1년 만에 잊은 것인가?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추모와 애도가 아니다. “한국정치사에 큰 손실”이라는 민주노동당의 발언, “심심한 사의를 표”하는 진보신당의 발언,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과는 역사의 판단에 맞길 것”이라는 민주노총 지도부의 발언은 탄압을 뚫고 투쟁해왔던 노동자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판단은 노무현 정부에 맞서 투쟁했던 노동자들에 의해 이미 내려졌다. 더 이상 무슨 판단이 필요하단 말인가!.
지금 노동자 조직들이 해야 할 일은 유보 없이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민주당을 포함해 모든 자본가 정당들과 완전히 단절하고, 주저 없이 노동자의 독자적인 투쟁을 펼쳐야 한다. 그래야만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가 노무현과 민주당의 복권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 주도의 반이명박 투쟁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에 맞선 투쟁 대신, 노무현 카드를 활용해 한나라당과 거래하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에 분노하는 대중의 염원을 채워낼 수 없다. 노동자 투쟁의 폭발은 대중에게 “이명박을 꺼꾸러뜨릴 진정한 세력은 바로 노동자계급”임을 보여주고, 그리하여 반이명박 투쟁을 올바른 방향 - 이명박에 맞선 노동자 투쟁에 대한 지지와 연대 - 으로 인도할 것이기 때문이다.
오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