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 자본주의, 노동자가 끝장내야
작년 말 한국의 가계빚은 3분기에서 4분기를 거치면서 712조원에서 734조원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신용회복 위원회와 자산관리공사가 시행하는 채무관련 상담건수가 지난 한 해 동안 100만 건을 넘어섰다. 반면 지난해 말 기업들의 예금은행 총 저축은 215조원으로, 2008년 말 177조에 비해 21.3%나 늘었다. 이 증가율은 2000년에 26.9% 늘어난 이후 최대 증가율이며, 증가금액은 사상 최대 규모다.
이처럼 자본가들의 부는 경제위기 하에서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반면 노동자들의 삶은 빚만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가 떠드는 ‘경제위기를 빠르게 벗어나고 있다’는 얘기의 실제 모습이다. 그런데도 자본가들은 정리해고, 임금삭감의 날을 세우고 있다.
경제를 개판으로 만들고 있는 작자들
정부는 가계부채가 잠재적인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실물경기 위축이 더욱 빠르게 번지면서 위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을 한사코 인정하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경제지표를 살펴보자. 생산자 물가지수가 4개월 연속 상승해 소비자 물가의 오를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다. 이는 금융기관 유동성 악화, 소비자 기대지수 하락 등을 뜻한다. 따라서 소비의 축소가 불을 보듯 훤하고,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경제위기가 심화될 것이다. 작년 이명박 정권이 결행한 자본가들에게 퍼주는 정책이 이제 약발이 다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 선행지수 악화와 관련,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더블딥이 올 수 있다는 주장을 자꾸 펴면 실제로 충격(더블딥)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웃기는 말이다. 더블딥을 불러오는 것은 자본주의 그 자체이지 다가오는 위기에 대해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대기업과 연관된 경제연구소들은 경기선행지수 하락을 보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중단된 것을 감안한다면 지수는 올 해 말까지 계속 하강할 것”이라며 정부의 출구전략(정부 빚을 내서 기업에 퍼주기 전략 중단)이 시기상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실제 기업들이 경기 전망을 낙관하지 않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인데, 자본가들의 생각은 정부가 돈을 더 풀면 그것을 긁어 모아 떨어지는 이윤을 어떻게든 만회해 보겠다는 완전히 빗나간 해법으로 빠져들고 있다.
엉망진창 세상
이와 같은 자본가들의 해결책은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가? 설비 투자는 10% 가까이 감소하였고 일자리는 계속 없어지고 실질 실업자는 400만을 넘었다. 노동자들의 대량해고와 비정규직화, 임금삭감을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물가는 계속 오르고 노동자는 빚더미에 짓눌려 소비할 여력이 사라지고 있는 반면, 자본가들은 천문학적인 액수를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고 투기자본을 형성해 가고 있다. 자본가들과 정부는 경제위기를 해결할 능력이 없다.
어떤 해고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투쟁으로 나서고 있는 노동자들이야말로 경제위기의 진정한 해결책을 만들어 가고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내걸고 싸우는 노동자투사들,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외치는 노동자들이 경제위기를 끝장내고 이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운영할 자격이 있다.
김상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