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사화를 허용한다면 결국 노동자들 자신에게 노동강도 강화와 산재위협으로 되돌아올 것이다.(사진=연합뉴스)]
“이게 분사화야?” : 필수업무를 주변업무로 둔갑시키는 마술 !
“작업자가 다쳤다. 이때 바로 달려올 회사 응급차는 중요업무를 수행하는 것일까, 주변업무를 수행하는 것일까?”
하나의 대답 - 쌍용차자본의 대답
쌍용차자본은 이에 대해 ‘주변업무’로 판정했다. 그래서 ‘분사화’시켰다.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최근 사례가 있다.
“지난 5월 16일(일요일) 오전 10시 30분경, 휴일에 기계가 작동하지 않는 동안 도장팀 청소작업에 투입된 분사업체(지윤테크) 노동자 1명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중대 재해가 발생했다. … 사고 직후에도 안전관리팀이 출동하지 않아 재해자가 직접 119에 신고하여 20분 뒤에 응급차가 도착했다고 한다. 작년에 회사 응급차마저 분사화됐는데 그 후과가 바로 이런 것이다!
검지와 중지 1마디씩 끔찍하게 다쳤는데 사고 조치가 늦어져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친 부위에 기름이 묻어 있어서 봉합수술 성공 여부도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정말로 끔찍한 상황 아닌가?” (금속노조 쌍용자동차비정규직지회 소식지)
다른 하나의 대답 - 노동자의 대답
다친 작업자가 바로 응급치료를 받고, 병원에 후송돼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업무만큼 노동자에게 필수적인 업무는 없다. 그렇다면 우선 분명해지는 것은 “구급차 업무를 주변업무로 규정해 분사화”시키는 것 자체가 노동자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이다.
반면 자본가들에게는 사정이 이렇다. 그들은 작업장에서 목숨 걸고 일해야 할 이유가 없다. 골프장에서, 호텔 커피숍에서, 대기업 대리석 회장실에서 보내는 그들에게는 ‘응급치료를 받을 권리’는 애당초 불필요하고 관심사가 아닐지 모른다. 그들에게 구급차 업무란 이윤과는 무관한, 분사화시켜 마땅한 주변업무이며, 가능하다면 없애는 것이 좋은 쓸모없는 업무인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분사화로 불구가 되고 목숨의 위험이 몇 곱절 높아지는 노동자들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주변업무’라는 규정, ‘분사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이다.
분사화 - 청소년들까지 자본의 악랄한 수레바퀴 밑으로 내모는 장치
분사화를 낳는 자본의 더러운 이윤욕에 끝이 있을까? 없다. 작업자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작자들에게 그 어떤 인간성이 남아 있겠는가?
“놀랍게도 그 노동자는 17세의 고교생 알바였으며, 사고 당일 5명의 동료 고교생도 다른 곳에서 작업에 투입되었다고 한다. … 더욱 소름끼치는 일은 이것이다. 재해자에 대해 당일 안전교육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으며, 도장2팀 부품도장 모터 먼지제거작업 도중 사측에서 모터를 세우고 작업해선 안 된다고 해서, 모터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작업을 하다가 벌어진 사고라는 점이다. 고교생 투입에, 안전규정 무시에, 이게 법정관리인가?” (금속노조 쌍용자동차비정규직지회 소식지)
마지막 질문
이제 우리 노동자의 고민을 조금 더 확장해보자. 과연 노동자들의 업무에 대해 “무엇이 중심이고, 무엇이 주변인지”를 따지는 것이 될 법이나 한 소린가? 밀링을 다루는 노동자가 하루에 7시간 밀링을 돌리고, 1시간 밀링을 청소한다고 하자. 1시간 밀링 청소는 주변업무인가? 아니다. 그것은 전체 밀링 업무의 필수적 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것을 밀링만 돌리는 업무와 청소하는 업무로 나눈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전체로 볼 때, 응급차업무든, 청소업무든, 식당업무든, 밀링이든, 선반이든, 조립이든, 포장이든 노동자의 모든 업무는 필수적이고 중요한 업무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이것을 자신의 입맛대로 ‘핵심업무와 주변업무’로 분류한 뒤, 이른바 주변업무에 ‘분사화’ 딱지를 붙이고 있을 뿐이다. 노동자는 그러한 분류법에 결코 동의할 수 없다. 그 어떤 분사화도 인정하지 않고 단호하게 싸우는 것, 그것은 수백, 수천, 수만, 수십만의 협동을 통해 생산하는 ‘집단적 노동자’로서 노동자의 자존심을 지켜내는 것이다.
[조형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