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10일 총파업에 나선 그리스 공공부문 노동자들. 사진=연합뉴스)
공공부문을 선두로 그리스 노동자들, 파업에 돌입하다!
“우리가 아니라 자본가들이 이번 위기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2월 10일, 그리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하루파업(24시간 파업)에 돌입했다. 학교, 대학, 관공서 등이 문을 닫았고, 대중교통도 마비되었다. 국제선 및 국내선 항공편 역시 전부 취소되었다.
거리시위에도 2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이들의 요구는 다음과 같았다. “안정화 프로그램(=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철회하라!”
노동자의 삶을 파탄 낸 자본주의 경제위기, 그리고 정부의 친자본 반노동 정책
파업은 자본주의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응방식 때문에 터져나왔다. 08~09년 본격화한 경제위기로 노동자의 삶이 파탄 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스 정부는 친(親)자본 반(反)노동 정책만을 일삼았다.
“그리스 노동자에게 상황은 좋지 않다. 생계비용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는 반면, 임금은 깎이고 있다. 나는 삼년동안 임금을 전혀 인상 받지 못했다. 실업률이 높고, 특히 건설 산업에서 그렇다. 모든 건설기업이 휴직상태의 노동자들을 데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리스 정부의 대응은 한국 이명박 정부가 하는 짓과 똑같았다. 그리스 정부는 빚까지 내서 자본가들을 위해 마음대로 퍼준 뒤, 빚이 늘어나자 재정적자 감축 정책을 펴면서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기본급을 동결하고, 수당․보너스를 10% 삭감하였다. 또한 신규채용을 동결하였다. 뿐만 아니다. 사회복지를 축소하고 세금을 인상하였다. 연금수령연령은 높이는 반면, 연금수령액은 줄이고 있다. 휘발유에 대한 세금도 올려, 유가가 리터당 1.5유로(약 2,400원)까지 치솟았다. 무려 10%나 인상한 셈이다.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이러한 구조조정은 민간부문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생충 자본가, NO! 부(富)는 노동자의 것이다!”
“안정화 프로그램(=재정적자 감축 계획)을 철회하라!”는 요구는 정확히 이를 겨냥한 것이었다. “정치인들은 그들의 위기를, 이미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돈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파업노동자의 말에서, 그리스 노동자들이 투쟁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이들의 구호는 다음과 같은 것을 포함했다.
“기생충 자본가, NO! 부(富)는 노동자의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대답은 자본가계급에 맞선 전쟁!”, “자본가들이 이번 위기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평조합원 운동
눈여겨볼 점은 이들이 조합주의․관료주의․대리주의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투쟁을 하루파업으로 한정하려는 노동조합 관료들을 비판하였다. 더불어 노조 상층관료들이 투쟁을 조직하려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대중은 “스스로를 아래에서부터 재조직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은 세계 자본주의 위기 상황 하에서 노동자 투쟁이 단사나 일국의 차원에 머무를 수 없는 전 세계적 맥락 속에 놓여 있음을 이해해나가고 있다. 이미 단사 수준의 투쟁을 넘어서 전국 총파업을 전개하고 있는 그리스 노동자들은 “유럽의 모든 노동자들이 EU의 (임금, 복지) 삭감 정책에 맞서 함께 싸워야 한다”며 “그리스와 외국의 노동자가 단결하였다!”는 플랜카드를 휘날렸다.
점점 더 크게! 점점 더 강하게!
그리스 노동자들의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택시노동자들은 11일과 19일에 유류인상에 맞선 하루파업을 진행했다. 관세공무원들은 정부의 재정적자 감축 프로그램에 반발, 임금동결과 보너스 삭감 등에 항의하며 16일부터 6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관세공무원들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그리스의 유류공급이 마비되었다. 24일에는 200만 명의 노동자가 하루총파업에 돌입했다.
투쟁은 그리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전 유럽에 걸쳐 심화되고 있는 자본주의 경제위기는 전 유럽의 노동자들로 하여금 투쟁에 나서게 한다. 독일에서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1주일가량 경고파업을 벌였다. 이로 인해 대중교통, 학교, 병원 등의 운영이 차질을 빚었다. 터키에서도 2월 4일 담배공사 민영화 반대 연대총파업이 벌어졌다. 터키 담배공사 노동자들은 정부의 민영화 방침에 맞서 60일 넘게 투쟁을 지속해왔다.
그렇다면 이는 유럽 노동자들만의 이야기인가? 그렇지 않다. 자본주의 경제위기로 노동자들이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 정부의 친자본 반노동 정책으로 그 고통이 점점 더 심화되어 간다는 사실은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날 유럽의 노동자 투쟁은 한국 노동자들이 나아갈 길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조영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