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과 무기력에 빠지지 않기 위해, 이 작은 투쟁을 반드시 살려나가야 한다.
[철도] 비정규직 250명 외주화 - 정리해고 합의 ,
그리고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서울역 천막농성
[2009년 1월 8일자 기사]
2008년 겨울 마지막 날, 서울역 대합실에 농성천막이 들어섰다. 천막 정면에는 노동조합이 아닌 <철도 비정규직 외주화 -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명의의 철도비정규직 250명의 집단해고를 철회하라는 구호가 담긴 현수막이 내걸렸다. 공대위에는 이번 해고자들을 포함하여 정규직,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함께 결합하고 있다.
이미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등을 돌려버린 다른 대기업노동조합들에 비해 비정규직노동자를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고, KTX-새마을 승무원투쟁 등 현장에서 비정규직노동자투쟁을 함께 해온 철도노조가 비정규직 대량해고에 합의했다는 것은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런데, 천막농성투쟁에 결합하는 동지들을 제외한 철도내외의 대다수 활동가들은 이처럼 민주노동운동의 근간을 뿌리 채 흔드는 심각한 사건에 대해 애써 외면하며 침묵하고 있다.
집행부사퇴와 직권조인
11월 19일 파업전야제에서 조합원들은 46명의 철도해고자복직합의안 불이행 문제를 차기년도로 넘겨버리는 잠정합의안에 대해 분개했고, 황정우 집행부는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뒤이어 직무대행에 올라 임단협투쟁의 지휘를 맡게 된 임도창 집행부도 안전운행투쟁이 한창이던 12월 11일, 투쟁중단 지침과 함께 지난번과 똑같은 잠정합의에 직권조인 했다. 게다가 뒤늦게 공개된 부속합의는 비정규직 250명 한명 한명에 대한 정리해고와 외주위탁업체 알선을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었다.
철도공사가 외주화 하고자 했던 비정규직 가운데 78명에 대한 직접고용을 직무전환, 계약연장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 최선이었다고 말하지만, 투쟁을 조직하지 않고 교섭만으로 해결하려는 방식이 가져 온 당연한 결과였다. 실제로 정리해고 대상자 대부분은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새롭게 세운 집행부조차 똑같은 모습을 보이자, 대안을 찾을 수 없었던 조합원들은 잠정합의에 대해 찬성표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노사협조주의인가 계급적 노동운동인가
2004년 하청노동자의 현실을 절규하며 분신한 박일수열사투쟁을 외면한 현대중공업노동조합은 민주노총에서 제명되었다. 미포조선의 용인기업 해고자 복직투쟁에 대한 어마어마한 구사대 폭력을 외면하고 투쟁주체들과 상의 없이 합의문을 내온 노동조합은 투쟁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었다. 강남성모병원 정규직노동조합과 보건의료노조는 교섭을 위해 비정규직노동자들의 투쟁을 중단시켰고, 투쟁물품들을 사무실 밖으로 들어내자 누군가 그것들을 가져갔다. 가장 어려운 처지에 있는 노동자들을 돌보지 않는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에게 지지받을 수 없다. 게다가 노동자들을 분열시키기 위해 정규직노조는 이익집단이라는 자본가들의 악선동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더욱 더 치열해야 한다
자본주의경제위기가 전면화 된 상황에서 자본가들은 사활을 걸고 노동자들을 공격한다. 조직된 정규직노동조합에게는 한꺼번에가 아니라 조금씩 일부를 도려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외면하는 노사협조주의를 강요한다. 비정규직철폐는 거리에서 면피용으로 외치는 구호에 그치라고 말한다. 이것을 받아들여 노동자 단결정신이 조금씩 훼손되어 결국은 조합원들의 단결조차도 이룰 수 없을 때, 자본가들은 노동조합을 완전히 무력화시키려고 한다. 그 운명은 현대중공업과 같은 절망의 공장이다. 노동자들의 작은 투쟁도 어마어마한 구사대폭력으로 짓밟히는 절망의 공장! 서울역 천막농성투쟁은 철도노동자의 단결정신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다!
정원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