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레디앙)
당신들은 노동자계급의 투쟁력보다 민주당의 힘이 더 중요한가?
민주당과의 제휴 시도는 노동자의 길이 아니다
이번 재보궐선거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중대발표’를 했었다. 후보단일화를 놓고 민주당에게 정치적 거래를 제안한 것이다. 안산에서 무소속 임종인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에 동의해주면, 다른 지역 민주노동당 후보를 사퇴시키겠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같은 당의 이정희 의원 역시 <한겨레>와의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과의 연대는 “꼭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며,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는 ‘절벽’이 가로놓여 있지만 민주당과 민노당 사이의 차이는 그것보다 훨씬 작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보신당 역시 무소속 임종인 후보를 중심으로 민주당과 함께 단일화를 추진하려 했다.
민주당이 패권적 태도를 취한 탓에 이번 시도는 실패했다. 이에 대해 민노당 대변인은 “참으로 안타까운 심정”임을 밝혔다. 우리는 이것이 전혀 안타까워 할 일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진정으로 안타까운 것은 진보와 노동자 정당을 내세운 정당들이 거듭 반동적인 자본가 정당들과 합작을 추진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역할을 지워버리는 ‘반MB 연합’
진보정당들이 민주당과 공조를 추진하는 배경에는 이명박 반대투쟁이 있다. 이명박 반대투쟁을 강화하는 것에는 우리도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진심으로 이명박 반대투쟁을 강화하고자 한다면, 그 목표에 부합하는 방식과 수단을 선택해야 한다.
이명박 반대투쟁을 제대로 강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이명박이 대표하는 자본가계급과 절대 타협할 수 없는 세력, 즉 노동자들이 전면에 나서 주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노동자계급의 이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자본가 정당들로부터 철저하게 독립해서 뭉쳐 싸워야 비로소 이명박 반대투쟁은 진짜 힘을 갖는 투쟁으로 발전할 수 있다. ‘노동자당’이라면 반드시 이런 관점에 철저해야 한다.
그런데 민노당은 이런 관점과 정반대의 태도를 보인다. 민주당과 제휴를 추진하면서 강기갑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이명박 심판은 민주노동당의 힘만으로 가능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1야당 민주당의 태도입니다.” 노동자계급의 역할이 사라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반이명박 투쟁은 민주당의 정치적 이해타산에 종속되는 ‘국회 중심의 입씨름’, 그리고 ‘선거야합’이 되고 말았다.
일체의 자본가 정당과 단절해야
한나라당과 민주당 사이에 ‘절벽’이 있다는 민노당 이정희 의원은 이야기는 틀렸다. 두 자본가 당들은 같은 편에 서서 노동자계급을 적으로 노려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과 민노당 사이의 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다는 이야기는 사실에 가깝다. 또한 바로 그렇기에 두 당 지도부 사이에서 ‘선거 공조’와 ‘MB정부에 맞선 연합’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누가 더 노동자계급과 가까이 서 있는가 하는 점에서는 분명히 두 당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반동적인 자본주의 사회를 결코 분쇄할 생각이 없다는 점에서는 두 당 사이에 차이가 없다. 단지 민주당은 노골적으로 자본주의를 지지하고, 민노당은 자본주의 수선이라는 개량주의 관점을 취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민노당이 개량주의 강령을 버리지 않는 이상, 민주당과 제휴하려는 시도 즉 노동자의 독자적 역할을 지워버리는 시도는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진보신당 역시 이 점에서는 더하면 더했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노동자계급의 당’이 아니라 ‘노동자 농민 소상인, 소자본가의 연합당’임을 주장하는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자신의 강령과 조직을 혁신해 혁명적 사회주의 정당으로 탈바꿈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런 개량주의 정당들이 노동자계급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노동자계급의 힘은 약화되고 민주당과 같은 자본가 정당의 들러리로 전락할 것이다. 동시에 진정 전투적인 이명박 반대투쟁도 실종될 것이다. 민노당과 진보신당 등 개량주의 정당에 기대하지 말고, 지금부터 독자적인 혁명적 사회주의 정당을 건설하기 위해 나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