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을 뚫자! 연대 총파업이 살길이다! 사진=연합뉴스)
포위와 고립작전에 맞서
과감한 대정부투쟁과 연대파업 조직화로 맞불을!
쌍용차 점거파업이 5주차를 넘기며 견결하게 유지되자, 사측은 지난주 16일에 이어 이번주 23일부터 매일 불참 조합원들을 동원하여 관제 데모를 진행하고, 용역깡패를 동원하여 연대하러 온 동지들의 출입을 폭력적으로 통제하는 탄압을 감행하고 있다. 여기에 공권력까지 가세하여 점차 평택공장의 외곽을 구사대와 용역깡패, 공권력으로 포위해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 아무리 흔들고 위협해도 1천여 파업대오가 거뜬하게 버티자, 어쩔 수 없이 발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이번 투쟁에서 파업대오가 승기를 잡았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적어도 법정관리인을 상대로 한 힘겨루기에서는 일정한 우위를 점하고 있으나, 애초부터 허수아비에 불과한 법정관리인들에게는 쌍용차 처리방향과 관련한 아무런 권한도 주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그들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 또한 많지 않았다.
쌍용차 문제에 실권을 쥐고 있는 것은 이명박 정권이다. 그러나 이명박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하다못해 구조조정 자금, 이를테면 위로금조차 지원해주지 않아서, 1,600여명에 달하는 희망퇴직자들은 ‘외상퇴직’ 상태로 남아 있다. 견고한 파업대오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듯하자 공권력 투입으로 파업을 제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명박 정권이 결정해주지 않는 한 아무런 권한도 없는 법정관리인들은 관제 데모와 용역깡패 동원이라는 수단을 집어든 것이다.
하지만 실권을 갖고 있는 이명박 정권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는 점, 그저 뒷짐만 진 채 수수방관 하고 있다는 점이 바뀌지 않는 한, 쌍용차 투쟁이 승리를 향해 중요한 발걸음을 내딛는 것이 불가능하다. 거꾸러뜨려서 양보를 받아내야 하는 진짜 적은 아직 건재하기 때문이다. 공장 안에 파업대오만 홀로 갇혀있어서는 새로운 에너지가 충원되지 않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떻게 진격의 에너지를 충원할 것인가?
쌍용차 파업노동자들이 한달 넘게 파업을 견결하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전망 때문이었다. 그러나 투쟁이 장기화되고 실권을 가진 이명박 정권은 꿈쩍도 하지 않자, 좀더 공세적인 투쟁이 없으면 전망이 열리지 않는다는 점을 파업대오 스스로 느끼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기존에 강조해왔던 것처럼 쌍용차 투쟁을 공장 담벼락을 넘어 금속노동자 전체의 투쟁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금속노조 총파업투쟁의 전망을 열어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쌍용차 노동자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연대파업을 호소하는 것, 특히 집행부 사퇴로 혼란을 겪고 있는 현대차 노동자들이 아래로부터 총파업투쟁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독려하기 위한 선동전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
둘째, 꿈쩍도 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를 상대로 쌍용차 노동자들이 직접 대정부투쟁을 감행하는 것이다. 용역깡패와 공권력 침탈이라는 위협 속에서도 산업은행, 청와대, 정부청사, 삼일회계법인, 법원·검찰청 등을 상대로 과감하게 이 사태의 책임을 묻는 투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각종 대책위들의 기자회견, 또는 민주노총·금속노조 차원의 1회성 집회는 있었지만, 실제 당사자인 쌍용차 노동자들의 독립적인 대정부투쟁은 너무나 미미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진짜 힘을 갖는 것은 바로 이것이다.
마지막으로, 불참 조합원들을 어떤 방식과 수준으로든 파업투쟁 지지대오로 조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물론 정서상 어려운 지점도 있지만, 만일에 불참 조합원의 5~10%만이라도 파업 지지대오로 조직해낼 수 있다면, 사측과 정권의 파업대오 흔들기는 완전히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구사대 조직화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고, 오히려 불참 조합원들의 마음이 파업현장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다.
가령 파업불참 조합원들의 양심 선언 등이 잇다르고 관제 데모 참석률이 대폭 떨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이는 노 갈등으로 몰아간 뒤, 폭력충돌을 없앤다는 이름으로 야금야금 공권력 개입을 확대하려는 저들의 간악한 계획을 무력화시키자는 취지 뿐 아니라, 파업대오 내부에서 새로운 활력과 역동성, 자신감을 불어넣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