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민주주의는 민주당과의 공조가 아니라 독자적이고 강력한 노동자투쟁으로만 가능하다. 사진+경향닷컴)
‘국정기조 변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교수, 대학생, 종교인, 예술가에서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국정기조 변화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도처에서 쏟아지고 있다. 자본가천국을 향해 귀를 막고 질주하는 이명박 정부의 일방적인 행태에 모든 사람들이 넌덜머리를 내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 내에서조차 청와대를 향해 쇄신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불만을 터뜨린다. 정부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오만방자하게 억압의 몽둥이를 휘둘러대던 저들은 스스로 분열하며 점차 허약해지는 중이다.
결집하는 대중의 열망
이명박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으나, 이제는 “섬기지 않아도 좋으니 제발 괴롭히지만 말아 달라”는 비아냥거림이 ‘국민’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그리고 정부를 향한 비아냥거림에 머물렀던 대중의 분위기는 지금 국정기조 변화라는 정치적 요구로 발전하고 있다.
여기에는 상황이 나아지기를 바라던 대중의 희망과 기대를 절망과 낙담으로 바꿔버린 현 정부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다. 만약 이명박 정부가 노동자 죽이기 정책을 포기하고 물러서지 않는다면, 이 분노가 폭발적인 투쟁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반드시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한나라당인가 민주당인가를 막론하고 일체의 자본가당들로부터 노동운동이 독립하는 것이다.
노동자의 독립성이 중요
일각에서는 민주주의를 지키고 이명박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민주당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은 “민주주의 위기가 오는데 민주당과 정책적 차이를 따지기보다 적어도 이 순간에는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민주당과 함께) 싸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민주당 세력은 바로 지난 정권에서 노동자 죽이기에 앞장섰던 자들이다. 그런 자들의 정책과 노동자계급의 정책을 구별하지 말고 뭉치자는 것은 곧 노동자들을 하나의 자본가당(한나라당)으로부터 떼어내 다른 자본가당(민주당)의 꼬리로 갖다 붙이는 격이다.
이렇게 노동자들을 정치적 조직적으로 무장해제시키는 것은 노동자투쟁의 발전을 돕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악화시킨다. 또 하나의 노동자 죽이기 정당에 불과한 민주당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노동자들을 동원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는 이득을 취한 후에는 가차 없이 노동자들을 버릴 것이다. 더 나아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한나라당과 나란히 노동자 죽이기 정책을 밀어붙여 자본가들의 이익을 수호하는 데 열중할 것이다.
이때 노동자들이 독립적인 정치와 조직으로 무장하고 있지 않다면 무방비로 공격당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위험을 피하고 진정으로 노동자의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자본가당의 파트너로 협력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독립적인 투쟁대열을 만드는 것이 필수다. 민주당과의 공조를 위해 노동자투쟁의 요구를 포기하거나, 투쟁을 유보하는 것을 거부해야 한다.
민주당과의 공조는 반이명박 투쟁을 허약하게 만들 것이고, 결국 국회 안의 말다툼으로 대체해버릴 것이다. 지금 필요한 공조는 쌍용차 노동자들과의 공조, 화물연대 노동자들과의 공조, 바로 투쟁하는 노동자들과의 공조다. 이 공조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에 맞선 투쟁을 발전시켜야만 현 정부에 분노하는 대중의 투쟁의지는 민주당에 의해 삼천포로 빠지지 않고 곧게 뻗어나갈 수 있다. 노동자투쟁의 확대 말고는 진정 이명박 정부에 맞설 수 있는 대안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노동운동의 기조가 되어야 한다.
오연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