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전교조 울산지부는 서명운동에 앞서 김상만 교육감의 공개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출처: 울산노동뉴스)
일제고사 반대를 넘어서!
지난호에 실렸던 일제고사에 반대한 전교조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연대하자는 내용에 공감하면서 논의를 좀 더 이어가보고자 한다.
시험, 일제고사, 그리고 자본주의 교육방식
많은 이들이 시험은 ‘공정’한 것이며 이를 토대로 ‘자기 수준에 맞는 교육과 지위’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것은 허상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험은 1등과 꼴찌를 가르며 승자와 패자를 구분해, 배제와 탈락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인사고과를 통해 정리해고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하는 것과 똑같은 장치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일제고사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은 더 전진해야 한다. 전교조는 경쟁을 조장하는 입시제도 폐지와 같은 보다 근본적인 요구를 제기하기보다 학업성취도 평가와 진단평가를 그대로 둔 채 ‘표집과 문제은행식 체제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했다. 이전 방식으로 되돌리자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경쟁을 주입하는 장치로서 시험 그 자체에 반대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투쟁에 주목하자.
반면 일제고사 반대를 주도했던 일부 청소년들은 일제고사뿐만 아니라 모든 시험의 폐지(노테스트, notest)를 주장하고 나섰다. 아직은 조직적 힘이 미약하지만 자본주의 경쟁교육으로 고통받는 당사자인 청소년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그 누구보다 문제의 핵심을 꿰뚫어보고 있다.
노동자 해방은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만 가능하다. 교육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의 미친 교육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청소년, 교사, 그리고 학부모인 노동자가 함께 고민하고 연대하고 투쟁해 나갈 때에만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 눈앞에 닥친 일제고사를 폐지하는 것을 넘어서서 경쟁과 차별, 획일주의가 판치는 교육이 아닌 평등과 협동, 공동체정신이 살아 숨쉬는 창의적인 교육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자. 1%만을 위한 자본주의를 뒤엎고 노동자의 새로운 세상을 건설하는 투쟁 속에서 말이다!
정현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