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배치 합의 전면 무효화하고 총고용 보장을 위해
현장으로부터 원하청 공동투쟁을 조직하자!
지난 3월20일, GM대우차 노사간에 대규모 전환배치 합의가 이뤄졌다. 이번 합의의 본질은 1천3백여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중 2/3 가량(900여명)을 현장에서 쫓아내고, 그 자리에 정규직 노동자들을 전환배치하겠다는 계획에 다름 아니다. 사실상 ‘비정규직 대규모 밀어내기’에 다름 아닌 이번 합의서의 이름은 얄궂게도 ‘고용안정 특별위원회’ 합의서이다.
일이 진행되는 속도 또한 엄청나게 빠르다. 합의 직후 부서별 전환배치 협의가 시작되었으며 2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거의 완료 단계에 이르렀다. 라인속도를 변경하고 전환배치를 완료하여 생산을 시작하는 시점은 4월21일이며, 그 전 2주일간(4월8일~4월20일)은 부평공장 전체가 셧다운(전면휴업)에 들어간다. 다시말해 해고에 직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4월7일이 마지막 출근일이 된다는 얘기이다!
이미 오늘부터 몇몇 하청업체들은 “21일부터 출근하지 말라. 이번달은 70% 휴업급여가 나가지만 5월부터는 알 수 없다”며 사실상의 해고 통보를 하고 있다. GM대우차비정규직지회(지회장 이대우)는 합의 이전부터 이것이 비정규직 대량해고로 이어질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그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던 GM대우차지부가 합의를 강행한 것은, 비정규직을 배신한 행위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한발 한발 밀리면 결국 목숨까지 내줘야 한다!
지난해 연말부터 GM대우차지부의 행보는 자본의 요구에 하나하나 내어주는 역사였다. 미국의 금융위기와 함께 빅 3 위기가 시작되던 지난해 12월, 회사 측은 성과급 100% 지급을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고 GM대우차지부는 이를 수용했다. 올해 초부터 특별단체협약을 통해 일부 복지혜택 양보가 논의되었고, 결국 3월4일, “▲퇴직금 중간정산 ▲체육대회 및 야유회 ▲하기 휴양소 ▲장기 근속자 선물지급 ▲미사용 고정연차 ▲군산 사원아파트 건립 등을 2010년 7월까지 중단한다”는 양보안이 노사합의 되기에 이른다. 그 사이 감산과 휴업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은 무려 40% 가까이 삭감되었다.
복지 양보가 이뤄진지 보름이 지난 3월20일에는 비정규직 집단해고와 정규직 전환배치를 골자로 한, 이른바 ‘고용안정 특별위원회’ 노사합의가 이뤄졌다. 그런데 그 합의가 있은지 열흘만인 3월31일, 자본은 GM대우차지부에 보낸 2009 임금교섭 회사 요구안에서 “▲생산직 10% 임금삭감 ▲자녀학자금, 귀성비, 하기휴가비 등 단체협약 개악 ▲양평동, 동서울 정비사업소 매각” 등을 요구했다.
이렇듯 처음에는 “한발만 양보해달라”고 하지만 점차 양보하다 보면 끝내 생존권까지 달라고 할 것이다.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GM과 크라이슬러의 ‘파산을 통한 회생’ 또는 ‘일부 파산과 일부 매각’이라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 상태이다. 사실상 GM의 파산보호신청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GM대우에 정규직 희망퇴직과 추가적인 임금삭감 공세가 들어올 것 또한 거의 확실하다. 판매망의 90%를 GM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 GM대우의 운명은 전체 GM의 운명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한발 한발 양보하는 것의 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현장통제 상실과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질 전환배치
정규직 전환배치가 비정규직 집단해고와 함께 벌어지기 때문에 이번 사안이 마치 비정규직 문제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전환배치 합의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자본이 전환배치의 자유를 가지게 되면, 노동자들을 마치 나사못처럼 이쪽 라인에 박았다가 다시 빼서 저쪽 라인에 박아넣는 식으로 다룰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엣가시같은 활동가들이나 노조 간부들을 생산라인으로부터 먼 곳으로 돌려버리거나, 혹은 매우 어려운 공정을 맡기는 방식으로 탄압에 나설 수도 있다. 무엇보다 전환배치의 자유를 갖는 것은, 전반적인 현장의 통제권을 자본이 행사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겠는가!
심지어 이번 GM대우차에서 진행될 전환배치는 별도의 OJT(On the Job Training : 직무훈련) 기간조차 없을 것이라고 한다. 즉, 전환배치된 정규직 노동자들은 완전히 새로운 작업공정에 익숙해질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한 채 생산물량을 뽑아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어마어마한 노동강도 강화로 이어진다.
전환배치가 완료되어 생산이 재개되는 4월21일, 아마도 현장에서는 상당한 혼란을 겪게 될 것이다. 이미 그전에도 비정규직을 밀어내고 정규직이 전환배치되는 사례가 있었는데, 그때마다 정규직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이 수행해온 매우 어려운 공정에 숙달되지 않아 생산라인이 멈추는 사례가 생기곤 했다.
그렇지 않아도 GM대우차는 높은 편성효율로 노동강도가 높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이번에 벌어질 대대적인 전환배치에서 당연히 자본가들은 이른바 ‘생산성 향상’ ‘생산합리화’라는 미명으로 더 높은 편성효율을 밀어붙일 것이다. 정규직 노동자들 역시 지부의 배신적 합의로 인해 노동조건이 더 악화된다!
GM대우차 정규직 활동가 동지들,
이번 합의를 폐기하기 위한 원하청 공동투쟁을 조직하자!
비정규직의 일자리를 실제로 꿰차고 들어간 정규직 노동자들의 의식은 극도로 보수화된다. 자신이 다른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아야만 고용이 보장된다고 하는 것을 경험한 노동자들은, 앞으로 노동조합의 말보다 자본가의 말을 더 신뢰하고 따를 것이 분명하지 않겠는가! 무엇보다, 비정규직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전환배치되는 일 자체가 처참한 현실 아닌가!
이런 구조조정을 용인하게 될 경우 완성차 정규직노조의 계급적 기반은 급속도로 무너지게 되어, 노사협조주의와 어용이 득세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자본의 입장에서 보자면 노동조합을 어용화하여 자신의 수족으로 만드는 것은 수천명 정리해고의 효과나 다름없기 때문에, 정규직 의식의 보수화야말로 자본가들이 가장 열망하는 것이다.
비록 소수라 할지라도, 아니 단 한명에 불과할지라도, 유인물과 대자보를 발행하여 이번 합의의 문제점을 알리고 비정규직과 공동투쟁을 시작하자. 비록 지금은 힘에 부쳐 밀릴지라도, 언젠가 다시 현장을 조직하여 빼앗긴 것을 되찾기 위한 투쟁을 위해서라도 이번 합의를 용인해서는 안된다. “어쩔 수 없으니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생각은, 나중에 되찾기 위한 투쟁조차 어렵게 만든다. “양보교섭 반대! 3.20 배치전환 합의 무효! 비정규직을 포함한 총고용 보장!”이라는 선명한 요구와 깃발을 지금부터 현장에 세워야 한다!
GM대우차 비정규직지회 동지들,
일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포기하지 말고 싸우자!
사측의 공격, 그리고 지부의 배신적 합의로 인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당수가 자포자기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패배주의와 자포자기라는 바이러스의 유포야말로 자본가들의 공격이 핵심적으로 노리는 것이다. 그러나 투쟁의 전망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면, 노동자들은 포기가 아니라 투쟁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1천명에 가까운 노동자들이 단숨에 짤려나가는 상황이기에, 현장은 결코 숨죽이고 당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저항에 나설 것에 틀림없으며, 엄청난 환경변화로 인해 생산가동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도 못할 것이다. 생산이 재개되는 4월21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사수하기 위해 현장으로 출근할 것을 호소하고, 휴업기간 부평 곳곳을 돌며 해고 위기에 처한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한 집회, 선전전, 촛불문화제를 전개하자. 아울러 4월말 현장복귀 투쟁에 연대를 조직하기 위해 휴업기간 전국의 사업장을 돌며 이 싸움에 전국적 연대를 호소하고 조직하자.
위기의 책임은 정부와 자본에게 있다!
노동자살리기 투쟁으로 떨쳐일어서자!
이번 전환배치의 배경이 된 사안은 물량 감소로 인한 라인속도(JPH) 다운이다. 라인속도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2개의 공정을 1명에게 맡기고, 3개의 공정을 2명에게, 4개의 공정을 3명에게 맡기는 전환배치를 강요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축소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라인속도를 줄인 상태로 지금의 일자리에서 그대로 일하도록 한다면 비정규직 집단해고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안은 아주 명쾌하다. 전환배치 합의를 전면 무효화하고 현재의 일자리를 그대로 유지한 채로 라인속도만 낮추는 길이다! 그렇지 않아도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고통받아오지 않았던가! 이번 기회를 오히려 노동강도 완화투쟁의 계기로 삼고, 위기의 책임을 자본과 정권에게 지우기 위한 원하청 공동투쟁의 포문을 열어가자!
이러한 방식이야말로 공황기에 노동자들이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조직노동자와 미조직노동자, 취업노동자와 실업노동자를 단결시킬 수 있는 길이다.
사회주의노동자연합은 이번 배신적 합의를 무효화하고, 비정규직 집단해고를 막아내는 총고용 보장을 위한 원하청 공동투쟁 조직을 위해 GM대우차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할 것을 약속한다. 4월7일 오후 4시 부평공장 서문에서 금속비정규투본 주최로 열릴 해고반대 결의대회에 적극 참여하여, GM대우차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의 전망을 열어가기 위한 행동에 돌입하자!
2009년 4월 6일
사회주의노동자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