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폭력에 의해 사망한 건설노동자 이철복 동지 투쟁
전국의 동지들께 연대투쟁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이 글을 쓰는 저는 강원영동 지역에서 지역노조 활동과 민주노총 강릉시협의회 부설 노동상담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강원건설기계지부 이철복 조합원(남·45세)이 지난 3월 21일 시공업체인 드림종합건설 현장소장으로부터 둔기로 맞고 폭행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4일 끝내 사망했습니다. 이번 건설노조 고 이철복 동지 투쟁과 관련하여 전국의 동지들에게 현장 소식을 좀 더 가깝게 전해 드리고 연대를 요청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체불임금 투쟁 중에 발생한, 건설자본에 의한 폭력살인입니다. 이철복 조합원은 원청인 대해개발이 발주하고 드림종합건설과 하청업체인 양지건설이 시공한 헬리오스텔 공사현장(강릉시 포남동 청송아파트 인근 농협 옆)에서 지난해 11월부터 철근 노동자로 일해 왔습니다. 헬리오스텔 건설현장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 현재까지 형틀목수, 철근 노동을 하던 건설일용노동자 40여명에 대해 총 2억원에 달하는 임금체불이 발생했습니다. 임금지급을 요구하는 조합원들에게 회사는 3월9일 노사협약을 통해 3월20일까지 임금을 일괄 지급키로 약속했으나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약속한 3월 20일, 사측에서는 체불임금에 관하여 10원짜리 한 장도 지급하지 않았고 건설노조와 강릉시협, 현장조합원은 대책을 논의하던중 3월 21일 이철복 조합원 등 철근노동자들이 체불임금에 항의하러 원청 사무실에 갔다가 폭력사건이 발생하여 3월 24일 결국 이철복 동지를 떠나보내야만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동부는 사실상 폭력살인을 방조했습니다. 사측이 무려 6차례 임금 지급 약속을 어긴 가운데 근로감독관이 현장에 출두했지만 오히려 사측 편을 들고 ‘나중에 준다고 하니 기다려보라’는 식으로 대응했습니다. 이철복 동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진짜 주범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속에서 노동자의 목숨과 생존권을 담보로 이윤만을 추구하는 건설자본과, 이러한 다단계하도급 구조를 핑계로 건설자본을 보호하는 노동부인 것입니다.
￭ 투쟁경과
이철복 동지의 사망 이후 건설노조 강원기계지부와 민주노총 강릉시협의회는 곧바로 상황을 알렸고 각 단사에 연대를 요청했습니다. 건설노조는 노동부 강릉지청을 거점으로 3월26일부터 천막과 분향소를 설치하고 정말 몹시도 추운 봄날이지만 현장 조합원들과 천막투쟁을 시작했습니다. 건설노조와 민주노총 강원본부가 공동대책위를 구성하기로 하고 지난 4월 2일 강릉시청에서 800여명의 동지들이 모여 ‘고 이철복 동지 폭력살인 규탄 결의대회’를 갖고 시내행진까지 진행했습니다. 현재 현장에서는 아침 결의대회, 중식집회 및 선전전, 시내 중심가 1인 시위, 저녁 촛불 추모제를 매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대단위들은 자발적인 투쟁기금, 물품, 음식 등을 전달하며 투쟁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발주사 및 원청은 자기돈 하나도 안들이고 건물을 올리려는 완전한 사기꾼이며 관련기관 역시 어떠한 대책도 내놓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경찰은 원하청 사장들을 구속시키기는커녕 비호하고 있습니다. 원하청 사장들이 집을 팔든 차를 팔든 해서 유족보상과 체불임금을 해결하도록 강제하기는커녕 건설자본의 시녀역할을 하는 데 급급한 공권력과 노동부를 보면 정말 어처구니없고 화가 날 뿐입니다. 결국 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의 강력한 투쟁만이 해결책임을 깨닫고 좀 더 강력한 현장투쟁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노동자들의 노동해방을 향한 투쟁이 결국 우리 손으로, 우리 힘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듯, 이번 고 이철복 동지의 투쟁도 현장의 힘을 조직하고 연대를 만들어내는 스스로의 투쟁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지역 거점 투쟁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지역과 현장에 더 많이 알려서 현장의 많은 노동자들이 이 투쟁의 중요성을 고민하고 알아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향후 조금 더 강력한, 조금 더 광범위한, 조금 더 전국적인 투쟁 계획을 수립하고 조직해 내면서 반드시 이철복 동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싸워나갈 것입니다.
￭ 전국의 동지들께 연대투쟁을 강력히 요청합니다.
이철복 동지가 사망한 직후 체불노동자가 현장의 타워크레인에 올라갔었습니다. 그 동지는 절규했습니다.
“나는 17살부터 망치를 잡았다. 그동안 수없이 임금체불이 발생했고 현장에서 인간적인 모멸감을 당했으며 금방이라도 떨어져 죽을 수 있는 여건에서 일을 해왔다. 나의 이러한 생존권에 관해 수차례 관련기관을 찾아가 보았지만 어떠한 답도 없었다. 정말 엿같은 세상일 뿐이다”
밑에서 그 동지의 말을 들으면서 추운 날씨만큼이나 가슴이 시렸습니다. 바로 이것이 건설노동자의 현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이 땅의 노동자들은, 특히 중소, 영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갈수록 더 열악한 생존의 벼랑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현장을 바꾸고 노동해방을 향한 투쟁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정말 뼈저리게 느낍니다.
현재 현장조합원들의 투쟁의지는 강하고 하루가 다르게 노동자로서의 자세와 의식을 배워가고 있습니다. 다만 투쟁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 속에 속히 장기투쟁에 대비할 수 있는 준비가 절실합니다. 이 투쟁은 이철복 동지의 한을 풀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현장에 너무나 널리 퍼져 있는 임금체불•근기법 위반•산안법 위반•노동탄압을 분쇄하는 투쟁으로서 중요합니다. 동지들의 연대가 진정으로 필요한 때입니다.
강원영동지역 노동조합 위원장 최종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