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자 비정규지회 경남 해고자투쟁 - 굽힘없이 투쟁하는 노동자들
매주 수요일 아침, 현대차 울산 3공장 천막농성장 앞에선 비정규직지회의 집중집회가 열린다. 작년 9월 해고된 이후, 엄동설한을 천막농성으로 지나온 경남산업 해고자(임태현, 조재현, 신대운)들의 원직복직투쟁 집회다.
사측의 노동유연화 공격
세계 자동차 시장의 살벌한 경쟁구도 속에서 공격적으로 해외공장 확대에 나서고 있는 현대차(주)는 국내공장 노동자들의 노동유연성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활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이를 위해 사측은 두 가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 방향은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으로, 전환배치를 자유롭게 하고, 작업 편성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기계의 부속품으로 취급되는 절망의 공장, 일본 도요타공장의 노동유연화가 그 모델이다. 사측은 주간연속2교대제 또한 이를 관철시키는 계기로 이용하려 하고 있다.
다른 한 방향은 전체 노동자의 약 30%에 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으로, 비정규직을 ‘싸게 쓰다가 쉽게 자를 수 있는’ 존재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사측이 이를 위해 동원한 수법은 중간착취자들의 얼굴을 바꾸는 행위에 불과한 ‘업체변경’이다.
작년 9월 도장3부 업체 GMS의 폐업(경남산업으로 업체변경)은 사측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근속년수를 없애고, 6개월 단기계약직으로 전락시키고자 했던 첫 시도였다.
비정규직 투쟁의 초점, 경남투쟁
경남 해고자들은 엄동설한에 천막을 두 번이나 강제철거당하고 출입금지 가처분에 걸리고 고소고발을 당하면서도 굽힘없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도장3부의 핵심 활동가들이었던 이들은 자신의 복직투쟁이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긴밀히 연결된 투쟁이라는 점을 자각하고 있다. 특히 작년 연말, GMS에 이어 울산과 아산에서 5개 업체가 같은 방식으로 폐업되면서 경남 복직투쟁은 이미 비정규직 투쟁의 초점이 되었다. 현대차(주)가 업체변경이라는 수법을 이용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쉽게 짜를 수 있도록 만들려는 것에 가장 선두에서 대항하고 있는 것이다.
투쟁으로 단련되는 노동자
경남 해고자들의 투쟁은 출발부터 고립된 상태로 진행되었다. 해고된 지 한 달 만에 비정규직지회의 지회장은 “경남 해고투쟁을 책임질 수 없다”며 사퇴해버렸다. 정규직지부 또한 “지회가 알아서 하라”며 외면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경남 해고자들은 투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함께 할 것으로 믿어왔던 사람들로부터 얻은 배신감보다는 사측에 대한 ‘분노’가 더 컸기 때문이다.
물론, 투쟁은 단지 ‘분노’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 복직 투쟁과정은 경남 해고자들로 하여금 이것을 아프도록 배우게 했다. 고립된 투쟁대열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무력감과 스트레스, 그리고 함께 투쟁하는 동지들 간의 의견충돌, 투쟁의 결말이 잘 안 보일 때 느끼게 되는 막연함 등은 경남 해고자들을 비켜가지 않았다.
투쟁 과정에서 성장하는 노동자
8개월 반을 넘어서고 있는 복직투쟁은 경남 해고자들을 ‘노동운동가’로 성장시키고 있다. 잘못된 것에 대한 분노와 억울함으로 출발했기에 처음엔 자신의 복직문제의 해결에 국한되었던 관심은 이제 공장 전체의 문제로 그리고 사회에 대한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경남 해고자들이 현장조직위원 활동으로 비정규직 노조운동에 자신을 보태겠다고 결의하는 모습은 투쟁이 노동자들을 어떻게 성장시키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노동의 역사와 노동운동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노동자가 고통 받지 않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그리고 그런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하는 질문을 서슴없이 던지는 경남 해고자들의 모습 속에 노동해방의 씨앗들이 자라나고 있다.
현자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