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선진노사포럼', 정권이 쳐놓은 노사민정의 덫
정권과 자본은 노동자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한편, 노동운동 지도부를 포로로 붙잡아두기 위한 포섭 공작 또한 맹렬하게 펼치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공무원 강제퇴출, 공무원연금 개악을 밀어붙이면서 전국공무원노조를 노사정위의 공무원위원회로 끌어들인 것이 그 사례다.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지역 차원에서 노사민정을 구성해 무파업 선언을 이끌어낸다’는 이명박 정부의 계획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대구, 광양, 서울 등에서 충성스런 어용노조들을 동원해 ‘노사민정 구성’과 ‘노사협력 선언’을 추진해가고 있다.
정부가 자신들의 오랜 하수인들을 데리고 무슨 짓을 하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하지만 민주노총이, 그것도 노동자도시인 울산에서 정부, 자본과의 협력에 빠르게 빨려들어가는 것은 적극 경계해야 할 위험이다.
민주노총 울산본부, 덫에 빠지는가?
울산시가 ‘무분규 원년’ 달성을 위해 지난 3월 26일 만든 ‘선진노사포럼’에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인 하부영이 참여했다. 조선일보, 울산매일 같은 자본가언론은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자신들이 놓은 덫에 걸려들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울산 선진노사포럼’은 울산상의 부회장, 경영자협회 부회장, 울산시 경제통상국장, 울산노동지청장, 어용노총의 울산본부장, 울산대 교수 같은 울산지역의 대표적인 자본가들이나 그 하수인들이 득시글거리는 ‘울산지역판 노사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정권과 자본이 이걸 만든 이유는 분명하다.
‘자본가 대통령’이 들어서자 물 만난 물고기처럼 울산 자본가들도 노동자 착취 강화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현대차 자본은 모든 사업부에서 합의서 위반, 생존권 파괴, 현장통제 강화 등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울산 홈에버 자본은 지난 달 복직한 뒤 2일된 노동자를 포함해 5명을 문자 메시지를 날려 해고했다.
이처럼 울산 자본가들이 착취를 강화하자 현대차 1공장 파업을 비롯해 울산지역 곳곳에서 노동자투쟁이 하나둘씩 터져나오거나 화산 폭발을 앞둔 마그마처럼 표면 아래에서 들끓고 있다. 무분규를 위한 ‘선진노사포럼’은 이런 노동자투쟁을 잠재우기 위해 정권과 자본이 치밀하게 설치해놓은 ‘덫’이다.
채찍질하는 자본과 정권을 ‘존중’?
선진노사포럼은 “상대방의 다른 주장을 배척하기보다 열린 자세로 존중한다”, “주요 노사현안에 대한 입장이 정리될 경우 공동입장을 표명한다”는 기본 기조에 합의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현대차 자본이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환배치와 비정규직 해고를 더욱 자유화하고, 노동강도를 높이며, 외주화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며 완강하게 밀어붙여도 ‘배척하기보다 존중’할 것인가?
작년 초에 현대차 노동자들이 자본가들의 임금 도둑질(성과급 삭감)에 맞서 파업했을 때,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자본가여론에 굴복해 현대차 노조에 사과를 촉구하고, 공멸을 막기 위해 노사가 서로 노력할 것을 강력히 주문했다. 현대차 노동자들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다시 투쟁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자본과 정권, 부자언론은 게거품을 물고 노동자투쟁을 비난할 것이다. 이 때 ‘선진노사포럼’도 파업 비난 ‘입장’을 표명할 것이 뻔하다.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그런 선진노사포럼에 발을 담그는 것은 파업파괴 행위에 명분만 실어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선진노사포럼에 참여한 것은 “이제는 시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으로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민은 크게 둘로 쪼개진다. 하나는 지금 ‘선진노사포럼’에 참가하는 사장, 울산시 고위관료, 교수들 같은 ‘자본가시민’들이다. 이들은 끊임없이 노동자를 착취하고, 억압하며, 기만한다. 다른 하나는 울산지역 110만 인구 가운데 40만이나 되는 ‘노동자시민’들이다.
누구와 함께 할 것인가? 탐욕스럽고 가증스런 착취자들인가? 아니면 노동자들인가?
노동자 공동투쟁이 올바른 길
이랜드, 코스콤, 학습지, GM대우 등 지금 서울에서 비정규, 투쟁사업장 동지들이 펼치고 있는 공동투쟁이 모범이다. 이런 공동투쟁의 모범을 전국 곳곳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정규직, 비정규직, 부품사 노동자들의 주간연속2교대 공동투쟁, 공기업 민영화에 맞선 공동투쟁을 지역별로 만들어가자.
노동자 공동투쟁만이 살 길이다. 공동투쟁을 가로막는 노사정 협조주의를 확실히 떨쳐버리자.
최지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