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청 비정규직 투쟁,
여성노동자의 자존심으로 떨쳐 일어나다!
2007년 2월말부터 광주시청 비정규직투쟁이 시작되었다. 시청이라고 별다른 것은 아니다. 자본가 권력이 노동자에 대한 착취와 억압의 기구이듯이, 이 자본가 권력의 한 부분인 시청 고위 관료들은 이 노동자들에게 말도 못할 착취와 억압을 일삼고 있다.
2004년에 장시간 근로, 최저임금법 위반 등 노동착취가 심해지자 50여명이 노조를 결성했다. 용역업체의 분열공세 앞에서 청소, 미화 50-60대의 여성노동자들이 노조를 사수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극도의 적대감을 내비췄다. 결국 2008년 2월 계약기간 만료를 핑계로 “청돌”이라는 새용역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2년 이상 정규직화 규정을 빠져나가기 위해 23개월짜리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이것은 노조원들을 대량해고하기 위한 작업의 일환이었다.
시청 관료들 - 자본가 권력의 실체를 보여주다!
노조에서는 수개월 전부터 “계약기간이 만료되니 재고용문제를 해결해달라!”며 수십 차례 출근 선전전과 집회시위를 전개했다. 그러나 광주시는 “용역업체 소관이다”, “그럴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모르쇠 전술이 겨냥하는 바는 계약을 따낸 청돌 측의 행동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청돌 측은 용역업체로 선정되자 노조원 23명 전원을 배제한 채, 비노조원에게만 이력서를 제출케 했다. 이에 분노한 노조원들은 3월 7일 공무원들과 경찰들의 침탈에 대비해 속옷만 걸친 채 농성을 전개했다. 수치심도 이겨낸 단호한 투쟁의지가 아닐 수 없었다. 100년 전에 미국 여성 노동자들을 덮친 자본가들의 야수적 탄압과 똑같은 일이 여성의 날에 벌어졌다.
2007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새벽 2시경 술 냄새 풍겨대는 공무원들에 의해 짓밟히고 이불에 둘둘 말려 광주 시청 여성노동자들은 세미나실에 집단 감금되었다. 결국 수백 명의 시청공무원들에게 둘러싸여 시청사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
광주본부가 노동자들을 배신하다!
민주노총 광주본부에서는 6월 27일 금속노조의 한미FTA 파업대오와 임단투 사업장을 총집결하여 시청 진입투쟁을 벌였다. 곧바로 민주노총 광주본부 일부 지도부에게 경찰의 출두 요구서가 날아들었고 민주노총 사무실 임대료 환수 등 광주시의 압박이 강화되었다. 그러자 광주본부의 투쟁기조가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더욱 강고한 2차 투쟁을 조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6월말 이후 3개월여 동안 아무런 투쟁을 조직하지 않았다. 10월 전국체전(광주에서 개최됨)을 앞두고 배치된 투쟁은 모두 취소되고 말았다. 박광태 시장이 “전국체전이 끝나면 광주시청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테스크포스(소위 해당 국장급과 비서실이 결합한 고위급 회의체계)를 가동 하겠다”며 “민주노총이 전국체전 성화를 들어 달라!”는 요구를 민주노총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전국체전 개막식이 열린 광주월드컵경기장 본부석은 노무현과 박광태 시장, 그리고 자본가들이 빈틈없이 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바로 그 장소에서 민주노총 광주본부장, 어용 한국노총 본부장 그리고 기업주 대표가 나란히 성화를 들고 본부석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사회자는 이를 “노사화합의 대행진”이라며 추켜세웠다.
전국체전 폐막 이후, 광주시와 협상이 벌어졌다. 민주노총 사무실 임대료 환수나, 한미FTA시위 손해배상 청구 등 몇몇 소소한 문제만 합의되었다. 문제의 원인이 되었던 비정규직 해고자들의 원직복직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투쟁 일정’을 포기한 대가로 결국 민주노총 지역본부 관료들의 이익만을 챙긴 결과였다.
여전히 진행형인 광주시청비정규직 투쟁
투쟁 1주년을 평가해 보면, 노조원들의 대오가 흐트러지지 않고 끈질기게 싸우고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주목할 만하다. 50~60대 나이에도 불구하고 하루 일과가 비정규직 투쟁이며 이 투쟁을 통해 활동의 자신감을 얻는다고 그녀들은 말한다. 여타투쟁 현장의 연대활동에도 그녀들은 팔을 걷어 부치고 있다. 평범한 어머니들로 살아왔던 노조원들은 아직 부족한 점이 적지는 않지만 당당한 노동자 투사로의 소중한 전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밑으로부터의 비타협적 투쟁과 그 힘을 바탕으로 투쟁을 전개하지 않는 민주노총 광주본부의 타협적 노선의 말로가 무엇이지를 되새기게 한다. 투쟁 속에서 노동자의식으로 무장케 하면 비록 당장 큰 성과를 못 얻는 싸움일지라도 우리에겐 패배가 아니다. 그러나 노무현 앞에서 기업가 대표들과 손을 맞잡는 식으로 노동자의 대의와 정신을 내던지며 어떻게 해서든지 복직을 만들어내겠다는 그 순간 노동자 투쟁의 모든 의미는 사라지고 만다.
광주시청 비정규직 투쟁의 결말이 어떨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투쟁 주체들의 끈질긴 투쟁과 대중적인 연대가 타올라야 승리를 기약할 수 있다는 것뿐이다. 다행히도 광주시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의지는 아직 굳건하다. 그렇다면 이들과 더 많은 노동자들이 연대해서 승리의 길을 열어나가자!
광주지역 활동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