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1공장 파업
무쟁의 깬 자랑스런 파업이여, 다시 일어나 전진하자!
생존권 짓밟자 파업에 떨쳐나섰다
울산 1공장의 주·야간조 노동자들이 3월 3일과 4일 각각 1시간씩 파업했다. 현대차 사측이 잔업 2시간과 월 특근 2회를 보장하기로 한 합의서를 깼기 때문이다. 파업을 맹비난하는 자본가언론도 사측의 합의서 위반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다.
입사 17년차인 1공장 정규직 노동자의 기본급이 월 158만원밖에 안 된다. 그런데 평균 가구수는 3.7명이나 된다. 이런 노동자들이 잔업, 특근 없이도 생계를 제대로 꾸리겠는가? “애들 교육비에다 은행 빚에다 돈 들어갈 곳은 쌔고 쌨는데 우째 살란 말인고?” 이런 분노가 거세게 터져나왔다. 사측의 합의서 위반은 그렇지 않아도 생계가 빠듯했던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것이었다. 노동자들은 그런 사측에 치를 떨었다.
1공장 노동자들이 곧바로 파업까지 간 것은 그동안 사측이 번번이 합의서를 어기고, 노동자의 삶을 위협해왔기 때문이다. 사측은 2006년 12월에도 ‘잔업 2시간, 월 특근 2회 보장, 인원조정 없는 UPH DOWN 논의’를 합의해놓고, 다섯 달도 안 돼 합의서를 일방적으로 깼다. 따라서 상습적인 사기꾼, 무자비한 생존권 파괴자한테 노동자들이 줄 수 있는 것은 파업이란 몽둥이뿐이었다.
무쟁의 날린 역동적 파업
파업 결정은 1공장 대의원회가 했다. 압도적 다수가 찬성했다. 그만큼 대중들의 분노는 컸으며, 단호한 파업 외에 다른 길은 없었다. 1공장 노동자들은 작년에 이미 파업찬반투표까지 끝냈다. 관료적 통제에 막혀 뚜껑을 열지 못했지만 찬성일 게 분명했다. 노동자들은 올해 초 대의원 선거에서 ‘제대로 투쟁을 이끌어달라’는 뜻에서 전투적 대의원들을 많이 뽑아주었다. 또한 전투적 대의원들을 포함해 건강한 활동가들의 일상적 현장활동이 다른 공장에 비해 최근 훨씬 더 활발하게 진행되어 왔다. 그 결과 작년에 멈춘 곳에서 올해는 과감하게 돌진할 수 있었다.
드디어 파업 방침이 떨어졌다. 전투적 대의원들이 앞장서서 단호하게 라인을 세웠다. 그러자 1공장 주간조 800여 명이 오후 4시부터 OK라인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야간조는 새벽 5시에 파업했다. 이번엔 노동자 대다수인 무려 1,200여 명이 파업집회에 참가했다. 역시 ‘선봉 1공장’다웠다!
파업집회 분위기도 아주 좋았다. “대의원들 잘 뽑았다. 이번에 한 번 제대로 가 보자”는 분위기가 강했다. 평범한 조합원이 “나도 발언하게 해 주소”라며 스스로 투쟁의지를 밝힐 정도였다. 어느 현장활동가는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고 할 정도였다. 그동안 사측이 얼마나 비열하게 탄압하며 현장권력을 야금야금 허물어뜨려 왔던가? 얼마나 교활하게 사기치며 노동자의식을 마비시켜 왔던가? 그런 사측한테 노동자들이 통쾌하게 한 방을 날린 것이다.
지도력이 부족해 파업이 잠시 꺾이다
야간조 파업 직후에 1공장 대의원회가 파업 지속 문제를 놓고 오후까지 격렬하게 논쟁했다. 한 번 시작한 파업은 반드시 끝을 보아야 했다. 뜨거운 파업열기를 계속 살려나가야 했다. 정면승부로 오만방자한 사측의 콧대를 꺾어야 했다. 파업을 접으면 사측은 등을 보인 노동자들을 강하게 찍어누를 것이 뻔했다.
꽤 많은 전투적 대의원들이 파업 지속을 주장했다. 하지만 파업을 끝내자는 대의원들을 압도할 수는 없었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됐다. 결국 현대차 지부 간부가 ‘이 파업을 책임질 수 없다’는 취지로 말하자,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 버렸다. 결국 3월 17일까지는 파업을 미루기로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1공장 노동자들은 격분했다. 어떻게 일궈낸 파업인데, 요구를 하나도 관철하지 못한 채 여기서 꺾일 수 있단 말인가?
노조 지도부가 배신적으로 파업을 접으려 하면 공개적으로 단호하게 비판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한 현장노동자들의 힘을 조직해 강하게 투쟁을 밀고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굳건한 지도력이 필요하다. 이런 지도력이 충분하지 못했다. 그래서 요즈음 보기 드물게 역동적이었던 1공장 파업은 그 놀라운 가능성을 완전히 보여주지 못한 채 제 1막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굶주림과 굴종을 강요하는 자본가들
조중동은 ‘소형차가 잘 안 팔려 일감이 부족한데 웬 파업이냐’고 비난한다. 차가 잘 안 팔리면 노동자들은 굶어죽어도 좋다는 얘긴가? 현대차가 지금 쪽박이라도 차고 있단 말인가?
현대차는 2007년에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액 30조를 돌파했다. 순이익만 해도 1조 6,800억 원을 남겼다. 올해 들어 내수가 12.3%, 수출이 24.9% 상승했다. 이렇게 이윤보따리가 하늘높이 쌓여가 입이 째지는 자본가가 노동자 생존권을 짓밟은 것이다.
그렇다면 1공장 노동자들이 소형차 판매상황과 무관하게 생존권 쟁취를 위해 투쟁한 것은 너무나도 정당하지 않은가? 오히려 약점이 있다면 ‘잔업 2시간, 특근 2회 보장’ 요구를 넘어 ‘하루 8시간 노동으로 생활임금 쟁취’ 요구까지 과감하게 내걸지 못한 것이 아닌가?
자본가의 주둥아리들은 또 ‘아산공장의 소나타 물량을 울산 1공장으로 옮기고’, ‘1공장 노동자들을 일감이 넘치는 3공장으로 전환배치하면 되지 않느냐’고 맘대로 지껄여댄다. 기름밥 한 번 먹어보지 않은 그자들이 과연 소나타 물량이 이관될 때 아산공장에서 벌어질 생계 위협과 고용불안(특히 비정규직 정리해고)을 알기나 할까? 전환배치 과정에서 기존 인간관계가 끊기고, 교육훈련은 부족하며, 노동강도만 강화돼 노동자들이 겪을 고통을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그들은 노동자들을 변덕스런 시장상황에 맞춰 여기저기 박았다 뺐다 하는 나사못 정도로 취급할 뿐이다.
1공장 노동자들은 물량다툼을 피하기 위해 소나타 이관 공사를 거부했다. 아산공장 노동자들과의 단결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1공장 노동자들은 자본가언론의 새빨간 거짓말과 정반대로 ‘노노 갈등’이 아니라 ‘노동자단결’을 단호하게 선택한 것이다.
물러설 수 없는 요구, 멈출 수 없는 투쟁
합의서를 확실히 이행하게 하고, 합의서를 위반한 1공장장을 퇴진시켜야 한다. 합의서 위반에 항의하다 해고된 김철환, 박성락 동지의 징계도 완전 철회시켜야 한다. 이번 파업에 따른 고소고발도 날려버려야 한다. 이 요구들은 하나도 양보할 수 없다. 강력한 투쟁으로 이 모든 요구를 한꺼번에 쟁취하자.
사측이 한두 달 대책으로 대충 땜빵하려 해도 받아들여선 안 된다. 사측이 소형차가 안 팔려 답이 없다고 버팅기면, 2006년 12월 합의서에 담긴 “인원조정 없는 UPH DOWN”을 즉각 실시하라고 용기 있게 주장하자!
물량대책위 같은 협상기구가 노동자의 삶과 운명을 좌우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현장활동가들과 노동자들은 이 점을 정확히 경계하고 견제할 필요가 있다. 투쟁의 성패는 결국 1공장 노동자들이 얼마나 빨리 기운을 다시 차리는가, 얼마나 단호하게 다시 싸우려 하는가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그리고 이것은 현장활동가들이 얼마나 정확한 방향과 확고한 지도력을 주느냐에 달려 있다. 3월 3, 4일의 투쟁도 그 이전에 현장활동가들이 전개한 실천과 투쟁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현장조합원들의 자신감 있는 진출은 그것을 보고 ‘대안이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기에 가능해졌던 것이다.
1공장 파업 뒤에는 든든한 지원부대가 많다. 가장 가까이에는 1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다. 사측의 합의서 불이행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도 산산조각 낸다. 따라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일치단결해서 모두의 생존권을 지켜야 한다.
사측은 지금 울산공장 모든 사업부에서 합의서 불이행, 현장탄압을 저지르고 있다. 주간연속2교대를 악용해 임금은 깎고, 노동강도는 높이며, 정규직 전환배치와 비정규직 고용불안을 확대할 궁리뿐이다. 그래서 지금 울산공장 곳곳에서 분노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1공장 파업은 이런 노동자들의 분노와 열망을 맨앞에서 대변한 것이었다.
1공장 노동자들은 물량다툼 대신 생존권 쟁취라는 노동자의 관점을 더욱 더 정확하게 견지해야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 2, 3, 4, 5공장, 아산공장 노동자들과 더 강하게 계급적으로 단결해서 싸워야 한다. 그러면 “선봉 1공장을 따르자”는 함성이 울산공장과 전국 노동자들 속에서 널리 울려 퍼질 것이다.
최지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