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와 이명박의 야합에 맞서야 한다!
김정일 와병설은 공인된 사실이다. 권력이 집중된 관료집단의 정점에 막대한 권력을 쥐고 김정일 1인 지배가 관철되고 있는 피라미드식 북한 체제를 고려할 때, 김정일 와병은 북한 체제 전반의 급격한 동요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경제기반의 전면적인 붕괴에 따른 대중들의 절망감과 분노가 가세한다. 김정일의 건강이 결정적으로 악화된다면, 북한 체제의 급격한 동요, 심지어는 기존 체제의 붕괴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 되고 있다.
북한 김정일의 사망, 그리고 북한의 관료적 지배체제의 붕괴에 대해 우리가 슬퍼해야 할 이유가 없다. 무너져도 빨리 무너져야 할 반동 체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또 다른 반동 체제의 등장, 아니면 노동자 민중에 의한 진정한 변화의 시작?”
부시와 이명박의 계획
김정일 와병설을 접하자 미국 부시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11일 국회 국방위에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계획을 발전시키고 있다. 정부관련 부처에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 “계획”이 무엇인지는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과 보수 언론들이 알려준다. “북한 정권 붕괴에 대비한 군사적 행동조처”다.
이를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 잠시 물밑으로 가라앉았다가 지금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작전계획 5029”다. 이 계획의 요체는 ‘북한 내부 정변이나 폭동 등의 상황에서 주한미군사령관의 지휘 아래 한미연합군이 북한에 진주하는 것’이다. 진주의 결과는 간단하다. ‘한미연합군이 북한에서 군정을 실시’하는 것이다.
이 작전계획의 목적은 무엇인가? 우선 북한에서 약간의 이상만 발생해도, 동북아 패권을 노리는 미국 지배자들의 판단에 따라 북한을 점령하겠다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 지배자들의 위기를 뚫고 북한 노동자 민중이 새로운 정부 수립을 위한 전면적인 투쟁에 돌입할 때, 이것을 ‘폭동’으로 간주해 한미연합군이 북한에 진주할 가능성이다. 이는 북한 노동자 민중이 진정으로 갈구하는 민주적 자유와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을 위한 투쟁을 짓밟는 것이다. 미국과 이명박 정부의 합동작전을 통해 “군정체제”를 수립, 어떠한 민주주의도, 노동자 민중을 대변하는 어떠한 투쟁도, 어떠한 노동자 민중의 정부도 북한에서 등장하는 것을 허용치 않겠다는 것이다.
한국 노동자계급의 연대 정책
반드시 거론해야 할 또 하나의 측면은 미제국주의와 소련제국주의의 대리전을 강요받으면서 일어난 6.25전쟁이 재발할 위험성이다. 주한미군사령관의 지휘 아래 북한에서 군정을 실시하는 한국군에 대해 북한 노동자 민중이 보낼 반응은 정해졌다. “그들은 점령군이다!” 이것은 북한과 남한의 노동자들이 또다시 반동적 전쟁의 총알받이로 전락하고 서로 총부리를 겨눌 거대한 위험을 보여준다.
나아가서 이런 상황에서는 북한 노동자 민중은 ‘미제 축출’을 내건 북한 관료집단의 영향력에 다시 포섭될지도 모른다. 남한에서도 계엄령을 비롯한 살벌한 반동 조치들이 활개 치면서 노동자 민중의 수십 년의 투쟁 성과들을 무로 돌리려 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은 남북 노동자계급 모두가 반드시 피해야 할 최악의 시나리오다.
북한 체제의 위기가 본격화되고, 파국이 예견되면 될수록 남한 노동자들의 적극적 정치행동이 절실하다. 반동 관료집단의 살인적인 탄압 앞에서 북한 노동자들이 당장 일어나기 힘든 조건에서는 더욱 그렇다. “작전계획 5029”든 무엇이든, 미국 지배자들의 북한 점령 기도 및 이명박 정부의 협력에 대해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 북한의 문제는 북한 노동자 민중 스스로의 뜻과 의지에 의해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단호히 내세워야 한다. 그리고 북한 노동자 민중의 투쟁에 대해 전력을 다해 지원하고 연대해야 한다. 이것이 남북 노동자계급 모두가 사는 길이다.
최영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