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경제 살리기’,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1,034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계열사에 2,100억 원대의 손실을 끼치는 등 배임 · 횡령 혐의로 불과 두 달 전(6월) 유죄가 확정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300시간), 1조원대의 분식회계 및 내부거래 혐의로 지난 5월 유죄가 확정된 최태원 SK 회장(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마찬가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되었던 손길승 전 SK 회장(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깡패들까지 동원하여 보복폭행을 한 혐의로 지난해 9월 유죄 선고를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징역 1년6월,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 ……
파렴치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이명박에 의해 지난 8.15 대사면을 받은 비리 재벌총수들의 목록이다. 엄청난 여론의 뭇매에도 이명박이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며 내세운 명분은 ‘경제 살리기’였다.
쓸모없는 자본가들 면죄부 주는 게 경제 살리기?
“내가 삼성에서 일하던 동안 이건희 회장이 출근한 적이 거의 없다. 나와서 차 한 잔 하고 가는 식···.”, “사장단도 별로 하는 일이 없다. 회의하면 모여서 강연 듣고 가는 게 전부 ··· 아무나 해도 되는 일···.” (삼성 비자금을 폭로했던 김용철 변호사의 말)
그렇다. 자본주의 체제가 굴러가는 데에서 재벌총수들이 하는 역할은 특별한 것이 없다. 그들이 천문학적인 이윤을 낼 수 있는 원천은 천재적인 경영기법이 아니라, 오로지 노동자들을 저임금 장시간 노동으로 쥐어짜는 것뿐이다. 그러고도 재벌들 사면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하단다. 이명박은 “1년 뒤쯤 경제회복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읊조리지만, 이는 노동자 민중의 늘어가는 고통에 마취제를 투여할 목적에 다름 아니다.
이명박의 경제살리기 = 자본가 살리기
8·15 재벌 · 자본가 대사면을 전후로 이명박 정권은 촛불투쟁으로 잠시 주춤했던 자신의 정책을 다시 풀어놓기 시작했다. ‘경제 살리기’라는 거룩한 이름으로.
△ 최고 5%까지 법인세 인하! 법인수익에 부과되는 세 감소분의 80%가 상위 10% 기업에 집중되며, 그 규모는 향후 5년간 무려 37.7조원에 달한다. 세계적으로도 한국 기업의 세금부담은 최하위권인데 이를 더 깎아준다니!
△ 공기업 민영화! 이른바 ‘공기업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1차 민영화 대상이 된 27개 기관의 매각대금은 대략 100조원이다. 2005년 현재 한국 1천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364조원이었고, 현재는 대략 600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독점이 보장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공기업들은 결국 재벌 대기업의 수중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출자총액제 폐지! 선박·자동차·반도체부터 학생들 도시락 시장까지 독점하고 있는 재벌 대기업에게 문어발 확장을 용인해 준다는 것이다! 금융·산업 분리 완화! 이제 금융업에까지 진출하도록 허용해 준다는 것이다!
△ 비정규법 개악! 기간제·파견제 사용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파견허용업종을 전업종으로 확대함으로써, 삐쩍 마른 수건까지도 쥐어짜겠다는 것이다!
이명박과 자본가들은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
이명박 세력이 자본가 살리기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본질 때문만이 아니다. 물가폭등으로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한 세계경제 위기는 이미 공황과 전쟁으로 치닫고 있으며, 이 위기를 필사적으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으로 인해, 위기 탈출을 위한 모든 조치가 다시 더 큰 위기를 활성화시키게 되어 있다.
물가·환율·금리 모두가 폭등하게 되자 이명박 정부는 환율 관리를 한다며 외환보유고 200억 달러를 시장에서 팔아치웠다. 하지만 이미 절딴 나고 있는 한국경제 위기의 냄새를 맡은 해외 투기자본은 대규모로 한국 주식을 팔아치워 달러로 바꾸고 있어 환율은 더 뛰고 있다. 한때 안전한 수익처로 보였던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한국은행은 무려 370억 달러를 투자했는데, 서브프라임 붕괴로 한국 돈으로 39조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 결과는 명확하다. 주식시장에서 투기자본의 철수는 가속화될 것이고, 환율 상승으로 물가폭등은 심화되어 민간 소비는 위축된다. 물가를 잡는다며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자 대출이자를 갚지 못한 서민들이 파산한다. 대법원에 따르면 개인파산 신청 건수는 올 들어 7월 말 현재까지 7만1,654건에 달했다. 소비는 더욱 위축된다.
수백조원의 사내유보금도 모자라 대기업들은 올 1∼5월 은행권에서 추가로 10조9천억 원을 대출받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1조7천억원)의 6.4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 돈은 모조리 민영화 대상 기업들의 매수대금과 부동산·금융투기 자금으로 사용될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대출 증가로 30대 그룹 부채총액은 3년 새 38%나 늘어나 부실을 자초하고 있다.
최근 이명박과 박희태는 이러한 재벌 대기업의 행태에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현한 바 있다. 욕먹어가며 사면해주고 법인세 인하, 출자총액제 폐지, 공기업 민영화로 엄청난 특혜를 주었는데도, 재벌 대기업들은 모아놓은 돈으로 투자와 고용 창출을 하기는커녕 M&A(기업사냥)과 투기에만 열을 올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스스로 위기를 가속화시킬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마치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넋 나간 사람들처럼 이 길 외에 달리 선택할 길이 없다. 이윤 탐욕으로 가득 찬 그들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자체에 맞서지 않고서는 어떤 희망도 없다!
이명박 세력 또한 파국을 자초할 것임을 알면서도 교수대에 끌려가는 사형수처럼 이 길을 갈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는 “아파트 재건축 및 분양권 전매제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8.21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는데, 이는 부동산 투기를 조장함으로써 또 다른 거품을 늘리려는 허망한 시도에 다름 아니다. 그들이 신봉하는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설사 거품을 만드는 데 성공하더라도 결국 그 거품이 붕괴할 때쯤에는 더 큰 파국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파국을 향해 치닫는 자본의 운동을 통제할 수 있는 세력은 노동자계급뿐이다. 따라서 유일한 길은 노동자계급 스스로 자본주의에 맞서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다. 물론 반(反)자본주의 투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면한 경제위기 국면에서 모든 고통들의 원인인 자본주의 착취와 자본가 정부에 맞선 행동요구를 내건 투쟁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재벌대기업들의 투기자금 몰수로 저소득 노동자 · 민중에게 생활보조금 지급! △공기업 민영화·구조조정 분쇄! △물가-임금 연동제 실시와 노동자 · 민중의 물가통제! △정유사를 비롯한 대기업 회계장부 공개와 정유사 몰수 · 국유화! △무상의료 · 무상교육 · 무상주거 쟁취! △비정규직 철폐! 노동기본권 보장!
아울러 이러한 요구를 내걸고 집회 · 행진 · 촛불시위로부터 출발하여 정치총파업 투쟁을 현장으로부터 착실히 준비해가자! 경제파탄의 책임을 이명박과 자본가들에게 묻는 투쟁을!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