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해야 할 08년 투쟁과제 ①
주간연속2교대 투쟁으로 08년을 뜨겁게 달굴 준비를 하자!
08년에 우리가 주목하고 지금부터 치밀하게 준비해야 할 투쟁과제를 2가지를 다뤘다.
하나는 09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자동차 업종의 주간연속 2교대 전환을 위한 투쟁이다. 현재 주간연속 2교대 쟁점은 임금보전과 줄어드는 노동시간에 따른 물량의 생산(상시야간조 혹은 노동강도 강화)에 맞추어져 있다. ‘가자 노동해방’ 편집위원회는 임금보전 방식과 물량생산에 맞추어져 있는 주간연속 2교대 전환이 생활임금 보장 하에서의 노동시간 단축의 관점으로 바라볼 때만 정규직, 비정규직, 부품사 노동자들이 단결할 수 있는 계급투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
다른 하나는 공공부문 민영화를 추진하겠다는 이명박 정부에 맞선 투쟁이다. 이명박 정부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려하다 일부 추진하고 일부는 주춤하고 있는 공공부문 민영화의 칼을 다시 뽑아들 태세다. 이미 많은 공공부문 사업장에서 이윤 논리에 의해서 외주화와 구조조정이 진행 중에 있다. 작년에 도시철도공사는 조합원의 1/3수준인 2,500여명의 노동자를 정리하겠다고 선전포고했다. 최대한 슬림화하여 자본가들의 입맛에 맞는 사업장을 만들어 민영화하기 때문에 공공부문에는 구조조정이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투쟁은 다가올 재앙(민영화)뿐만 아니라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외주화, 구조조정에 대한 투쟁부터 힘차게 전개되어야 한다. 이 힘이 바탕이 될 때 민영화 저지 투쟁을 힘차게 진행할 수 있다.
<가자 노동해방> 편집위원회는 08년 투쟁에서 다뤄지는 쟁점에 대해서 항상 관심을 가지고 현장의 동지들과 항상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며 칼을 빼들었다. 이에 보조를 맞춰 자동차 자본가들은 주간연속2교대를 악용해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강도, 고용, 노동조건 전반을 대대적으로 공격하려 하고 있다. 야간노동을 없애기 위한 주간2교대가 어떻게 노동자공격용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가? 이걸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기의 달인, 자본가
자본가들과 그 정부는 ‘주는 척하면서 빼앗는’ 사기수법의 달인들이다. 주5일제(주40시간제)가 그걸 잘 보여준다. 주5일제의 진정한 취지는 노동시간을 줄이고, 생활임금을 확보해서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살아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본과 정부는 월차 휴가 폐지, 생리휴가 무급화, 탄력적 노동시간제 확대,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삭감 등을 강력하게 들이밀었고 상당부분 관철시켰다. 그 결과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주5일제 아래에서도 주6일, 7일, 주 60시간 가량 일하며 산재로 고통 받고 과로사로 죽어가고 있다.
이번 주간연속2교대 투쟁에서도 자본가들은 똑같은 사기를 치려하고 있다. 자본가들은 겉으로는 죽음의 야간노동, 연 2600시간에 이르는 살인적 초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고픈 노동자들의 열망을 존중하는 척한다. 하지만 그들은 주간연속2교대를 이용해 임금을 대폭 깎고, 해외공장을 늘린 만큼 차를 많이 팔지 못할 경우 노동자들(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언제든지 짜를 수 있게 만들려 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 어디로든 맘대로 전환배치를 하고, UPH나 편성효율을 대폭 높이며, 노사협조주의를 완전 고착화하려는 엄청난 탐욕을 부리고 있다. 이런 자본가의 탐욕에 맞서려면 노동자의 요구를 정면으로 제기해야 한다.
야간노동 철폐, 초장시간 노동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야간노동은 노동자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파괴하며, 수명을 13년이나 단축시킨다. 또한 그것은 노동자들의 가족 관계, 사회관계도 황폐하게 만들고, 무엇보다 노동자들의 단결과 투쟁을 가로막는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야간노동의 굴레에서 확실하게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처음부터 8+8(오전조 8시간+오후조 8시간) 이상의 잔업은 할 수 없게 시간표를 짜야 한다.
그리고 그 어떤 분야에서도 상시야간조를 가동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차 지부의 신임 집행부는 “엔진, 변속기, 소재, 기타는 주간연속2교대제를 기본으로 하되, 상시야간조를 편성해서 운영하겠다”(윤해모 선본 유인물 5호, 2007년 12월 3일자)고 선거 과정에서 밝혔다. 그리고 “주간근무 전환에 따른 노동시간 부족분은 ··· 인원충원으로 1일 3교대를 통해 보충하면 될 것 같다”(현대차지부 장규호 공보부장 인터뷰, 이데일리 2007년 12월 26일자)고도 했다. 야간노동을 없애자면서 상시야간조를 만든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자본은 값이 싸며, 언제든 짜를 수 있는 비정규직으로 상시야간조를 꾸리려 할 것인데, 여기에 손을 들어줄 경우 “정규직이 살겠다고 비정규직을 죽음의 야간노동으로 밀어 넣었다”는 빗발치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노동자계급의 요구는 간단명료하다. 주간연속2교대로 줄어든 물량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확충하고(공장 증설, 신설), 거기에 필요한 인원을 모두 정규직으로 충원하라는 것이다. 만약 30만대 가량이 줄어들고, 이를 만회하기 위한 신규 공장에 3-5,000명 정도가 필요하다면 오랫동안 자동차공장에서 일해 온 그만큼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근속연수에 따라 정규직으로 전환돼 그곳에서 일하게 해야 한다. 당장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리고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채울 신규 노동자들은 최소한 모두 원청이 직접 고용하라고 해야 한다. 특히 주간연속2교대 전후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나 부품사업장 노동자들이 단 한 명도 짤리지 않게 해야 한다.
이런 요구를 과감하게 내걸 때만 주간연속2교대 투쟁은 ‘배부른 정규직들만의 터무니없는 집단이기주의’라는 자본가들의 매도에 정면으로 맞설 수 있다. 그럴 때만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대의 아래,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로 굳게 뭉쳐 싸울 수 있다.
월급제로 생활임금 쟁취
하루 10시간에서 8시간으로 노동시간이 줄었으니 임금을 그만큼(또는 대폭) 줄이자는 자본가의 헛소리에는 “그동안 우리의 피땀을 쥐어짜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돈보따리를 풀어라”고 맞받아쳐야 한다. 이제 자동차 노동자들은 시급제의 노예가 되어, 부족한 생활비를 충당하려고 하루 2시간씩 날마다 잔업하고, 주말 특근까지 하면서 몸을 망가뜨리고, 죽음을 앞당기는 굴레에서 무조건 벗어나야 한다. 그러려면 “월급제로 생활임금을 쟁취”해야 한다. 생활임금은 최소한 민주노총 표준생계비 정도는 되어야 한다.(가령 2007년 기준으로 고등학생, 중학생 자녀를 둔 4인 가구일 때 월 481만원이다. 연봉으로 치면 약 5,800만원 정도다.) 하루 8시간만 일하고 주말에는 쉬면서 인간다운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적절한 임금을 보장받아야 한다. 그럴 때만 노동자들은 골병들지 않고, 가족이나 동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으며, 물량경쟁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월급제로 생활임금 쟁취”는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부품사업장 노동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해야 한다.
고용, 임금 문제 외에도 노동강도를 높이거나 전환배치를 자유화하고, 노동시간을 유연화하며, 외주화를 늘리려 하는 것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반대하며 싸워야 한다. 대신 통근버스 증대, 주차장 증설, 조식 제공 등 후생복지 측면에서는 모든 부담을 자본가가 전부 떠맡게 해야 한다.
현장활동가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투쟁 없이 쟁취 없다. 이것은 주간연속2교대에서도 100% 맞는 얘기다. 투쟁하는 만큼 쟁취하고, 투항하는 만큼 잃을 것이다. 단호하게 투쟁하려면 모든 걸 공개해 현장노동자들이 투쟁의지를 다지고, 단결력을 강화할 수 있게 하는 것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하지만 노사전문위 회의가 1년 사이에 수십 차례 열렸는데도 논의내용은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금속노조에서 현재 논의 중인 교대제 관련 2008년 중앙교섭 요구안에는 “야간노동 즉각 철폐”, “노동시간 대폭 단축을 통한 일자리(정규직) 늘리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월급제로 생활임금 쟁취”, “노동강도 강화, 상시야간조 투입, 전환배치 자유화 반대” 등의 명확한 내용이 없다. “노동시간의 단계적 단축”, “노사실행위 구성”, “임금, 노동조건 등 지회별 교섭” 같은 우유부단하고, 타협적이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내용이 많다. 요구가 뚜렷하지 않으면, 노동자들을 단결시킬 수도 없고 강력한 투쟁을 조직할 수도 없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계급적이고 전투적인 현장활동가들이 먼저 나서서 주간연속2교대에 대한 노동자의 요구를 널리 알리고, 자본의 숨겨진 저의를 폭로하면서 노동자들의 비판의식과 투쟁의지를 드높여야 한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장활동가들, 완성차공장의 정규직과 비정규직 활동가들, 더 나아가 부품사업장 현장활동가들이 한데 뭉쳐 주간연속2교대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업체를 폐업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고, 고용을 뒤흔들며, 현장활동가를 징계, 해고하는 등 자본이 지금 퍼붓고 있는 공격에 맞서 단호하게 싸움으로써 주간2교대투쟁의 불을 지펴야 한다.
최지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