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배치 강요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
자본가는 생산물량이 줄면 잔업, 특근이 줄어드니까 임금도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자는 생산물량과 무관하게 ‘(1일 8시간 노동으로)생활임금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며 싸워야 한다. 자본가는 생산물량이 적어지면 비정규직을 짜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동자는 같은 동료인 비정규직 노동자가 속절없이 짤려나가는 것을 절대 인정해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다. 자본가는 생산물량이 적을 경우, 생산물량이 많은 라인으로 배치전환당하는 게 당연하다고 우긴다. 그렇지만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기존 인간관계가 파괴되며, 정리해고의 전단계로 악용될 전환배치를 노동자들이 받아들일 이유는 전혀 없다.
자본가의 원칙 대 노동자의 원칙
이렇게 주장하면 자본가들은 항변할 것이다. “한쪽은 일이 많아서 힘들고, 한쪽은 일이 없어서 힘든 이런 비정상적 상황을 계속 방치해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자본가들은 그런 주장을 할 자격이 전혀 없다. 취업노동자들을 장시간 노동으로 혹사시키고, 실업노동자들을 ‘일자리 부족’으로 고통받게 만드는 자들이 바로 그들 아닌가? 한쪽은 배가 터져서 죽고, 다른 한쪽은 배가 고파서 죽는 야만적인 양극화를 확대시키고 있는 것도 바로 그들이다.
전환배치에 대한 올바른 해결책은 아주 간단하다. 최소한 노동자 자신과 노조의 분명한 ‘동의’가 없다면, 전환배치를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 더 근본적으로는 무정부적인 시장변동에 따라 근무장소가 수시로 바뀌면서 노동자가 고통의 늪에 빠지는 일이 전혀 없게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기계, 공장을 한줌 자본가의 손에서 전체 노동자의 손으로 옮겨 사회적 계획경제를 실시할 때만 가능해진다. 한 마디로 ‘노동해방 쟁취’가 답이다.
노조관료들의 거듭되는 타협과 배신
노동해방을 꿈꾸지 못하는 노조관료들, 아니 노동해방을 끔찍이 두려워하는 노조관료들은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도 산다’고 생각하며 ‘회사 살리기’에 적극 협조한다. 이들에게는 ‘노동자의 생존권’보다 ‘회사의 경쟁력 강화’가 더 우선이며, 더 중요하다. 그래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자 생존권’을 뒷전으로 미루며, 사실상 포기하고 헌납한다.
올 1월 모하비 신차발표회에 참석해 “고객이 믿고 탈 수 있는 품질 좋은 차를 제때 만들겠다”고 밝힌 뒤, 3월에 화성공장 노동자 96명을 신차 ‘모하비’ 라인으로 전환배치하는 데 전격 합의한 기아차 지부 관료들이 대표적이다.
쌍용차 지부는 이미 2006년 8월에 전환배치제에 합의해 자동차 자본가들로부터 열렬히 환영받았다. 올해는 드디어 현대차 지부도 울산 5공장 제네시스 생산라인에 2공장 노동자들을 전환배치하는 방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지금 현대차 지부는 전공장 차원에서 전환배치 희망자를 대대적으로 모집하고 있다.
노동자의 단결투쟁으로 전환배치 강요에 맞서자
전환배치에 대한 어떤 양보교섭도 있어서는 안 된다. 가령 고용안정이나 주간연속2교대와 전환배치를 맞바꾸기 해서는 안 된다. 기아차 지부 화성지회는 ‘전환배치를 받아들여야, 신차종을 도입할 수 있으며, 물량확보만이 노동자들의 총고용을 보장할 수 있다’는 기아차 자본의 논리를 사실상 받아들여, 전환배치에 전격 합의했다. 하지만 전환배치를 내주면 고용안정을 보장받는 게 절대 아니다. 오히려 전환배치를 인정하면, 자본가들은 “그동안 잉여인력이 너무 많았다”며 정리해고의 칼날을 거침없이 휘두를 것이다. 고용안정은 비굴한 양보가 아니라 강력한 투쟁으로만 지킬 수 있다.
주간연속2교대와 전환배치를 맞바꿀 경우, 자본가들한테 노동자들을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는 식칼을 내주는 셈이 된다. 이미 주간연속2교대와 관련 상시야간조, 주말특근, 부품사, 비정규직 문제에서 노동자의 정신을 훼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그런데, 전환배치 전면화까지 내줄 경우 주간연속2교대는 완전히 껍데기만 남게 되며, 주간연속2교대를 빙자한 거대한 노동자 죽이기를 전면 허용하게 된다. 그런 배신은 조금도 인정해서는 안 된다.
전환배치 전면화에 맞서려면 노동자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 물량이 적은 라인의 노동자는 여러 고통이 따르더라도 임금을 고려해 물량이 많은 라인으로 가고 싶어할 수 있다. 물량이 많은 라인의 노동자는 이와 다를 것이다. 노동자들이 ‘물량=생계’라는 사고에 빠지면, 서로 분열된 채 자본이 요구하는 전환배치 전면화를 쉽게 거부하지 못할 수 있다. ‘단결투쟁=생계’라는 관점에서, ‘1일 8시간 노동으로 생활임금 쟁취’와 같은 노동자의 요구를 뚜렷하게 내걸고 싸울 수 있을 때만 전환배치 전면화에도 제대로 맞설 수 있다.
전환배치 수용은 비정규직한테 더 힘든 일자리를 떠넘기거나, 비정규직 해고를 용인하는 것과 맞물리는 경우가 많다. 노동자의 단결을 해치는 이런 행위에 정면으로 맞서야 한다.
전환배치 전면화에 맞서 강력한 투쟁을 준비해야 한다. 기아차 화성공장 노동자들은 잔업거부, 라인점거 투쟁을 벌였다. 이런 투쟁은 더 많은 노동자들의 더 강력한 단결투쟁으로 발전해야 한다.
최지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