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연속2교대｜전환배치 강요
노동자가 마음대로 굴릴 수 있는 땜빵이냐?
“노조가 전환배치에만 동의해도 연간 1조 원을 아낄 수 있다”(자동차 자본가, 동아일보 07년 7월 14일자)
“(전에는)재고가 넘쳐, 근무 시간을 교육으로 때운 근로자가 전체의 20%에 달했다”, “쌍용차는 새로운 신차 출시 등 시장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회사와 노조가 함께 전환배치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쌍용차 과장, MBN 매일경제 08년 3월 18일자)
“노조가 전환배치를 수용한다면, 그건 매우 바람직한 얘기”(현대차 김동진 부회장, 연합뉴스 08년 4월 4일자)
“(전환배치는)노사가 계속해서 협의해야 하는 문제다.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조남홍 기아차 사장, 연합뉴스 08년 4월 4일자)
08년 임단투를 앞두고, 이처럼 전환배치를 전면화하려는 자동차 자본가들의 공세가 거세다. 그래서 올해는 다른 해보다도 더 ‘전환배치 전면화’가 자동차 임단투에서 핵심쟁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상황은 벌써부터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 현대차 울산 5공장과 3공장에는 한시하청이 각각 250여 명, 34명이 있는데, 이들 한시하청을 짜르면서 여러 공장에서 전환배치를 받으려 하고 있다.
자본가들이 전환배치 전면화를 게걸스럽게 부르짖는 이유는 간단하다. 세계 자동차산업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세계경제가 요동을 치면서, 자동차 판매가 더 변덕스럽게 바뀌고 있고 그에 따라 생산물량도 수시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변덕스런 자본주의 시장과 널뛰는 물량이 전환배치 전면화를 요구하며 노동자의 삶을 계속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는 생산물량에 따라 임금이 뒤흔들리고, 비정규직(특히 한시하청)이 일회용품처럼 썼다 버려졌다 하는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전환배치는 임금 삭감, 비정규직 정리해고와 한 세트를 이루는 자본주의 모순의 적나라한 표현인 것이다.
자본가의 최선책, 전환배치 전면화
한쪽에는 물량이 넘치고, 다른 한쪽에는 물량이 부족할 때 자본가들은 ‘물량조정’이나 ‘전환배치’를 시도한다. 물량조정이든 전환배치든 자본가의 탐욕을 채우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에 숱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가령 물량조정의 경우에도 물량이 나가는 쪽에서는 임금 삭감과 고용불안(특히 비정규직) 문제가 생기며, 물량이 들어오는 쪽에서는 노동강도 강화 같은 문제들이 생긴다.
그런데 물량조정과 전환배치를 놓고 본다면, 자본가들에겐 전환배치가 훨씬 더 나은 대안이다. 4월 27일자 <울산매일>은 “업계”,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이란 우회적 표현을 쓰며, 자동차 자본가들의 속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핵심내용은 이렇다. “물량이동은 공장간 합의, 공장별 합의서 정리, 유연한 생산체계 구축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전환배치는 물량이동에 따른 공장간 충돌을 피하고, 막대한 비용의 설비투자 없이 생산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게 강점이다. 따라서 물량갈등을 해결할 최선의 방책은 전환배치 활성화다.” 그래서 자동차 자본가들은 노동자를 마음대로 박았다 뺐다 할 수 있는 도요타 자동차를 이구동성으로 ‘칭송’하고 있다.
자본가의 명약은 노동자에겐 독약
전환배치의 자유화는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고통을 준다. 첫째 노동강도가 강해진다. 똑같은 노동강도라 하더라도, 새로운 일은 완전히 적응하기 전까지는 익숙한 일에 비해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정신적, 육체적 에너지를 쏟도록 요구한다. 자본가들은 이에 따른 고통을 전적으로 노동자가 감당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본가들은 전환배치 과정에서 라인 속도를 올리거나 편성효율을 높이면서 노동강도를 더 높이는 짓도 서슴지 않는다.
둘째 기존 인간관계로부터 단절된다. 노동자들은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보다 현장 동료들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그만큼 현장동료들과의 인간관계는 소중한 것이다. 그런데 전환배치는 이 관계를 파괴한다.
셋째 전환배치는 정리해고의 시작이다. 자본가들은 전환배치를 한 다음에 “정리해고를 피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다 취해봤다. 하지만 더 이상 다른 뾰족한 수가 없다.”며 정리해고를 밀어붙이려 할 것이다. 비정규직부터 짜르고, 정규직은 그 다음 차례다.
최지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