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을 끈질기게 이어가자!
‘비정규·투쟁사업장 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의 투쟁이 이제 한달째를 넘어섰다.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의 경험은 몇 차례 있었지만, 비정규 투쟁사업장이 중심이 되어 공동투쟁단이 조직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4월 초까지 거의 매일 2~3개의 투쟁을 소화하며 각 사업장에서 막혀있던 전선을 돌파했던 기세는, 4월 중순부터는 한풀 꺾인 상태에서 4월말 5월초 집중투쟁을 전개하는 수준으로 진행되었다.
공동총회라는 새로운 방식의 결의의 장을 두 차례 가졌지만, 처음 공동투쟁을 결의하던 3월25일 총회와 2차 공동투쟁 결의를 위해 소집된 4월17일 총회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4.17 총회에서는 결국 아무런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끝나버리고 말았다.
공투단의 기세가 약화되고 있는 이유
이렇게 공동투쟁의 기세가 조금씩 약해지고 있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공동투쟁의 필요성과 결의가 각 사업장 평조합원에게로 퍼져나가지 않고 있다. 평조합원의 결의가 부족하다는 말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지도부나 간부들에 비해 평조합원들의 결의수준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여전히 조합원들은 수동적으로 지도부 논의결과를 전달받을 뿐, 능동적으로 공동투쟁을 함께 만들어가는 주체가 되고 있지 못하다.
사업장별, 혹은 사업장을 넘어선 다양한 토론과 간담회 등을 배치하여 시기마다 투쟁을 평가하고 계획했다면, 공동투쟁의 필요성과 결의가 평조합원들에게로 넓게 퍼지며 오히려 공동투쟁의 기세는 더욱 높아질 수 있었을 것이다. 지도부와 간부들 수준으로만 논의가 제한되다보니, 공동투쟁의 기운이 전 조직으로 활발하게 흐르지 못하며 점차 동맥경화에 걸리게 된 것이다.
둘째, 사업장을 넘어선 공동투쟁, 비정규직철폐를 내건 정치투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강도 높은 투쟁계획들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하면서 오르던 기세가 주춤했다. 초기에 그러한 투쟁계획들이 활발히 논의되었으나 안타깝게도 투쟁결의를 모으지 못해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코스콤 천막재설치투쟁, 홈에버 월드컵몰 진입투쟁, 재능교육 고공농성투쟁 등으로 의미있는 전선 돌파를 하던 공동투쟁의 기세는, 결국 공동투쟁 후반부로 가면서 의례적인 사업장 순회집회 수준으로 낮아지고 말았다. 그러다보니 공투단 내부에 “사업장 투쟁이냐 대정부 투쟁이냐” 하는 왜곡된 쟁점이 형성되었다. 만약 강도 높은 투쟁계획이 집행되었다면 공동투쟁의 기세는 더욱 올라갔을 것이며, 내부 쟁점도 “어떻게 하면 이 기세를 더욱 높여갈 수 있을까” 하는 쪽으로 형성되었을 것이다.
셋째, 이것은 공투단 자신의 노력만으로 극복할 수 없는 매우 객관적인 한계인데, 전선의 후방과 거리가 너무 떨어져 있으며 좀처럼 그 간격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민주노총을 비롯한 상급단체들이 공투단에 최소한의 지원조차 하지 않는 점은 제쳐놓더라도, 보통 4~5월에 각급 대중조직들이 한해 투쟁의 시동을 걸기 위해 다양한 투쟁을 배치하기 마련인데 올해에는 그런 모습을 아예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 흔한 임단투 출정식, 투쟁선포식, 상경투쟁집회 한번 구경해보지 못했다.
공투단 투쟁이 활발하게 진행되던 3~4월, 개량주의·의회주의 세력이 주도한 총선 선거운동만 난무했을 뿐, 투쟁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사실상 공투단의 투쟁만이 유의미하게 존재했을 뿐이다. 민주노총의 6말7초 투쟁 내지 공공부문 사유화 저지투쟁의 기세는 아직까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있다.
더욱 구체화되는 이명박의 공세와 노동자 투쟁
당분간 공투단이 홀로 전선을 돌파해야 하는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그래도 3~4월에 비해 5~6월 정세는 조금 진전되기 시작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명박의 공세가 점점 더 구체화되고 있다. 서울메트로(지하철)와 도시철도공사에 쏟아지는 구조조정 공격은, 앞으로 이명박이 쏟아낼 ‘노동자 죽이기’가 어떤 수준에서 진행될 것인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물론 “대기업노조들이 얼마나 싸울 수 있겠는가” 하는 정서가 공투단 안에 퍼져있긴 하지만, 문제는 정부의 공격이 정규직만을 향해있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공공부문 사유화와 구조조정에서 정부는 민간부문에서 자본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정규직을 밀어내기 전에 비정규직부터 먼저 사냥하기 시작한다.
도시철도공사에서 800여명을 사실상 대기발령으로 몰아넣은 사건이 벌어지기 훨씬 전부터, 도시철도공사 하청·용역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시작되었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서울메트로 또한 용역계약이 해지되어 비정규노동자들이 길바닥에 내쫓기는 사건이 심심치않게 보고되고 있다.
지난해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이 바로 4월말 5월초 경이었다. 비정규악법 시행 2개월 전부터 악질 자본가들은 계약해지와 외주화 공격을 밀어붙였던 것이다. 그 2개월간 조직화와 다양한 투쟁을 거쳐, 비정규악법 시행에 맞추어 홈에버 월드컵몰점 점거농성이 터져나온 것이었다.
올해 7월1일이 되면 100인 이상 사업장으로 비정규악법의 차별시정제도 적용이 확대된다. 그렇다면 아마도 우리의 안테나에 걸리고 있지 않을 뿐, 이미 전국 곳곳의 중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외주화, 계약해지, 임금삭감 등의 공격이 벌어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은 노조결성과 투쟁으로 떨쳐일어설 것 또한 분명하다.
이명박의 공격만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투쟁 또한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5월 정세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공투단 스스로 강도 높은 투쟁 결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한차례 겪어봤듯이 그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도 공동투쟁의 필요성과 결의를 평조합원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해 비상한 노력이 필요하다. 강도 높은 투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그 투쟁을 하기 위한 준비와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공투단의 기세가 주춤거리는 시기에 정세가 조금씩 진전되고 있다. 그렇다면 다시한번 이를 악물고 공투단을 이어가며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많은 한계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투단의 투쟁은 현재 싸움을 준비하는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빛을 주는 투쟁이며, 이명박 입장에서는 골칫거리와도 같은 마지막 남은 노동자투쟁의 불씨이기 때문이다.
오민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