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건설투쟁] ‘사회주의혁명정당 건설 노동자 공동 정치투쟁단’의 과제
[편집자 주 : 지난 호에 이어서 사노련이 제안한 ‘사회주의혁명정당건설 노동자공동정치투쟁단’(이하 사회주의공투단)의 역할에 대해서 다루고자 한다. <가자! 노동해방> 독자들이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사회주의공투단에 함께 나서기를 바란다. (다음호에서는 사회주의 공투단의 출발점에서의 계획에 대해 다룰 것이다.)]
자본주의가 노동자들의 목을 치고 있다
작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세계 자본주의 위기는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 노동부는 ‘세계 소비처’로 불리는 미국의 실업률이 26년만의 최고치인 10.2%라고 발표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막대한 돈(1조4천억 달러)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엄청난 재앙이 노동자들을 덮친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 경제위기 이후 자본가들이 해낸 것이라고는 노동자들을 더 가혹한 고통의 늪으로 밀어 넣은 것뿐이다. 정말이지 여기서 자본주의는 완전히 성공했다. 수많은 사업장에서 임금동결, 복지축소, 단체협약 파기가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3·4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가구의 월평균 실질소득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 줄어들어 역대 최대 감소율을 기록했다. 하위 20% 소득의 사람들은 월평균 가계수지도 41만1200원 적자로 지난해에 비해 적자가 25%나 급증했다. 실업과 해고, 임금동결 및 삭감, 복지축소가 노동자들을 빚더미에 깔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세계 자본주의 위기는 아주 기본적인 것조차 더 이상 노동자들에게 줄 수 없을 정도로 자본주의가 허약한 처지에 있음을 보여준다. 자본가계급은 노동자계급의 반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노동자에게 무언가를 내놓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들이 살기 위해서는 노동자를 죽일 수밖에 없다. 이윤의 논리는 다른 대답을 갖고 있지 않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있다. “반란으로 떨쳐 일어날 것이냐, 아니면 잠자코 희생당할 것이냐?” 자본주의 자체와 맞서 싸우는 계급투쟁이 전면적으로 벌어지지 않는다면 노동자의 운명을 바꾸기란 불가능한 상황에 우리는 직면해 있다. 그런데 수많은 노동조합 지도자들은 수세적인 양보교섭을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 그 결과 노동자의 단결마저 ‘스스로’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노동자의 삶을 바꾸지 못하고, 계속 물러나기만 하는 노동조합을 보면서 노동자들은 분열되고 굴종을 강요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민주노조운동의 위기’라 불린다. 이 상황은 양보교섭이나 ‘있지도 않고 실현 불가능한’ 적당한 타협을 갈구하는 노동조합 지도부의 타협적 기조를 넘어서지 않고서는 절대 바뀌지 않는다. 양보→패배→분열→양보와 패배의 악순환을 반복할 뿐이다.
노동자투쟁의 역사적 경험은 혁명정당이란 해법을 제시한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똑같은 상황에 직면했던 세계노동자계급이 취했던 역사적 경험을 검토해야 한다. 1929년에 시작된 20세기 세계대공황은 지금의 세계경제위기처럼 심각했다. 세계대공황은 결국 5천만명을 살육한 2차 세계대전을 만들어내며 노동자계급과 인류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을 안겼다.
그러나 동시에 20세기 세계대공황은 1930년대 미국·프랑스·스페인에서 가장 거대한 노동자투쟁의 물결이 일렁이게 만들었다. 연쇄적인 반란의 물결 앞에 자본가계급은 잔뜩 겁을 먹어야 했고, 노동해방 세상이 가능하다는 평범한 진리가 만천하에 다시 확인되었다. 하지만 노동자 반란을 노동해방 세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참모부의 부재는 결국 노동자계급이 패배하도록 몰고 갔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경험이 있다. IMF 경제위기 하에서 한국의 대공장 노동자들은 양보교섭으로 일관하는 노동조합 집행부를 ‘전투적인’ 세력으로 갈아치웠다. 현대차, 기아차를 비롯한 자동차업종, 현중, 한라중공업을 비롯한 조선업종의 주요 노조들에서 가장 전투적인 세력이 노조 집행부로 선출되었다. 하지만 당시 전투적인 세력을 대표했던 전국현장조직대표자회의는 ‘전투적 조합주의’를 넘어서지 못했다. 경제위기에 맞선 투쟁을 전국적인 계급투쟁으로 조직해내지 못하고, 사업장별 투쟁으로 분산되어 배신과 타협 혹은 패배로 귀결되었다.
정세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각각의 전투를 자본가계급 전체와 맞서는 계급투쟁으로 조직해내고 이를 바탕으로 노동자해방 세상을 건설해나가는 혁명적 지도력, 즉 혁명적인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한국과 세계 노동자운동의 경험이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회주의혁명정당건설 노동자공동정치투쟁단’의 목적
한국의 사회주의운동세력은 투쟁을 통해 성장한 사회주의 지향의 선진노동자 투사들을 혁명정당 건설운동으로 흡수하지 못했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이 벌어진 이후 성장하기 시작한 노동자운동을 노조운동 차원을 넘어서서 노동자계급 해방운동으로 이끌고, 이 힘을 바탕으로 노조운동을 전국적으로 하나로 결집하고 밀고나가며 발전시키는 그러한 운동을 조직하지 못한 것이다. 이것은 사회주의운동세력이 자기 정치를 명확히 하고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노동자계급 속에서 펼쳐내는 데 대담하게 착수하지 못한 상황의 불가피한 결과였다.
지금까지 사회주의운동세력은 그 원인이 어디에 있든 민주노조운동의 전투파 이상이 아니었다. 노동자들에게 사회주의 사상과 이를 실현할 전술, 투쟁방침을 이해시키고 전달하는 데 수줍은 태도를 보여 왔다. 그러나 더 이상 여유가 없다. 경제위기는 안정적인 노조활동, 즉 적당한 타협에 안주하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다. 파멸이냐 투쟁이냐는 분명한 갈림길에 노동자들은 놓여 있다.
이 갈림길에서 개량주의 지도자들은 실현불가능한 ‘타협과 양보’를 부르짖다가, 모든 책임을 ‘투쟁할 준비가 안 된 조합원들’에게 돌리면서 연이은 엄청난 패배를 자초하고 있다. 이들 노조관료들과는 완전히 다른 지도력이 노동자들에게 필요하다. 사회주의공투단이 형성하고자 하는 지도력이 바로 그것이다.
사회주의공투단은 현장에서의 사회주의 정치활동에 전면적으로 착수함으로써 전투적 선진노동자들을 노동해방투쟁을 이끌 단호한 사회주의 지도자로 발전시키고, 이 힘을 발판으로 노동대중의 힘을 전국적, 전 세계적으로 결집함으로써 그 동안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다. 또한 사회주의공투단은 혁명적 지도자들의 부재로 고통 받는 노조운동을 되살리고 강력한 힘으로 벼려내는 데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분투할 것이다.
명확한 정치
그 첫 걸음은 바로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당의 정치는 강령으로 대표된다. 자본주의에 대한 단호한 반대,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노동자혁명의 성격, 당면 계급투쟁의 과제, 자본가 권력기관을 활용한 노동자정당 집권이 아닌 아래로부터 노동자계급의 권력기관 창출을 주요 축으로 한 혁명적인 강령을 단호하게 붙잡을 때만이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의 정치적 기준선을 완성할 수 있다. 따라서 사회주의공투단은 혁명적인 강령을 구축이라는 자기 과제를 가진다.
뿐만 아니라 계급투쟁에 대한 실천적 개입방향, 즉 전술에서도 개량주의 정치와 완전히 단절하고 혁명 정치를 올곧게 반영해야 한다. 자본주의에 대한 태도와 당면 혁명의 성격에 대한 개량주의 정당과 혁명정당 사이의 강령적 차이는 곧장 각각의 국면과 사건에 대한 전술상의 차이(실천상의 차이)로 나타나게 된다.
가령 개량주의 정당인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그리고 이 정당들과 밀착된 민주노총 지도부는 반MB연합을 통해서 자본가정당인 민주당과 정치적으로 제휴하려 하고 있다. 또한 노동조합 투쟁에서도 개량주의 정치를 받아들이는 지도자들은 결국 노동자투쟁을 제약하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비굴한 타협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러한 개량주의 정치와 달리, 사회주의 공투단의 전술방침은 자본가정당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다수의 노동자계급을 단호한 투쟁으로 조직하기 위한 실천적 원칙을 행동으로 집행하는 것을 핵심으로 삼고 있다.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전면화
사회주의 혁명정당을 건설해내기 위해서는 조합주의, 개량주의를 넘어설 수 있는 지도력을 노동자계급 속에서 인정받아야만 한다. 계급투쟁에 대한 지도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를 위해서는 일상적인 사회주의 정치활동이 필요하다. 일상적인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전개하지 않고서는 노동자들이 투쟁을 원할 때조차도 각각의 투쟁을 계급투쟁으로 묶어내고 전술을 구사할 실력을 갖추지 못한다. 그렇기에 노동조합과 현장조직 속에서 가장 단호한 전투적 투사로 활동할 것이지만, 사회주의공투단은 결코 노동조합과 현장조직 뒤에 숨지 않을 것이다.
사회주의공투단은 노동조합운동으로 한정하는 활동에서 과감하게 탈피하여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독립적으로 전개할 것이다.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수행할 조직적 질서를 현장분회란 형태로 구축하고 정치신문, 현장신문과 같은 사회주의 정치활동의 수단을 동원해 우리의 정치를 노동대중 앞에 숨김없이 밝히고, 우리의 실천을 투명하게 검증받을 것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서 사회주의 혁명정당 건설의 조직적 토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우리는 확신한다.
박준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