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띤 토론을 거치며 노동자투사들이 혁명사상을 받아들이고 있다
인원은 지난번보다 약간 적었지만, 토론은 더욱 체계적이고 치열했다. 얼핏 보면 비슷한 듯하지만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토론이었다.
가령 사노련 동지들이 과거 혁명의 실패를 평가하면서 혁명정당의 지도력과 노동자평의회 권력의 결합을 강조하자, 준비모임 동지들은 그건 ‘사전’에 나옴직한 ‘원론’을 반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 그런 원칙이 혁명의 성공과 패배를 가르는 핵심열쇠임을 정확히 이해하고 인정하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지역을 강조하며 현장을 놓치는 건 아닌가?
사노련 동지들은 혁명의 중심은 노동자이며, 이를 위해서는 ‘현장 중심’으로 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준비모임 동지들은 “현장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며 ‘지역’으로까지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몇몇 동지들이 “그렇다면 준비모임은 현장에서 어떻게 정치활동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를 질문하기도 했는데 ‘구체적 답변’을 듣지 못해 아쉬워하기도 했다.
양준석 동지는 “준비모임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노힘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울산에서 최상의 현장 활동가들과 같이 활동을 시작했다. 그런데 10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모범적으로 전진하는 대신 많은 오류와 한계를 드러냈다.
그것은 정치적 명확성을 갖고 노조나 현장조직으로부터 독립적인 사회주의 현장분회를 만들어 사회주의 현장신문 등을 통해 사회주의 현장 정치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계급적 단결투쟁에서 불철저했기 때문이 아니었는가? 이런 약점에 대한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 ‘지역’을 강조하는 것은 ‘현장’ 조직화라는 핵심 임무로부터 비껴서는 것이 아닌가?”라고 날카롭게 비판했다.
토론회, 맴돌고 있나 전진하고 있나
어느 무소속 동지는 “이런 토론회를 만들어줘서 대단히 고맙다. 사노련과 준비모임의 정치적 입장을 있는 그대로 비교할 수 있어서 좋다. 그리고 스스로도 입장을 정확히 세우도록 강제 받아서 좋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준비모임은 여성, 환경, 장애인 등 여러 부문의 문제를 계급 문제로 환원하지 말라고 하는데, 계급적 관점에서 정확히 보는 게 중요하다”며 준비모임의 모호함을 비판하기도 했다. 다른 무소속 활동가나 다른 정치조직 활동가들한테도 비슷한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뒷풀이에도 많은 동지들이 참석해 2시간 가량 이루어졌는데, 본 토론회 못지않게 곳곳에서 뜨겁게 토론했다. 뒷풀이에서 준비모임의 한 동지는 “사노련이 현대차 등에서 현장신문을 발간해왔다는 사실을 그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얘기를 들어 보니, 어떻게 현장을 기초로 사회주의 정치활동을 할 것인지 상을 잡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토론회는 지금 전진하고 있다. 물론 일부 동지들이 바라듯이 ‘단결’이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혁명적 사회주의 사상을 날카롭게 벼려내고, 그에 입각해 단결하기 위해 많은 동지들이 분투하고 있다. 소수일지라도 의식적인 노동자투사들은 혁명적 사회주의에 본능적으로 호감을 느끼며 받아들이고 있다.
토론회가 ‘정치적 검증을 거쳐 통일을 추구’하며 ‘사회주의 당 건설운동을 전면화한다’는 애초 기치에 걸맞게 얼마나 결실을 거둘지는 앞으로 토론회 전후 과정에서 얼마나 계속 분투하느냐에 달려 있다.
김형선
